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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돌입! 웹툰 <아내를 죽였다> 희나리 작가 인터뷰

웹툰이 생활이 된 시대. 웹툰은 더이상 만화에 머물러있지 않는다. 최근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소설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2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영화 <아내를 죽였다>의 원작 웹툰을 그린 희나리 작가를 모셔봤다.

2019-06-04 최선아


90년대 말 인터넷이 보급되며 생겨난 웹툰은 이제 우리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단순히 만화 소비가 활발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소설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너무 많아 웹툰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웹툰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영화로 성공한 <신과함께> 시리즈, 작년 드라마화된 <김 비서가 왜 그럴까>, <계룡선녀전>, 최근 개봉한 <0.0MHz>까지 웹툰 IP의 부상은 눈부시다. 킬러 콘텐츠로서 웹툰의 가치가 강조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인터뷰에는 2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영화 <아내를 죽였다>의 원작 웹툰 <아내를 죽였다>를 그린 희나리 작가를 모셔봤다.
Q. <아내를 죽였다> 외에도 작가님의 팬들이 영화화를 원하는 작품이 많았는데요, 작가님이 만약 감독이라면 어떤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고 싶으신지? 그 이유는?
A. 당연히, 모든 작품이 영상화되면 좋겠습니다. ^^

Q. 스토리텔링 매체로서의 영화와 웹툰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영화는 2시간 남짓 되는 제한된 시간 동안 극장에 갇힌(?) 채로 집중해서 보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즉 작품의 분량 차원에서의 제약도 크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소비자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고, 작품이 소비자와 만나기까지의 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웹툰은 작품의 분량에서 아주 자유롭고, 소비자 역시 시간,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매체입니다. 콘텐츠 소비 행태 또한 독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상당히 능동적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컷을 10분 동안 볼 수 도 있고 반대로 한 화 전체를 빠른 스크롤로 1분 안에 볼 수 도 있으니까요. 작품을 보는 중간에 언제든지 그만 볼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보지 않거나 나중에 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자본과 인력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고 거의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작품을 그리실 때 영상적인 요소를 의식하며 만드시기도 하시나요?
A. 영화화를 전제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우리 시대가 만화뿐만 아니라 영상물의 홍수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작품 창작에 있어서 영상물의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컷 구성이나 스토리 구성 역시 의도하진 않더라도 영상물에서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내를 죽였다> 감각적인 도입

Q. 영화 진행 상황에 관해 알고 계신 점은? <아내를 죽였다> 웹툰과 영화 버전의 차이점이 있나요?
A. 2월에 크랭크인 했고,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스태프분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버전의 내용적인 부분은 잘 알지 못하고, 원작자로서 또 영화를 기다리는 팬의 입장에서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작품 구성이 긴장감을 유발하게 합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전달력이 탁월하신데요, 비법이 있다면? 또 작품 구성 시 <아내를 죽였다>, <곡두> 등 다양한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을 사용하시는데 이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A. 저는 이 질문이 앞서 질문하신 부분과 연관이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웹툰이라는 매체는 독자들이 아주 쉽게, 언제라도 작품 감상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을 제 작품에 계속 붙잡아두기 위한 고민을 다양하게 할 수밖에 없고, 스토리의 구성 방식 또한 최대한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을 자주 쓰는 이유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매 회차 가장 극적인 국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은 또한 독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유용합니다. 익숙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조금 더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고 생각하면서 볼 여지를 던져두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 복수극을 다룬 웹툰 <잔인한 축제>

Q. 작품에서 사회적 약자, 특히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많이 등장합니다. 의도한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창작물을 만드는 이유는 작가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제 창작욕을 자극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의도했다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이 작품 활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나 작품 색깔에 따라 그런 지점이 표현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물,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그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악으로 표현되는 캐릭터, 즉 안타고니스트 캐릭터를 표현할 때도 그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의외성이나 엉뚱한 매력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고, 또 주인공 못지않은 애정을 가지고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크게 보자면 작품 내에서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과 그들의 이면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 가여운 미스테리 호러 <곡두>

Q. 신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혹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추구하는 작품 방향은 무엇인가요?
A.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은 늘 3~4개쯤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중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을 보고 어떤 작품을 다음에 하게 될지 선택해서 집중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구하는 작품 방향은 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다양한 장르와 인물들, 분위기를 작업하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모험을 하는 도전 정신으로 작품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희나리적인 색채는 늘 가지고 있겠지만, 그 안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Q. <아내를 죽였다> 영화와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희나리라는 필명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처럼 '성실하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하여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독자님들도 제발(!) 꾸준하게 제 작품을 봐 주시길, 간절하게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