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 작가는 스투닷컴에서 <총수>로 데뷔해 Meen 작가와 함께 <통>과 <독고>를 연재했다. 2013년 ‘영후닝닝닝닝’이라는 유저에 의해 SNS에 소개된 <독고>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통>과 <독고>는 인기작 반열에 들었다.
“처음에는 되게 얼떨떨했어요. 사실 지금도 왜 갑자기 작품이 유명세를 탔는지 그 과정을 모르겠어요. 그때 새벽에 갑자기 조회수가 올라가서 본부장님에게는 디도스 공격이 들어왔다고 연락까지 왔거든요. 덩달아 저와 Meen 작가님 블로그 방문자도 엄청 올라갔고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백승훈 작가가 참여한 <통>과 <독고>는 ‘민백두 유니버스’를 형성하며 10여 편의 작품으로 확장됐다. 독특한 그림체와 감각 있는 액션신으로 유명한 백승훈 작가를 만나보았다.
Q. Meen 작가님과 백승훈 작가님은 어떻게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둘이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투유드림 대표님이 소개해주셨어요.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취해 있어서 첫인상이 잘 기억 안 나요. Meen 작가님이 옛날에 쓰신 <통>이라는 작품을 보고 그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Q. Meen 작가님과 작업을 하기 전에도 학원 액션물을 자주 그리셨나요?
A. 작가님과 만나기 전에 한 작품이 데뷔작 <총수>였어요. 총수는 기업이 무대라...
데뷔하기 전에는 학원 작품을 보기만 하고 만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학교는 시리즈 초반 배경인데 시리즈가 하도 길어서 학교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됐죠. 생각해보면 민 작가님은 유니버스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통>과 <독고>가 이어지는지도 몰랐고요. 그래도 전부터 그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죠.
Q. 가장 좋아하는 만화/콘텐츠 장르는 무엇인가요?
A. 느와르를 좋아합니다.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해요. 보는 거는 장르를 안 가립니다. 만화에서는 <무한의 주인>을 좋아했습니다. 이게 일본 사극 판타지물인데요, 그림이 굉장히 멋져요.
Q. 예전에 주 3개의 작품을 연재하고도 세이브 원고까지 있으셨다는 얘길 들었는데 비법이 있을까요?
A. 말 그대로 손이 빨라서 그렇습니다. 또 휴일 없이 하루에 규칙적으로 계속 일을 하기도 하고요. 비법이라고 말한다면 성실함과 빠른 손인 거 같아요.
Q. 평소에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시나요?
A. 예전에는 사실 바빠서 운동을 못 했어요. 요즘은 작품 수를 많이 줄여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진짜 헬스장에 나가기까지가 제일 힘든 거 같아요.
Q. 그림체가 독특합니다. 그림은 어떤 식으로 그리시나요?
A.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한 다음 연필선을 날리지 않고 붓으로 펜터치를 합니다. 그대로 스캔을 해서 포토샵으로 컬러 작업과 편집을 합니다.
Q. 연필선은 왜 남겨두시나요?
A. 그 거칠고 지저분한 느낌을 좋아해요. 원래 거친 선을 좋아해서 그걸 살릴 방법을 찾다 보니 연필선을 지우지 않게 됐습니다. 제가 밀도 높은 그림을 좋아하는데 불필요한 선이라도 들어가면 그림이 밀도 높아 보이더라고요. 약간 요행인 거죠.
Q. <통>, <독고>, <총수>, <블러드 레인> 등 다양한 작품을 그리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장면과 가장 기억에 남는 컷이 있으신지요?
A. <통 시즌1>에서 최후 간부 부분에 깡패들이 패거리로 싸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거기에 100여 명이 한꺼번에 나오는데 사람이 많이 나와서 힘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독고 리와인드> 후반부 1대 1 싸움 장면입니다. Meen 작가님이랑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비슷한데 액션 스타일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평소에 민 작가님께 액션 부분 다른 식으로 그리면 안 되냐고 많이 물어봐요. 그 장면은 Meen 작가님이 제 마음대로 그려보라고 해서 정말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이 애착 가고 기억이 많이 납니다.
Q. 현재까지 작업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그 이유는?
A. 대표작 <총수> 주인공 천무덕입니다. 데뷔작 주인공이기도 했고 이 캐릭터가 좀 남자들이 봤을 때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요. 특히 스토리 작가님(정기영 작가)이 대사를 잘 쓰셔서 대사가 멋있습니다.
Q. 통이라는 말은 현재 10대에겐 생소한 단어인데 어떻게 10대들 사이에 <통>이 유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아마 만화 <짱>으로 ‘짱’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진 데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통’이 뭔지 구구절절 설명 안해도 ‘통’이 부산 말로 ‘짱’이라고만 하면 확 이해가 되니까요.
Q. 자료 조사를 위해 조폭이나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들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없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다보니 이미지적인 것에 집중을 했어요. 평소에는 의상사이트 같은 걸 많이 참고합니다. 또, 어릴 때 보던 노는 학생들에 대한 기억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Meen 작가님 같은 경우는 기사를 많이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기사를 챙겨보기 시작했어요. 직접 스토리를 짜지 않아도 스토리만 듣는 것과 모티프가 되는 사건을 알고 있는 거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Q. 리와인드에서 나온 그림 중 표태진(호랑이), 강혁(늑대), 김종일(독수리?) 그림이 박힌 옷을 입고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깊은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캐릭터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강혁은 모든 일을 혼자 하려고 하니 늑대, 표태진은 어쩌다 보니 항상 큰 싸움 전에 큰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래서 포효하는 이미지, 종일은 치고 빠지고 날래다보니까 독수리를 그리게 됐어요.
Q. 최근 웹툰의 영상화 바람이 뜨겁습니다. <독고>와 <통>도 영상화 소식이 있는데요, 영상화에 관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A. <통 엣지>라고 같은 세계관에서 다른 작가님이 만든 작품이 웹드라마 기획에 있습니다. 잘 되어서 모든 시리즈가 영상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민백두 유니버스 시리즈가 많아 중간부터 들어오는 독자분들은 어느 작품부터 봐야 할 지 고민하는 거 같습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어떤 순서로 작품을 보는 게 시리즈를 100% 즐길 수 있을까요?
A. 저는 연재됐던 순서대로 봅니다. 제일 처음 연재됐던 <통>이랑 <독고>부터 보는 게 깔끔할 거 같습니다.
Q. 혼자서 작품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신가요?
A. 액션이 적은 느와르를 해보고 싶습니다. 미장센이 중요한 간지나는 만화 같은 거요. 제가 스토리 쓰는데 재능이 없더라구요. 스토리를 받아서 작업할 때 ‘이건 좀 별로지 않나?’ 생각하면 독자들은 좋아하고 제가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은 독자님들이 안 좋아하고 이런 식이 많아요. 그래서 혼자서 하는 작품은 돈을 많이 벌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Q. 영후닝닝닝님을 비롯한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부족한 작품인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먹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