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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것 다 똑같아요. <나는 엄마다> 순두부 작가 인터뷰

아이들이 잠든 후 집어 든 A4용지와 볼펜 한 자루로 탄생한 <나는 엄마다>. 차기작은 권태기를 극복하는 부부 이야기

2020-06-22 이지성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아요. <나는 엄마다> 순두부 작가 인터뷰


아이들이 잠든 후 집어 든 A4 용지와 볼펜 한 자루에서 탄 생한 <나는 엄마다>

웹툰 리그 2년, 정식 연재 5년 도합 7년 간의 <나는 엄마다>

차기작은 권태기를 극복하는 부부 이야기


이지성



Q. 안녕하세요 순두부 작가님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육아웹툰을 그리는 순두부라고 합니다.



Q. 코로나19로 다들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커피 한 잔을 쏟아붓고는 두 아들의 건강 자가진단 설문조사를 합니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동안 아침과 점심 준비를 하지요. 일주일에 하루는 학교에 갑니다. 교과서를 들고 다니느라 가방이 무거워 대신 들어줘야 하기에 등하교를 함께 합니다. 오후에는 밀린 집안 일과 저녁 준비, 틈틈이 작업을 합니다. 아아, 괴롭습니다. 




 순두부 작가



Q.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셨어요. 그와 동시에 육아도 시작됐고요. 덕분에 ‘나는 엄마다’가 탄생할 수 있었지만, 혹시 그렇지 않았다면 순두부 작가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A. 결혼하기 전 저는 한량이었어요. 툭하면 술 마시고 노느라 바빴죠.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친구들과 매일 술이나 마시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Q.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나요?
A. 그림은 둘째 태어나고 6개월쯤? 그때 처음 그렸습니다. 학창 시절 짬짬이 노트에 끄적여본 적이 있긴 한데, 본격적으로 그린 건 아마 그때인 것 같아요. 두 살과 한 살짜리 아이들이 잠든 어느 여름 밤, A4 종이에 모나미 볼펜으로 생애 첫 만화를 그렸죠.



△ <나는 엄마다> 속 순두부 작가


Q. 재봉틀, 청소, 셀프 인테리어, 베이킹 등 취미와 관심사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 취미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요즘 제 취미와 관심사는 다이어트입니다. 약 한 달 전 체중이 62KG까지 늘어서 각고의 노력 끝에 5KG을 감량했죠. 이왕 시작한 거 딱 5KG만 더 빼려고요. 격일 단식, 키토제닉, 운동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중입니다. 그 좋아하던 맥주도 끊었어요.



Q. 올해로 5년째 연재 중이십니다. 긴 시간 연재를 하면서 작가와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부지런해졌다?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부지런해졌어요. 매일 아이들을 챙기고 청소를 하고 마감을 하는 제 모습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예전에는 미룰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미뤘는데 지금의 저는 해야 할 일을 바로바로 하고 있습니다. 할 일을 제때 안 하면 불안하기까지 해요.


 

Q. 장르가 일상툰이다 보니 소재가 중요할 텐데요. 소재를 기록하고 메모하는 방식 외에, 소재를 찾거나 영감을 얻기 위해 웹툰이나, 예능 등 관심있게 챙겨 보는 작품이 혹시 있을까요?
A. 인간극장, 궁금한 이야기 Y, 현장르포 동행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방송을 매우 좋아합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지라 꾸준히 보고 있지요.


 

Q.최근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나는 엄마다>도 팬미팅이라던지 사인회 같은 여타의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어떤 활동을 가장 하고 싶으세요?
A. 가끔 머릿속에 그런 그림을 그려봅니다. 감자탕 집에서 팬미팅을 하는 저의 모습을요. 테이블 사이를 조신히 오가며 팬분들에게 소맥을 맛깔나게 말아드리는 저의 모습을…



Q. 본인과 자녀를 면밀히 관찰하여 ‘나는 엄마다’를 그리시는데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A.고집이 대단했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으며, 혼자 잘 노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나는 엄마다>




Q. 다음 웹툰리그에 연재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볼 게요. 당시 ‘나는 엄마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A. 당시에는 육아의 고충을 대놓고 토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암암리에 육아 까페에서 하소연하기 바빴죠. 그래서 이걸 만화로 그리면 먹히겠다는 생각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웹툰리그에서 우승하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웹툰리그에서는 얼마나 연재 하셨나요?
A.  2년이요. 2년간 버틴 끝에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Q. 정식연재가 결정되면서는 어떠셨나요? 콘티라던가 그림체라던가 독자들의 반응이라던가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A. 일단 컷 수를 좀 더 늘렸고요, 콘티에서 논란이 될만한 건 수정을 했습니다.



△ 작업 중인 순두부 작가


Q. 함께 일하는 담당 PD님과는 작품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A.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한데, 첫 미팅 때 한 회차에 지켜야 할 분량이나 앞으로 나갈 흐름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업로드 방법이나 고료, 계약 등의 일을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Q.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나는 엄마다’를 보고서 한 번도 감정이 과잉되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얘기를 담은 일상툰이라면 감정 과잉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은 수위조절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수위조절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자체 검열을 과하게 합니다. 논란이 될 부분은 삭제시켜요. 표현도 완화하기 일쑤고. 이게 참 아이러니 한 부분인데요. 연재를 오래 하면서 논란이 될 부분을 스스로 검열하다 보니 재미적인 부분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조금 후회가 들기도 해요.



Q. <217화 이게 웬 난리>,  <225화 온라인 개학> 편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작가님의 일상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개학 편에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노고에 공감하는 내용을 담으며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모든 작품 감상에 공감은 중요하지만 일상툰만은 어딘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공감에 대한 작가님의 평소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늘 느끼는 건, ‘사람 사는 거 똑같네.’입니다. 제가 느낀 감정은 친구들도, 이웃도, 독자님도 다 비슷하게 느끼더라고요. 감정을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그리면 그게 곧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Q.긴 연재 기간 동안 작가님 스스로 만족스러운 화를 만들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순간을 돌파하시는 순두부 작가님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반응이 안 좋은 날은 종일 끙끙 앓습니다. 스스로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나면 되려 속이 편해지더라고요.



Q. 작가님은 연애나 신혼생활보다 육아 얘기를 먼저 작품에 담으셨어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 맺어지는 과정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요, 연애에서 결혼으로 맺어지는 이야기를 작가님이 그렸다면 어땠을 까요?
A. 안 그래도 235화부터 5회차 분량으로 결혼 에피소드를 그릴 계획입니다! 철없는 두명의 학생이 혼전임신을 한 이야기라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솔직하게 그려보려고요.



Q. 여느 작품과 달리 ‘나는 엄마다’는 순두부 작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화는 남다를 것 같아요. 연재를 마무리 하실 계획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A. 나는 엄마다는 이제 5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40화로 완결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제가 처음 연재를 하면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꼭 이걸 그려야지 생각했던 게 있는데요. 앞 질문에서 대답한 남편과 제가 만나서 결혼하게 된 에피소드입니다. 지금 열심히 콘티 짜는 중이에요!



△ 순두부 작가 작업실



Q. 차기작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으시다면?
A.부부가 권태기를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마무리>



Q. 웹툰리그와 베스트도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거나 일상툰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웹툰 리그나 베스트 도전을 보면 깜짝 놀랍니다. 훌륭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고 부끄러운 마음이 종종 듭니다.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나는 엄마다는 240화로 완결이 됩니다. 제가 가진 실력에 비해 과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면구스럽기만 합니다. 리그에서 2년, 연재 5년. 7년간 보내주신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은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의 선물입니다. 울컥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