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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박상용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으로는 우선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학원물’이라는 점, 아주 약간의 메시지, 심하지 않을 정도의 액션,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살짝 서툰 사랑 이야기...

2007-07-10 조영웅(peruru)


박상용


1991년『월간 복싱매거진』에 「내일은 챔피언」으로 데뷔한 이래, 「행복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1993),「레모네이드 스쿨」(1995),「점핑」(1996), 「캐스팅」(2003)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온 만화가 박상용은 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가이다.
그가 주로 작품을 발표했던 90년대는 한국 소년 만화에 있어 ‘격동의 시기’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너무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대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대량으로 유입된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아 겉으로는 팽창, 속으로는 방황이라는 모순적인 딜레마에 빠져 정체성을 찾아 방황했던 시기라고나 할까. 박상용 역시 그 격류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작가답게(?) 초반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행복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에서는 유명 일본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쓰기도 했었고, 모 격투 게임 캐릭터를 베껴 주인공 개성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레모네이드 스쿨」같은 경우에는 초반의 판타지적 느낌이 후반으로 갈수록 어정쩡한 학원물로 희석돼 작품 자체가 밋밋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 「점핑」표지이미지


하지만「점핑」에서부터 나름대로 정리된 그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비록 중도 하차한 비운의 작품이 되긴 했으나 최근작 「캐스팅」을 보면 만화가 박상용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실히 작품 속에 자리 매김 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박상용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으로는 우선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학원물’이라는 점, 아주 약간의 메시지, 심하지 않을 정도의 액션,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살짝 서툰 사랑 이야기라는 것 정도를 들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과한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약간씩 부족하다. 같은 학원물이지만 서영웅의 「굿모닝 티처」처럼 설교를 늘어놓지도 않고, 일본의 학원액션물처럼 주인공들이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하렘물처럼 주인공과 여자들과의 사랑 놀음을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요소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은 여타 작품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 「굿모닝 티처」표지이미지

그 매력은 바로 ‘즐거움’이다. 박상용은 ‘만화를 볼 땐 즐거워야 한다’는 걸 잘 아는 작가다. 이 ‘즐거움’은 ‘감동’이나 ‘코미디’가 아니다.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말 그대로의 ‘즐거움’. 그것을 위해서 그는 이야기가 심각해진다 싶은 요소는 과감히 잘라내고 항상 가벼운 작품 분위기를 유지한다. 물론 현실에선 누구나 고민과 방황을 하지만, 애써 만화에서까지 그것을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괴로웠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미화되듯, 지나간 청소년기의 향수를, 그 중에서도 즐거웠던 부분만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20만 증폭해서 유쾌하게 그려내는 작가 박상용. 그래서 그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한쪽으로 폭주하지 않아서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에, 현실보다는 조금 과장되어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 게다가 자신의 이전 작품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이후 작품에 그대로 등장시킴으로써, 팬들에게 ‘신작은 전작의 뒷이야기’라는 인상을 심어주어, 그의 작품들이 전부 한 덩어리로 ‘박상용 월드’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현실성과 허구성의 공존’이 그의 가장 큰 특징이며 작가적 개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