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변호사 한 명은 있잖아? 작가가 법률 조력을 받는 방법
만화규장각 칼럼을 시작한 후 쉬지 않고 24화까지 달려왔습니다. 어떤 회차에서는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키보드가 부서지게 시끄럽게 두들기기도 하고, 어떤 회차에서는 저도 눈에 불을 켜고 법전과 판례집을 뒤져가면서, 어떤 때는 저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새록새록 배우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면서,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끔 썰렁한 농담도 섞어가면서, 저의 작가 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통틀었을 때 이것만큼은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풀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론으로 아무리 무장해도, 막상 실제로 문제가 터지면 그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변수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럴 때 작가들은 혼자서 속앓이를 하거나, 배우자나 형제자매에게 하소연하거나, 매니저나 편집장, 아니면 동료 작가를 찾아가 상의합니다.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비전문가와 전문적인 문제를 상의해봤자 제대로 된 조언이 나올 리 없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셨던 어떤 웹툰 작가님이 떠오릅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다른 웹툰 작가가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친한 동료 작가에게 상의했다가, “SNS에 공론화부터 해라”라는 말에 트위터 공지를 올렸던 분이었습니다. ‘닉네임으로 글을 쓰면 절대 처벌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터넷 상식을 믿고 글을 썼다가 형사 고소를 당하고, 상대방이 끝까지 합의해주지 않아 끝내 벌금형 전과가 남고 말았던 안타까운 사례였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몸이 아플 때는 의사에게 가는 것처럼, 법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변호사에게 가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사회 풍토가 말입니다. 변호사라는 존재가 조금 더 당연하고,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존재로 작가들에게,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변호사와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변호사윤리에 따라 모든 내용은 철저히 기밀이 보장되며, 판사나 검사와 달리 변호사라는 존재는 철저히 상담자 또는 의뢰자의 편에서, 오직 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조언해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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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의문이나 궁금증은, 일단 무료 상담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웹툰 작가에게 특화된 각종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만화인 헬프데스크’입니다. 만화인 헬프데스크는 만화 분야의 창작자 및 회사를 돕기 위한 일대일 무료 상담 서비스로, 법률 문제뿐만 아니라 세무, 회계, 노무, 창업에 있어서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단, 무료 서비스인 만큼 질문 내용은 간단명료하여야 합니다. 가령, 계약서를 전체적으로 검토해달라든가, 어떤 계약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정해달라든가 하는 요청은 불가능합니다. 소송을 걸어달라든가 고소장을 써달라든가 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법률 조력도 요청할 수 없습니다. 대신 “아카데미에서 후배 작가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데 그 소득은 뭘로 신고하여야 하나요?” 같은 단발성의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전화상담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상담도 가능하니,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들이 이용하기에 더욱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담하고자 하는 분야가 저작권에 관한 것이라면,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강력 추천합니다. ‘검정고무신’ 사건 이후로 문화예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문을 연 저작권법률지원센터는, 저작권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총 26명의 변호사가 파트 타임이 아닌 상주 근무를 하면서 저작권 관련 자문이나 상담을 하고, 저작권 교육이나 분쟁 조정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찬가지로 방문상담,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이 가능하고, 현장 지원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저작권 토크콘서트’ 등의 행사가 그것인데요. 작가 지망생, 신진 작가, 기성 작가들을 상대로 저작권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전문가 교육을 하기도 하기도 하고, 만화가와 변호사가 실제 계약 사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자리도 마련하고, 행사가 끝나면 실제로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올해만 해도 총 50회의 행사가 개최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행사를 더 다양한 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문화예술 업계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한번 꼭 가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법률상담이나 변호사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덜해졌다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유료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이 웹툰 작가든 웹소설 작가든 종이책 작가든, 이 일을 본업으로 하든 부업으로 하든, 평생 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법률에 관한 문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나만의 변호사’를 가져야 합니다. 세무사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일까요? 이력이 빵빵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지적 재산권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변리사 출신 변호사?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로 이름이 알려진 변호사? 포털 사이트에서 ‘저작권 상담’, ‘엔터테인먼트 변호사’ 등 생각나는 키워드를 쳤을 때 끝도 없이 나오는 변호사의 목록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담을 신청하기도 전에 벌써 질리고 맙니다. 이럴 때 괜찮은 변호사를 고를 수 있는 몇 가지 요령과 기준을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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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평범한 개인 고객이라면 흔히 말하는 ‘대형 로펌’은 피하는 곳이 좋습니다. 변호사가 50~60명 이상 있는 대형 로펌의 주된 고객은 기업이지 개인이 아닙니다. 네이버 소속 작가보다는 네이버를 변호하는 그런 곳이죠. 개인 중에서는 유명 연예인이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가 메인 고객층입니다. 당연히 상담료나 수임료도 비싸게 책정될 뿐만 아니라, 들이는 비용에 비해 원하는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만일 내가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웹툰 작가이거나, 아니면 웬만한 기업체 못지않은 만화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 그리고 나에게 닥친 법적인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 웬만한 변호사들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그때는 대형 로펌을 찾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 변호사의 경력과 전문 분야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변호사 사무실 간판에 민사, 형사, 행정, 노무, 이혼, 상속, 파산, 부동산이 다 적혀 있다면 그 변호사는 사실상 전문 분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메뉴가 쓸데없이 많은 식당치고 맛집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변호사도 비슷합니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잘합니다. 보통 저 같은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형사 분야에 특화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판사 출신들은 민사 쪽에 강점을 발휘하는 편입니다. 이혼이나 상속 분야, 부동산 분야, 개인회생이나 파산 분야 또한 오랫동안 해당 업무만 해온, 숙련된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사무실이 실수 없이 업무를 잘 처리합니다.
다만 엔터테인먼트나 문화예술 분야는 아직 고객층이 별로 두텁지 않다 보니 이를 전문으로 하거나 특화하는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지적재산권 쪽에서도 상표권이나 특허 사건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들은 종종 있지만, 저작권 사건을 다뤄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의 경우 실제 작가 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고, 작가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나 강의를 많이 하고 있어서 쉽게 상담이 가능하지만, 웹툰 작가나 웹소설 작가가 상담하러 갔다가 변호사가 문의 내용 자체를 이해 못해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니 해당 변호사의 프로필이나 경력에 저작권 관련 내용이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더 확인해보고 싶다면 직접 연락해서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작가를 당사자로 하는 어떤 사건들을 다루어보았고, 어떤 세부 경력이 있는지 말입니다. 거창하게 이력을 늘어놓는데 정작 실속은 없다고 느껴진다면, 가볍게 전화상담을 하면서 은근슬쩍 변호사를 테스트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웹툰 업계의 수익 구조나 플랫폼 대 작가 관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변호사라면 상담해봤자 시간 낭비일 테니까요. MG를 아는지, RS를 아는지, 선차감과 후차감을 구분하는지, 레진코믹스를 아는지, 이런 실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자기를 테스트한다고 화를 내는 변호사라면, 이미 그 시점에서 미련 없이 아웃시키면 됩니다. 변호사는 언제나 의뢰인의 선택을 기다리는 존재이고,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런 것에 하나하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문가라면 함께 일하기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경력이 마음에 들어도, 직접 마주앉아서 상담해보기 전까지 계약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늘 고객들에게,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도 상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대단한 변호사라고 해도, 그 변호사가 곧 나에게 좋은 변호사인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맞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 겁니다. 가령 저의 경우, 일할 때는 사뭇 냉정해 보일 만큼 매우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편입니다. 장밋빛 미래를 그려주는 대신, 최악의 상황을 말해주고 대비시킵니다. 의뢰인이 구구절절 불필요한 신세타령을 하고 있으면, ‘그러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게 없으니 일단 멘탈부터 잡고 증거나 모아라’라고 잘라 말하는 편입니다. 저의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는 의뢰인도 있지만, 검사 출신이라 그런가 무섭고 무심하다며 욕하는 의뢰인도 있습니다. 변호사 또한 사람인 만큼, 선호하는 의뢰인상이 있습니다. 어떤 변호사들은 가급적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고 모든 걸 믿고 맡겨주는 의뢰인을 선호하는가 하면, 또 어떤 변호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건을 준비하고 변호사만큼 열정적으로 임하는 의뢰인을 선호합니다. 그중 맞고 틀리는 건 없습니다. 다만 서로 만났을 때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조합이 있을 뿐입니다. 나와 페어가 되었을 때 최강이 될 수 있는 변호사는 누구인지, 마치 소개팅을 하는 것처럼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고 대화해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분명 만나게 됩니다. “녜로구나!”하고 외칠 수 있는 나만의 변호사를.
좋은 변호사를 찾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변호사도 결국은 장사꾼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심한 의뢰인을 속이거나 등쳐먹으려는 나쁜 변호사들도 업계에는 정말 많습니다.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변호사에게 맡기되, 적어도 변호사가 제대로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감시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은 작가 본인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바쁘게 원고를 하는 틈틈이 웹툰 관련 기사가 나오면 읽어보고, 저작권 상식에 대한 유튜브 채널도 보고, 또 이 규장각 칼럼도 읽으면서, 좋은 작가, 똑똑한 작가, 부자 작가의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