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OST는 어떻게 세계 시장을 파고 들었나? (下)
OST 타고 영토 확장하는 웹툰IP
해외 팬들에게 인기를 끄는 K-pop 스타의 OST 참여는 K-웹툰의 글로벌 입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BTS다. 네이버웹툰은 하이브와 협업을 통해 2022년 아티스트 웹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하이브는 ‘세븐페이츠: 착호(방탄소년단·BTS)’ ‘다크 문: 달의 제단(엔하이픈)’ ‘별을 쫓는 소년들(투모로우바이투게더)’ ‘크림슨 하트(르세라핌)’ ‘다크 문: 회색도시(앤팀)’ 등 소속 아티스트를 주제로 한 웹툰 5편을 국내외 플랫폼 네이버웹툰(한국), 라인망가(일본), 웹툰엔터테인먼트(북미)에 연달아 출시했다. 조선시대 호랑이를 잡는 부대인 ‘착호갑사’를 모티브로 BTS 멤버 7인을 범 사냥꾼으로 등장시킨 ‘세븐페이츠: 착호(7FATES: CHAKHO)’는 작품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조회 수 1500만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올린 조회 수로 네이버웹툰 작품 중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세븐 페이츠: 착호’의 OST ‘스테이 얼라이브(Stay Alive)’는 공개되자마자 트위터 글로벌 실시간 트렌드 1위, 전 세계 100개국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웹툰 원작의 세계관으로 팬들을 이끌었다. BTS 슈가가 프로듀싱하고 정국이 노래를 부른 ‘스테이 얼라이브’는 2023년 2월 발표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95위를 차지했다. 일본 오리콘 '데일리 디지털 싱글 랭킹'에는 1위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에서는 '글로벌 톱 200'에서 3위로 진입했다. BTS라는 강력한 세계관이 구축한 팬덤과 캐릭터 간의 거리를 좁히고, 스토리와 음악을 넘나들며 멤버들의 매력과 감성을 깊이있게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웹툰의 새로운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BTS 웹툰 ‘세븐 페이츠 착호’ OST 앨범 (출처: 하이브)
인기리에 연재를 마쳐 이미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웹툰의 OST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았다. 지난 11월 1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아이브(IVE) 리더 안유진이 부른 웹툰 ‘더 그레이트’의 OST ‘Dreaming’ 발매와 함께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공개했다. ‘Dreaming’은 안유진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흠잡을 데 없는 가창 실력에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며 발매되자마자 멜론 핫 100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Dreaming’ OST 프로젝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역량을 결합한 ‘IP 밸류체인’ 시너지 사례 중 하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오리지널 스토리 IP를 바탕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음원을 기획·제작했으며, 산하 레이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이브의 안유진이 OST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자체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양한 IP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를 통해 독창적 콘텐츠를 선보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웹툰 ‘더 그레이트’는 주인공 유보라의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카카오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작가가 글을, ‘나빌레라’의 지민 작가가 작화를 맡았다. ‘더 그레이트’는 감동적인 서사와 그림으로 입소문을 탔으며, 뛰어난 작품성에 힘입어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주최한 2024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 웹툰 ‘더 그레이트’와 안유진의 콜라보 이미지 (출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한편 OST와 뮤직비디오처럼 음악 장르로만 파생되는 사례를 넘어서서 최근에는 전혀 다른 타 장르와의 연결성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2024년 9월 NMIXX(엔믹스)의 해원은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의 OST에 참여했다. ‘마루는 강쥐’는 2022년 6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인기 콘텐츠다. 수차례 진행된 팝업스토어마다 최고 매출과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지난 8월에는 웹툰 캐릭터 최초로 프로 야구단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팬덤을 입증한 슈퍼 IP이다. 안유진이 부른 OST는 5살 아이가 된 반려견 마루의 일상을 코믹하게 표현한 웹툰에 맞게 ‘킁킁’ ‘쫑긋’ 등 귀여운 가사와 동요를 연상하게 하는 순수한 매력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평소 ‘마루는 강쥐’의 애독자임을 알려온 해원은 OST 메이킹필름을 통해 음원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명대사와 챌린지를 따라 하는 등 ‘마루는 강쥐’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반려견과 함께 영상 찍기 좋은 노래로 ‘마루는 강쥐 챌린지’ OST는 SNS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마루 킁킁', '마루 쫑긋', '마루 덥석' 등의 간단한 가사는 쉽게 기억되고 반복해서 부르게 된다. 또한 곡에 맞춘 손동작이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어 사용자들이 빠르게 참여할 수 있다. “마루 킁킁 마루 쫑긋 마루 덥석 총총총총총 짧은 다리 파다닥 마루 폴짝 마루 까딱 마루 꼴깍 총총총총총 언니를 따라가요” 등 귀여운 가사와 통통 튀는 멜로디가 중독성을 부르는 ‘마루는 강쥐 챌린지’는 1020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대세 챌린지로 등극했다. 엔믹스 뿐 아니라 세븐틴, 르세라핌, 츄, 투어스, 스트레이 키즈, 보이넥스트도어, SF9, 크래비티, (여자) 아이들 등이 해당 챌린지에 뛰어들어 깜찍한 모습을 선보였다. 해원의 OST를 통해 웹툰에 참여한 팬들은 ‘마루는 강쥐’라는 캐릭터IP에 관심을 갖게 되고, 원작 웹툰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 틱톡 ‘마루는 강쥐’ 챌린지 이미지 (출처: 이투데이)
버추얼 아이돌과 웹툰IP의 새로운 도전
지난 11월 22일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차세돌)’ 단행본과 굿즈 크라우드 펀딩이 모금액 88억 원을 돌파하며 종료됐다. 10월 23일 시작한 ‘차세돌’ 펀딩은 목표 금액이었던 2000만원을 약 4만4000% 초과 달성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최고 모금액이다. 차세돌 펀딩은 사전 알람만 약 3만명에 달했으며 펀딩 시작 6시간 만에 64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약 42억원으로 최고 모금액이자 이세돌 세계관을 공유하는 카카오엔터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마세돌)’ 펀딩 성과를 자체 경신한 수치다. 펀딩의 기반이 된 웹툰 ‘차세돌’과 ‘마세돌’은 카카오엔터와 172만 유튜버인 ‘우왁굳’, 소속사 패러블엔터테인먼트가 함께 기획·제작 투자한 콜라보 프로젝트다. ‘차세돌’은 카카오페이지와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이 협업한 웹툰이다. ‘이세돌’은 VR 기술을 활용해 탄생한 6인조 가상 걸그룹으로, 2021년 디지털 싱글 1집을 발매해 10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팬덤을 모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6월 ‘이세돌’을 모티브로 출시한 웹툰은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고, 웹툰 OST는 발매 하루 만에 누적 스트리밍 수 100만 회를 달성했다.
△ (출처: 텀블벅)
‘이세돌’은 웹툰이 음악으로 확장된 것이 아니라 음원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의 IP를 웹툰이 활용한 사례다. ‘마세돌’은 지난 6월21일 첫 공개 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모두에서 1시간 만에 매출 기록 1위를 달성했다. 7월 20일 공개한 웹툰 ‘차세돌’도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 이후 2시간 만에 당일 매출 1위, 카카오웹툰에서 공개 당일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펀딩에서는 단행본과 특별 화보집을 비롯해 포토카드, SD 캐릭터 피규어, 키보드, 배지 등 굿즈 패키지를 판매했다. 구성에 따라 61,900원부터 최고가 298,400원까지 책정됐다. 후원자는 총 35,651명. 1인 평균 약 25만 원을 지불한 셈이다. ‘이세돌’은 인터넷 방송인 우왁굳이 기획한 버추얼 걸그룹으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이네, 징버거, 릴파, 주르르, 고세구, 비챤 6명으로 구성되었다. 2021년 12월 1집 ‘RE : WIND’를 내고 데뷔했다.
2023년 발매한 ‘KIDDING’은 빌보드 코리아 차트 3위,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미국 제외) 167위에 올랐다. 멤버 릴파는 지난 7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단독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웹툰의 성공으로 이모티콘, OST는 물론이고 펀딩까지 연이어 확장된 프로젝트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마세돌’ 웹툰 공개를 기념해 제작된 OST ‘락다운’은 발매 24시간 내 100만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버추얼 아티스트 최초로 '멜론의 전당'에 올랐다. 웹툰 출시에 맞춰 제작된 카카오 이모티콘도 출시와 동시에 랭킹 1위에 올랐다. 후원에 참여한 팬들은 굿즈의 품질에 대한 호평과 함께 ‘가심비가 좋다’는 후기를 남겼다. 비록 구매는 못했지만 응원과 후원 댓글이 많았다. 캐릭터와 팬들 사이의 연대감이 실제 아이돌이나 가수와 다르지 않게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지니뮤직과 하이브가 공동제작한 오디오 드라마 ‘다크문: 달의 제단’이 지난 1월 31일 지니·멜론 등 음악 플랫폼에 전격 공개됐다. ‘다크문: 달의 제단’은 그룹 엔하이픈과 협업한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IP로 웹툰과 웹소설로 제작됐다. 지니뮤직과 하이브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다크문: 달의 제단’을 들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몰입도가 높은 오디오 드라마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총 14개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 오디오 드라마는 전체 210분 분량으로 일반 스트리밍이 아닌 유료 다운로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다크문: 달의 제단’은 7명의 소년들이 수상한 전학생 수하에게 알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점차 빠져들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그들 간에 전생부터 이어져 온 거대한 운명으로 얽힌 관계가 드러나고, 소년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맞서게 된다. 웹툰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한 '다크 문: 달의 제단'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흡입력 높은 스토리 전개로 팬들 사이에 과몰입을 유발하면서 인기 가도를 달려 왔다. 특히 엔하이픈이 직접 노래한 OST ‘One In A Billion’과 ‘CRIMINAL LOVE’가 웹툰 속 감정과 연결되고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IP가 음악과 만나며 강력한 콘텐츠의 힘을 입증한 바 있다. ‘다크 문: 달의 제단’은 독자들이 스토리 속 배경과 캐릭터, 아이템을 오프라인 공간인 롯데월드와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IP를 확장해왔다. 이처럼 웹툰과 음악의 만남은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서서 기술과 가상현실 속으로 다양하게 항해하고 있다. 게임과 테마파크, VR과 XR 등 양방향 스토리텔링과 액티비티를 통해 웹툰의 평면성을 벗어나 다채롭고 몰입도 높은 스토리두잉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