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
8화-만화가 지망생 편
지금까지 총 7화에 걸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화를 사랑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의 만화 업계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만화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는 사업가, 만화가, 웹툰 PD, 멘토, 평론가와 애니메이션 감독, 그리고 웹소설 작가까지, 만화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만화를 대하는 마음과 고민을 기록하고, 앞으로 만화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길을 제시해주고자 했던 글이었다.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의 마지막화는 지금까지 만나온 만화인들과는 조금 다른 만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지금까지 만나본 만화인들처럼 전문적으로 만화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만화를 사랑하며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날을 기다리며 취미이자 꿈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는 만화인들이다.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 만나본 만화인들이 한국 만화의 현재를 담당하고 있다면, 오늘 만나볼 만화인들은 한국 만화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그들은 공식적인 직함이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에 따라 한국 만화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화에서는 2차 창작 작가인 ‘R_qr (큐알) 작가’와,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며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 학생’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작은 웃음이 될, 누군가에게는 원동력이 될 여운을 만드는 일" - 2차 창작 작가
‘2차 창작’은 원작이 되는 1차 창작물을 기반으로, 1차 창작물의 세계관, 인물, 설정 등을 사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물을 의미한다. 2차 창작은 단순히 원작을 따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원작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한 애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2차 창작물을 직접 제작하고, 즐기는 것은 원작을 향한 애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2차 창작은 원작만큼이나 큰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는 ‘동인녀의 감정’ 등 2차 창작에 대한 만화가 발매될 정도로 2차 창작은 대중적인 창작 문화로 자리잡았으며, 많은 만화가들이 2차 창작 작가 시절을 거쳐 프로 작가가 되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차 창작 문화가 매우 크게 발달해 있다. 일본에서는 1년에 약 100만 명 정도가 모이는 코믹마켓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1999년부터 꾸준히 코믹월드 행사가 열러 많은 2차 창작 작가들과 독자들이 직접 만나 원작과 2차 창작을 즐긴다. 엄밀히 말하자면 2차 창작 작품들은 2차적 저작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2차 창작’이라는 용어와 ‘2차적 저작물’이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2차 창작이라고 하는 것은 원작자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팬들의 자발적인 애정에 의해 창작된 소설(팬픽션), 그림(팬아트), 만화(팬 만화) 등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들은 원작 소설이 영화화되거나, 원작 만화가 애니메이션화되는 등 원작자의 동의를 받고 공식적으로 제작되며 독자적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2차적 저작물들과는 다른 부류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법적으로는 2차 창작물들이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작된 2차적 저작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엄격히 따져보자면 2차 창작물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2차 창작을 즐기고 싶다면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2차 창작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원작 못지않게 2차 창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2차 창작이 활발한 작품이라면 덩달아 원작으로의 독자 유입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들은 비영리적인 2차 창작에 너그러운 입장을 보인다. ‘덴마’의 작가 양영순이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연재되던 덴마의 2차 창작 만화인 ‘덴큐’를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 연재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2차 창작에 엄격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주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작품의 저작권자들이 이렇게 2차 창작에 규제를 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도하게 높은 수위의 2차 창작물이나, 원작을 과도하게 훼손한 2차 창작물이 널리 유포된다면, 원작의 주요한 타겟층인 아동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가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과격한 2차 창작 만화를 그린 2차 창작 작가를 고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설령 어떠한 작가가 명확한 이유 없이 2차 창작물을 제한하더라도, 이는 저작권자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팬들은 원작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중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2차 창작에 아주 호의적인 인식을 가진 작품 중 하나다. 모바일 게임인 블루 아카이브는 2차 창작을 용인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기적으로 2차 창작자들을 모집하여 페스티벌을 열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블루 아카이브 2차 창작 팬픽, 팬 만화 공모전을 열 정도로 적극적으로 2차 창작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R_qr (큐알) 작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블루 아카이브 2차 창작 만화와 일러스트를 작업하며 픽시브와 트위터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2차 창작 작가다.
R_qr (큐알) 작가는 블루 아카이브가 한국에 런칭 되었을 때부터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한 유저다. 블루 아카이브를 처음 플레이했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R_qr (큐알) 작가에게 블루 아카이브는 첫 서브컬처 게임이었다. 블루 아카이브 2차 창작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R_qr (큐알) 작가는 간간히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작하거나, 낙서를 하는 정도의 그림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개성 있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얽혀 들어가면서 더욱 깊어지고 매력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덕분에 작가는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에 깊게 매료되어 이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게 2차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같이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과 각자 블루 아카이브 그림을 인터넷에 업로드해서 누가 더 좋은 반응을 받는지 내기를 했다. 누구나 그렇듯 초반에는 반응이 저조했지만, R_qr (큐알) 작가는 그 조금의 리액션에서 열정이 생겨서 그 후로도 꾸준히 그림을 업로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그림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 형식의 작업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무지성 블루 아카이브’라는 만화까지 연재하게 되었다. 이후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받은 부스 참가 제의를 계기로 만화들을 묶어 발매한 회지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현재는 동인지를 무려 다섯 권이나 발매한 인기 2차 창작 작가가 되었다.
R_qr (큐알) 작가가 2차 창작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최대한 블루 아카이브의 오리지널리티를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R_qr (큐알) 작가는 자기만의 오리지널 만화가 아니라, 블루 아카이브라는 기존 존재하는 IP를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업물을 보고 ‘게임에 등장하는 그 캐릭터다’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특징과 외형들을 잔뜩 띄워놓고 작업하는 등 최대한 원작의 요소들을 반영하면서 2차 창작을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R_qr (큐알) 작가는 블루 아카이브 팬덤이나 2차 창작 독자들의 반응도 중요시하며 작업을 한다. R_qr (큐알) 작가는 독자들을 자신의 연재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서 만화의 어떤 부분이 재미 포인트였고, 감동 포인트였는지, 그리고 어떤 작화가 어색하고 어떤 작화가 포인트를 잘 살려줬는지 등 의견을 내면, 작가는 이를 고려해서 다음 작품을 제작할 때 독자들의 피드백을 많이 반영한다. 독자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내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할 때에도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이러한 의견들도 수용하고 작품에 반영하는 편이라고 한다. R_qr (큐알) 작가는 이렇게 독자들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좋아하는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감성과 여운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제작하여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총학생회장의 이야기’라는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로 꼽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한 만화 작업이 끝나면, 그동안 작업한 만화들을 모아서 동인지 형태로 제작을 하게 된다. R_qr (큐알) 작가는 동인지 작업을 할 때 마지막 페이지를 작업하며 특별한 느낌을 느낀다고 한다. R_qr (큐알) 작가는 항상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의 말을 쓰는데, 동인지 작업을 마친 후에 작가의 말에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쓰며 뿌듯하면서도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낀다. R_qr (큐알) 작가는 늘 손글씨로 작가의 말을 쓰기 때문에 특별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R_qr (큐알) 작가는 2차 창작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일상적 삶 전반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생겼으며, 작가는 2차 창작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주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R_qr (큐알)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2차 창작 활동은 그러한 어린 시절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성취할 기회를 주었다. 또한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그동안 취미로 독학해 왔던 그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며 자신이 지금까지 독학했던 것들이 의미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부스를 열었을 때, 독자 한 분이 자신을 작가님이라고 처음 불렀을 때의 기분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을 정도로 2차 창작은 R_qr (큐알) 작가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R_qr (큐알) 작가는 처음에는 만화를 그린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지만, 현재는 프로 만화 작가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2차 창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원하는 연출들을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속 만화를 그리면서 점점 실력이 늘어서 현재는 원하는 작업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직업병처럼 평소에 만화를 읽을 때도 연출이나 작화 등을 집중해서 보게 되는 버릇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R_qr (큐알) 작가가 앞으로 프로 작가가 되어서 제작하고 싶은 작품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작품이다. R_qr (큐알)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서 앞으로는 생활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R_qr (큐알) 작가는 취미로 2차 창작을 시작해 볼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2차 창작을 시작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차 창작을 하고 싶은 그 기분을 가진 순간이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장 깊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작업을 하면서 실력을 늘려가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두려우면, 부정적 반응들을 좋게 바꿔버리겠다는 열정으로, 지금 현재의 상태보다는 미래에 내가 얼마나 성장한 상태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2차 창작 활동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R_qr 작가는 2차 창작에 국한하여 이러한 조언을 하기는 했지만, 이는 2차 창작뿐만 아니라, 만화, 더 나아가서 모든 창작 분야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2차 창작에 대해 R_qr (큐알)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작은 웃음이 될, 누군가에게는 원동력이 될 여운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R_qr (큐알) 작가는 자신이 언제까지 2차 창작 작가 활동을 할지, 그리고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이 언제까지 건재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쌓일 작업물들은 분명 자신과 독자들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만화가 잠깐의 작은 웃음과 슬픔, 그리고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고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신비롭고 기대되는 만화를 향한 꿈" -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입시생
‘이 학생’은 특성화 고등학교의 디자인 콘텐츠과에 다니며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진학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 학생이다. 이 학생에게 만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학생은 스토리와 그림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자신만의 상상 속 세상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이 학생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와 감정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특히, 이 학생은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학생의 꿈은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결합하여 독자들이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웹툰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학생의 롤모델은 대표작 ‘외모지상주의’를 비롯해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박태준 작가다. 이 학생은 매주 외모지상주의가 업로드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박태준 작가의 팬이며, 외모지상주의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들도 이 학생을 설레게 한다고 한다. 박태준 작가의 탄탄한 작화력과 대중들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 학생의 꿈을 위한 원동력이 되며, 이 학생도 언젠간 박태준 작가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만화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학생이 만화 그리기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주어진 콘티에 명확한 선을 그어서 흐릿한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넣어주는 선화 과정이다. 흐릿한 그림에 명확하고 날카로운 선을 그을 때에 그 희열은 이 학생을 즐겁게 해 준다. 이 학생은 선화 과정이 끝나면 아쉽기까지 하다고 말했는데, 이 대목에서 이 학생이 얼마나 만화 작업 그 자체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학생은 만화를 다 그리면 바로 개인 SNS 계정에 작품을 업로드하고 반응을 살펴보는데, 이 학생은 자신이 이 일을 위해서 만화를 그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독자와의 소통에서 큰 힘을 얻는다. 자신이 열심히 그린 만화를 읽어 주고 소통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그 보수가 돈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한다. 물론 모든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히 SNS 상의 반응 중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섞여 있다. 이 학생의 만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고, 만약 올린 만화에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하는 동안 즐거움이 모조리 사라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학생은 독자들의 평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이런 상황에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학생은 한동안 작업을 잠시 쉬는 선택을 했다. 그동안 SNS로부터 거리를 두고, SNS에서 반응을 얻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공부하는 과정을 스트레스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즐거운 활동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 노력했다. 현재 이 학생은 다행히 SNS의 반응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로운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만화 실력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로 생각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기쁜 마음으로 수용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물론 그림과 글 실력도 중요하지만, 만화가로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에 너무 상처받지 않고, 피드백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부정적인 반응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학생은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그림과 스토리텔링 실력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화가에게 필요한 마음가짐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을 보며 이 학생의 잠재력을 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마음가짐들이 훗날 이 학생이 프로 작가가 되었을 때도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은 현재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학업과 만화 공부의 병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이 학생은 특성화 고등학교의 디자인 콘텐츠과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학업과 만화의 병행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디자인과 전공수업을 듣고 있고, 학교에서 웹툰 관련된 수업도 듣는다. 성적도 2등급 중간 정도를 유지하며 생기부도 챙기고 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후에는 그림 공부에 열중한다. 이 학생은 미술학원에서 매일 4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집에서 그림 강의를 들으며 드로잉 연습을 하고, 쉬는 시간마다 드로잉 연습을 하며 그림 실력을 확실히 쌓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학생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학생은 프로 작가 못지않은 속도로 그림을 완성해 갔다. 긴 고민의 시간 없이 정확한 선을 그어 나가는 이 학생의 모습에서, 학생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왜 그 꿈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만화가라는 꿈 외에도 모든 꿈에 적용이 된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상상 속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점점 자신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고 있는 이 학생의 모습을 보며, 미래에 독자들에게 다음 화가 기대되는 신비로운 만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이 학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라는 가벼운 질문을 통해서 깊이 있는 만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이 질문을 통해서 만화 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고민과 선택을 동반하는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해서 만화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칼럼을 기획하기 이전부터 이 질문들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기도 했다. 덧붙여서 만화 업계는, 다양한 만화인들이 모여 이루어 낸 업계라는 것을 전하고자 했다.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는 끝이 나지만, 이 칼럼을 통해 자신의 꿈을 확신하고 펜을 들어 만화를 시작하는 만화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인터뷰를 하며 만나온 만화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만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위치가 어디든, 만화를 향한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결국 만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만화가 좋다’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칼럼을 준비하며 만나본 만화인들은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대화는 ‘그래도 만화가 좋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이 인터뷰들이 벽에 부딪힌 만화인에게는 잠깐 다른 길도 둘러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는 만화인에게는 다른 만화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위로, 아직 만화를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만화인에게는 선배 만화인들의 격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