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AI와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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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AI와 작가의 공존 방안

AI와 작가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AI가 반복적·기술적 작업을 맡고 작가는 감정과 서사·창의성을 담당하며 공존하는 창작 모델이 필요하다.

2025-10-14 손동주

만화, AI와 손잡다

3화-AI와 작가의 공존 방안 

"AI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제 더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작가가 한 컷 한 컷을 직접 그리고, 수백 장의 대본을 짜며 수개월에 걸쳐 한 편의 웹툰을 완성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 AI는 몇 개의 프롬프트만으로 수십 장의 이미지와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생성해낸다. 아이디어 스케치, 배경 디자인, 채색, 심지어 대사 구성과 스토리 전개까지, 창작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개입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의 본질을 구성하는 주체성, 감수성, 권리와 책임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란 누구인가?’, ‘창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AI는 창작자인가? 아니면 도구인가?’라는 물음이 이제는 추상적 영역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현장에서 실질적인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만화산업처럼 시각적 결과물과 스토리텔링의 융합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AI 기술의 개입이 작가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게 만드는 파장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AI 웹툰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기술의 수용 여부를 넘어서, 산업 구조 전체의 혁신 또는 붕괴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는 방식, 작업의 속도와 방식, 계약 구조, 저작권 귀속, 그리고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까지, AI는 콘텐츠 생산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기존의 창작 질서에 근본적인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일부 플랫폼은 AI 작화 도구를 연계한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실험 중이고, 신인 작가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기존 작가들은 반복적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기대와 함께,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과 감성이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AI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일각에서는 AI의 등장을 작가의 종말로 해석하며 기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AI를 창작의 조력자이자 파트너로 수용하면서, 작가의 감성과 판단이 더 빛날 수 있는 협력 모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협력이란, 단순히 일의 분담이 아니라 역할과 가치의 조율이다창작의 감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고, 표현의 풍부함은 우리 경험에서 비롯된다. AI가 줄 수 없는 불완전성, 우연성, 모호성 그리고 감정의 깊이는 우리가 가진 고유한 영역이다.

아직은. AI가 우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가능성을 확장하는 구조이다작가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설계하고 해석하는 디렉터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AI는 수단일 뿐,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감각과 판단은 작가에게 있다. 따라서 작가는 기술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자기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중심에 둔 창작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협력을 통한 협업은 가능하다그러나 협업은 의지와 기준, 제도와 인식의 정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작가와 AI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창작 파트너로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술의 발전이 작가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를 더욱 명확히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는 중요한 전환의 시점에 서 있는 것은 맞다. 협력을 통한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창작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작자와 AI는 경쟁 아닌 공존하는 시대로 가야 할 시간이다.

AI는 데이터의 패턴을 기반으로 이미 존재하는 표현을 조합, 재생산하는 데 강점을 지닌다. 반면, 작가는 감정과 맥락을 고려해 창작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고, 때로는 의도적 틀 깨기를 통해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다. 이처럼 두 주체는 단순한 기능적 분업을 넘어, 창작 구조를 보완하는 이질적 파트너로 존재할 수 있다. 창작은 단순한 패턴 인식이 아니라, ‘의미가치를 전제한 행위이기에 더욱더 복합적이다. 이처럼 속성과 강점이 서로 다른 두 주체, 작가와 AI는 본질적으로 경쟁보다는 보완에 적합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창작 과정에 적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하다예를 들어, 작가가 초기 콘셉트를 구상하고 대본의 기조를 정하는 단계에서, AI는 다양한 시각 자료, 레이아웃 스타일, 색채 구성 시안을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작가의 구체적 상상을 더 빠르게 시각화하며, 실험적 접근을 가능케 한다. 반대로,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대사, 스토리 골격을 바탕으로 작가가 서사의 리듬을 조정하고, 맥락을 부여해, 감정선을 섬세하게 윤색해 최종 결과물로 완성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AI는 무한한 발상을 제공하는 아이디어 뱅크역할을 하고, 작가는 그 아이디어에 자기의 서사와 정서를 입히는 큐레이터 혹은 디렉터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작가가 AI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협업을 전제로 한 새로운 창작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실제 일부 작가들과 플랫폼은 이러한 보완적 협업 구조를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국내외에서 AI를 통해 캐릭터 디자인 시안을 빠르게 제작한 후, 디자이너가 수정하고 세부를 완성하는 스케쳐(Sketchar)’1)와 같은반자동 제작 시스템(semiautomatic production system)’2)이 등장했으며, 대사 생성에 있어도 GPT 모델을 활용해 작가가 설정한 상황과 감정 톤에 맞는 예시 대사를 출력한 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대사를 다듬는 방식이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스토리 기획 단계에서 AI가 추천하는 이야기 구조나 반전 장치 등을 검토하면서, 작가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도구로 AI가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창작의 시간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존의 반복적·수작업 중심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발상과 실현의 간극을 줄이고, 창작자의 감성과 기획력이 더욱 돋보이도록 조정하는 창작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컨대 1주일에 한 편을 그리는 웹툰 작가가 AI의 협업을 통해 한 달 분량의 대본이나 이미지 시안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작가는 남는 시간을 더 정교한 감정 묘사, 세부 설정, 독자와의 소통 등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작가와 AI의 협업은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그것은 창작 과정에서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창작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창의적 확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협업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 외에도, 창작자와 플랫폼, 소비자가 공유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신뢰의 틀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AI의 제안과 작가의 최종 선택이 어떻게 분리되고, 어디서 융합되는지를 명확히 하는 투명한 프로세스 설계도 중요하다. 협업이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역할의 가치를 서로 존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AI가 창작의 위협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AI와 함께 창작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작가의 감수성과 해석력, 맥락을 구성하는 능력은 여전히 독보적인 경쟁력이며, AI는 그 감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공존의 핵심은 역할과 책임 그리고 기여를 서로 인정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공존의 시대, 작가와 AI는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여야 한다.

작가와 AI의 협업 구조를 체계화할 첫 번째 모델은 하이브리드 지능형 시스템(Hybrid intelligent system)‘3)과 같은하이브리드 창작 시스템(hybrid creative system)’이다이 모델은 AI가 기본 작화, 채색, 배경 생성 등의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담당하고, 작가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 스토리의 기획, 레이아웃 구성 등의 창의적 영역을 맡는다. , 기술은 물리적 효율을 담당하고 작가는 감정적·서사적 깊이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는 일본의 TEZUKA 2023 프로젝트에서 잘 드러났다. 해당 프로젝트는 GPT-4,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4)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하여 기존 블랙잭(Black Jack)’5) 시리즈의 스타일과 스토리 구조를 학습시켰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 라인과 이미지 시안을 생성한 뒤, 최종 편집과 감수는 작가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뤘다. 이러한 모델은 작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작품의 본질적 가치인 감정과 메시지를 우리가 통제하는 방식을 구현한다. 또한 이 모델은 콘텐츠 제작에서의 시간적 부담을 줄이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작가를 자유롭게 해 보다 전략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실험적인 사례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한 작품은 단순히 빠르게 제작되는 것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도 확보한 채 완성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모델은 AI의 기능적 한계를 작가의 창의성으로 메우는 구조이며, 기술이 예술의 기반이 되는 협업 체계다.

두 번째 협업 모델은 크리에이티브 어시스턴트 모텔(Creative Assistant Model)’이다이 모델은 작가가 전체 창작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AI가 보조 편집자 또는 어시스턴트(Assistant)로 기능하는 방식이다. 작가가 기존 회차의 그림 스타일과 스토리 흐름을 제공하면, AI는 이를 학습하여 연속적인 장면 구성, 배경 톤 일관성 유지, 캐릭터 표정 변주 등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반복 작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AI가 제안한 결과물 중에서 필요한 요소를 선별하거나 수정해 최종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무엇보다도 창작의 통제권이 작가에게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갈등을 줄인다. 또한 작가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스타일의 연속성을 확보하며 작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마감에 쫓기던 작가들이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컬러링이나 배경 작업을 분담하고, 본인은 캐릭터 감정선이나 핵심 장면의 묘사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대규모 연재 콘텐츠나 팀 기반 제작 환경에서 유용하며, 창작자의 소진을 줄이고 장기적인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AI 생성 만화(출처: 이미지 생성: Pocket Toons)

이러한 모델을 현실에 적용한 대표 사례로 포켓 엔터테인먼트(Pocket Entertainment)의 만화 제작 어플 포켓 툰(Pocket Toons)’을 들 수 있다. 이 어플은 자체 AI 시스템 블레이즈(Blaze)6)를 활용해 사용자가 스토리나 시나리오만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장면 구성, 배경 묘사, 캐릭터 동작과 컬러링 등을 생성한다. 작가는 이 결과물을 기반으로 세부 연출을 조정하거나 감정선을 보완하며, 협업이 가능하다. 실제 체험한 테크레이더(TechRadar)7) 평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장면의 품질은 인상적이지만, 감정 표현이나 섬세한 연출에는 여전히 작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는 곧 ‘AI 편집 조력자 모델의 장점과 한계를 모두 보여주는 사례다. 반복적인 시각 작업을 AI가 분담함으로써, 작가는 핵심 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이는 창작에서 불필요한 소진을 줄이고 일정과 품질관리에 도움을 준다. 결국 포켓 툰은 AI가 만화를 대신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의 창작을 돕는 조력자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세 번째 협업 모델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8)와 같은 프롬프트 창작 시스템(Prompt Creation System)’이다이 방식은 작가가 AI에게 주제, 캐릭터의 성격, 분위기, 플롯 구조 등 특정한 창작 조건을 프롬프트로 입력하고, AI가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 라인이나 시각적 요소들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프롬프트 구성은 단순 지시가 아니라, 창작자의 기획력과 해석력, 표현 의도에 따라 세밀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AI는 보조적 생성 도구로서 기능하고, 전체 창작의 방향성은 작가에게 있다.

이 모델은 특히 기술에 익숙한 신세대 작가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며, 유연하고 반응성이 높은 창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작가의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곧 창작의 역량으로 직결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라는 창작자 유형을 정의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창작의 민주화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기존 창작 툴에 접근이 어려웠던 이들도 프롬프트를 통해 비교적 쉽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Exit Valley(출처: Fable Studio)

이러한 창작 방식은 최근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 스타트업 Fable Studio가 개발한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 ‘Showrunner’. Tom's Guide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사용자가 주제, 캐릭터, 분위기 등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쇼 한 편을 자동 생성해준다. 단순한 대본뿐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 음성 더빙, 영상 편집까지 아우르며, 사용자는 자연어 지시만으로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첫 번째 시리즈 ‘Exit Valley’는 실리콘밸리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로, 대사부터 장면, 음악까지 모두 AI가 생성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Showrunner는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지시하는 디렉터로 기능하고, AI가 이를 구현하는 조력자로 작동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프롬프트의 명확성에 좌우되며, 이는 곧 해석력과 기획력이 창작 역량의 핵심이 됨을 의미한다. Showrunner는 특히 비전문가도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술 지식 없이도 자연어로 창작할 수 있어, 기존 창작 시스템에 접근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이 모델은 기성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도구를, 일반 사용자에게는 창작의 입문 통로로, 창작의 정의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AI와의 협업이 일상화되는 흐름 속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준의 정립이다미국 저작권청은 사람의 창의적 개입이 없는 순수 AI 콘텐츠에는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식화했으며, 사람의 실질적 기여가 확인된 경우에만 보호 대상이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의 저작권법과도 유사하며, 실제로 편집저작물로 등록된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로 2023년 단편 영화 AI 수로부인으로 AI Time에 따르면 전 제작 과정에 생성형 AI가 사용되었음에도, 저작권은 사람이 개입한 편집, 배열, 보정 등의 창작 행위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이를 인정했다. 이는 AI와의 협업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해석과 개입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법적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프롬프트 기반 창작에서도, 단순 지시를 넘어 사람이 결과물에 수정과 배열, 의미 부여 등의 창작적 개입을 수행한 경우,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앞서 언급한 AI 수로부인사례처럼, AI가 수행한 작업이라도 사람의 기획·보정·배열 등 실질적 창작 개입이 명확히 입증된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 생성 이미지(출처: 나라지식정보(주))

결과적으로, AI와의 협업 창작물도 사람의 해석과 기여가 창작물의 정체성을 형성했는가라는 기준 아래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 정립하고 있다. 이처럼 프롬프트 기반 창작은 단순한 기술 조작이 아니라, 창작자의 해석력과 표현 의도를 반영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따라서 창작 교육에서도 이제는 드로잉이나 채색 같은 표현 기술뿐 아니라, ‘프롬프트 설계 능력’, ‘후작업 기획 능력과 같은 해석 및 기획 능력이 새로운 창작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 법 제도, 산업 시스템 역시 이러한 창작 구조를 전제로 재편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프롬프트 한 줄만으로 생성된 이미지나 텍스트의 저작권 귀속에 대한 법적 판단은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명확성을 해결하기 위해, AI와 협업한 창작물에는 작업 이력, 기여도, AI의 사용 수준 등을 명확히 기록하고, 그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AI의 개입 수준을 인지할 수 있도록, ‘AI 활용 표시 의무제창작 이력 고지제와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는 저작권 분쟁을 예방할 뿐 아니라, 창작물의 신뢰성과 정체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AI와의 공존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윤리적 기준의 정립이다AI 기술은 이제 보조를 넘어 독립적인 창작물 생성까지 가능해졌지만, 그 정교함이 오히려 혼란을 낳고 있다. 특히 독자들은 AI가 만든 콘텐츠와 인간의 창작물을 구별하지 못한 채 소비하게 되면서, 창작물의 정체성과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만약 AI로 생성된 작품이 사람의 창작물로 오해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기만이라는 윤리적 쟁점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AI 활용 여부를 표시하는 제도는 윤리적 선택이자 생태계 신뢰 유지를 위한 필수 조치다.

또 하나의 쟁점은 AI의 학습 과정에서 동의 없이 수집된 창작물이 포함된 경우다이는 특정 작가의 스타일이나 문체를 모방하며,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표절 논란을 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콘텐츠가 작가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량 유통되는 현실은 창작자의 권리와 공동체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때 인간 작가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진다.

AI는 여전히 감정의 뉘앙스, 문화적 맥락, 서사의 여운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한다. AI가 생성한 틀 위에 인간 작가가 감정을 입히고 서사를 조율하는 과정은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창작물의 진정성을 완성하는 핵심 과정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개입은 창작 윤리의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앞으로 AI와의 협업이 창작 현장에서 더욱 일상화될수록, 우리는 단순한 효율성 논리로 창작을 다룰 수 없다. AI 기술의 활용은 윤리적 책임과 투명성 확보를 전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와 플랫폼이 함께 AI 활용 범위를 명시하고,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윤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AI 활용 가이드라인’, ‘창작물 투명성 인증 제도’, ‘AI 사용 고지의무등의 제도적 장치가 먼저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결국 윤리적 기준의 정립은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창작 환경에서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람의 개입을 통해 창작물의 의미를 보완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창작 모델만이, 기술과 예술이 공존하는 길을 열어갈 수 있다이러한 윤리 기준은 창작 교육의 전환과도 맞물려야 한다.

이제 작가는 단지 표현하는 잘 그리는 기술적 엔지니어에게서 벗어나, 기획자이자 디렉터, 그리고 비평적 판단자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콘텐츠 교육과정은 프롬프트 설계, AI 결과물 평가, 저작권 윤리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실질적 훈련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기술을 활용하되 통제권을 유지하는 주체성을 가르치는 교육, 바로 그것이 AI시대 창작자의 진정한 준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창작 가능성을 해석하고 기획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 사고 역량이다. 프롬프트를 구성하는 방식,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판단하고 수정하는 감각, 다양한 도구를 적절히 배치하는 연출력 등이 새로운 창작자의 역량 지표가 되어가고 있다. , 창작의 본질이 표현 능력에서 해석과 결정의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예술·디자인 등의 콘텐츠 교육의 패러다임 역시 전환이 불가피하다일러스트, 만화,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 교육과정에는 기존의 기법 중심 교육을 넘어, AI 협업 워크숍, 데이터 윤리와 저작권 감수성 교육, 프롬프트 설계와 리터칭 실습, AI 기반 시나리오 작성 및 구조 설계 훈련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서, AI와의 창의적 대화 능력을 길러주는 과정이어야 하며, 우리가 기술을 도구로써 활용하되 그 통제권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창작의 주체성 회복 훈련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육은 개별 창작자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창작 동반자 또는 업무 파트너로 인식하는 창작자 집단이 형성될 때, 산업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생태계로 재정립할 수 있다. 이는 AI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윤리적 기준을 내면화한 창작자 문화를 확산시켜 줄 것이다.

창작 교육이 단순한 생산 훈련이 아닌, 기술과 예술, 법과 윤리, 창의와 책임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와 AI의 협업하는 시대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콘텐츠 현장에서는 AI 조력자 역할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AI 활용 전략을 세우는 프로젝트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의 발전이 아니다. 어떤 기술을 얼마나 잘 쓸 것인가?’보다,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창작자의 태도가 창작 생태계의 핵심을 결정짓는다.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곧 예술은 아니다. AI는 도구일 수 있지만, 창작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상력과 책임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써야 할 창작의 윤리이고, AI시대의 문화다.

창작자의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플랫폼 역시 AI 창작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단계에 AI가 개입했고, 작가가 어떤 부분을 조율했는지를 이력과 메타데이터로 기록하여 저작권 분쟁 및 기여도 평가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독자가 AI 개입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필터링 기능과 같은 이용자 친화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AI는 적이 아니라, 창작의 새로운 파트너다그러나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 창작자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창작은 단순한 기계 조합이 아닌, 작가의 경험과 감성, 세계에 대한 해석과 메시지를 담는 고유한 행위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표현을 구현하더라도, 그 안에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 산업과 교육, 소비자 인식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작가와 AI 협업 구조에 대한 법적 정의와 저작권 기준을 정비하고, 작가·플랫폼·유통사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규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교육 또한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서 창작의 철학과 윤리, 협업 전략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작품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앞으로의 창작은 AI와 작가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함께 완성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술은 반복과 속도를 책임지고, 작가는 감정과 해석, 서사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콘텐츠의 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협업 구조에 대한 법적 기준 정립, 윤리적 투명성 확보, 그리고 창작자 교육의 전환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우리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다음 시대의 창작 생태계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다음 회에서는 웹툰 시장에서 AI 활용의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시장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스켜체(Sketchar): 2017년 증강 현실(AR) 기술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를 따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앱

2) 반자동 제작 시스템(semiautomatic production system): 자동화와 수동 조작이 혼합된 생산 시스템을 의미하며, 산업과 기술 전반에 걸쳐서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작업자가 일부 공정을 담당하면서, 다른 공정은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을 의미

3) 하이브리드 지능형 시스템(Hybrid intelligent system): 하이브리드 지능형 시스템은 인공지능 하위 분야의 방법과 기술을 병렬로 조합하여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4)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Stability AI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배포한 text-to-image 확산 모델이며, 2022년 출시

5) 블랙잭(Black Jack): 데즈카 오사무가 가명을 쓰는 무면허 천재 외과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의료만화

6) 블레이즈(Blaze): 배경 렌더링, 장면 구성, 콜러링, 퀄리티 컨트롤(QC) 같은 복잡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것

7) 테크레이더(TechRadar): 영국에 기반을 둔 온라인 기술 뉴스 및 리뷰 플랫폼 기업

8)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생성적 인공 지능 (AI) 모델에서 더 나은 결과를 생성하기 위해 지침을 구조화하거나 제작하는 프로세스



[Reference]

AI리포터. (2024). 구글, 이모티콘 생성 AI '크리에이티브 어시스턴트' 출시한다. 디지털투데이(DigitalToday).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1954

Amanda Caswell. (2025). Amazon-backed Showrunner launches “Netflix of AI” platform and you can star in your own show. Tom's Guide. https://www.tomsguide.com/ai/amazon-backed-showrunner-launches-netflix-of-ai-platform-and-you-can-star-in-your-own-show?utm_source=chatgpt.com

Eric Hal Schwartz. (2025). I tried a new AI-generated comic book app and Marvel has nothing to worry about. TechRadar. https://www.techradar.com/computing/artificial-intelligence/i-tried-a-new-ai-generated-comic-book-app-and-marvel-has-nothing-to-worry-about?utm_source=chatgpt.com

U.S. Copyright Office. (2025). Copyright Office Releases Part 2 of Artificial Intelligence Report. https://www.copyright.gov/ai/Copyright-and-Artificial-Intelligence-Part-2-Copyrightability-Report.pdf

장세민. (2024). 한국저작권위원회 “AI 산출물에 인간 창작성 인정되는 경우만 편집저작물”. AI Time.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464&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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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