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AI와 손잡다
6화-플랫폼의 진화와 AI 큐레이션의 가능성
웹툰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히 작품을 연재하고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의 플랫폼은 창작자·독자·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통합 콘텐츠 생태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등록하고 열람하는 차원을 넘어,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분석, 노출 전략, 수익화 방식까지 플랫폼이 개입하며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이러한 생태계 전환의 중심에는 ‘큐레이션(curation)’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큐레이션은 방대한 콘텐츠 속에서 독자가 원하는 작품을 효율적으로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행위다. 이는 단순한 작품 추천을 넘어 독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독서 몰입도를 강화하며, 작가에게는 노출 기회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나아가 플랫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구독자 확보와 광고·IP 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AI의 접목은 이러한 큐레이션 전략을 단순한 ‘검색·추천 도구’에서 소비 예측과 전략적 배치까지 확장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AI 큐레이터 기능’을 도입하여 기존의 단순 인기순 노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 맞춤형으로 공정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기능 도입 이후 시장에서 특정 인기작에 쏠리던 집중 현상이 완화되고, 신인 작가나 비주류 장르의 작품이 더 쉽게 독자들에게 발견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AI가 플랫폼 생태계에서 ‘균형 잡힌 노출 구조’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AI 기반 퍼스널라이즈드 추천 시스템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언론(TechRadar)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단순히 시청 기록에 기반한 추천을 넘어, 사용자의 ‘기분이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실험 중이다. 실제로 Wired의 분석에서는 플랫폼 이용자의 80% 이상이 이러한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AI 추천 시스템이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사용자 경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웹툰 플랫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웹툰은 영상 콘텐츠와 달리 회차 단위의 장기적 소비 패턴을 갖고 있으며, 독자의 ‘이탈 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작품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AI 큐레이션은 단순한 ‘추천’ 수준을 넘어, 작품의 생명 주기를 관리하는 전략적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은 독자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느 회차에서 집중도가 떨어지는지, 어떤 장르가 특정 요일에 선호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 배치·알림 기능·결제 유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독자에게는 개인화된 몰입 경험을,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독자 확보 기회를, 플랫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3자 간 상생 구조를 창출한다.
결국, 웹툰 플랫폼은 앞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서비스의 길을 따라가며, AI 기반 큐레이션을 중심으로 한 정밀화·개인화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독자의 콘텐츠 발견 방식을 재구성하고, 작가의 작품 노출 구조를 재편하는 전환점이다. 다시 말해, AI는 웹툰 생태계의 중심을 ‘작품 제작’에서 ‘작품 발견과 소비 관리’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작가와 독자, 플랫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플랫폼 운영 패러다임의 전환
과거 웹툰 플랫폼은 작품의 배열 방식이 매우 단순했다. 인기 순위, 조회 수, 별점 같은 지표에 의존해 자동으로 정렬됐으며, 독자에게 새로운 작품을 발견할 기회를 크게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작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장르도 세분되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는 것은 점점 더 험난한 일이 되어갔다.
이런 환경에서 플랫폼 운영사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어떻게 하면 신규 콘텐츠가 더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AI 추천 시스템이 등장했다. 예컨대 네이버웹툰 측은 자체 개발한 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독자의 열람 패턴과 취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확대해 왔다. 이는 단순히 인기 작품을 밀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 사용자의 취향을 데이터로 포착해 개인 맞춤 추천을 실현하는 전환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또한 적극적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이제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홈 스크린을 제공하고 있는데, AI 기반의 ‘헬릭스 큐레이션(Helix Curation)’1)이 독자의 과거 구매 내역과 관심 데이터를 분석해 그에 맞는 작품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헬릭스 큐레이션 도입 이후 거래·이용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회사 발표가 있다(웹툰 및 웹소설의 거래량이 각각 90%, 61% 증가, 클릭 유입률 또한 각각 57%, 227% 상승).
이처럼 AI 기반 큐레이션은 단순히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시간을 늘리고 충성 독자층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전환점이 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광고 클릭률이 높아지고, 유료 결제 전환율이 올라가며, 궁극적으로는 IP 확장, 예컨대 웹툰 원작 드라마화, 게임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사례로, 네이버웹툰은 Braze라는 CRM 마케팅 도구와 자체 추천 엔진을 연동하여 ‘마이그레이션 넛지(Migration Nudge)’ 캠페인을 운영했다. 이는 휴재나 마지막 회차에 다다른 작품의 독자에게 비슷한 작품을 추천하는 자동화된 알림으로, 완독률과 결제율, 클릭률 전부에서 의미 있는 상승효과를 확보한 전략이다.
AI 큐레이션이 바꾸는 독자 경험
AI 큐레이션은 단순한 ‘편리한 추천 기능’을 넘어, 독자에게 새로운 발견의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주된 선호 장르만 소비하던 경로를 벗어나 AI가 추천해 주는 예상치 못한 작품을 접하면서 취향의 지도를 넓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독서 행위를 ‘탐색과 발견의 여정’으로 전환하며, 독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작품과의 정서적 연결을 깊어지게 한다.
글로벌 플랫폼 사례를 보면,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콘텐츠 소비의 방향을 좌우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사용자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알고리즘으로부터 비롯된다.’라는 분석 기사(The Verge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웹툰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AI는 독자의 머무는 시간, 스크롤 속도, 특정 컷에서의 정지, 다시 돌아보기 등 매우 정밀한 시청 행태까지 분석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떤 회차나 컷에서 독자가 이탈하는지, 어떤 장면이 몰입도를 유지하게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콘텐츠 배치나 ‘다음 회 알림’ 같은 UX 요소 설계에도 반영된다. 과거 인상과 감각에 의존하던 편집 전략은 이제 실시간 데이터 기반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전 뒤에는 알고리즘 편향과 선택권 축소라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 Nguyen 등의 논문을 보면, 알고리즘이 특정 작품군이나 장르에 집중할 경우, 독자의 선택은 점차 제한되고, ‘필터 버블(filter bubble)’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에서도 지적되는 문제이며, 사용자 경험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이 강요하는 취향은 탐색 의지와 다양성을 약화할 수 있다.’라는 비판을 언론(Wired)에서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AI 큐레이션은 독자의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구조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다. 플랫폼이 이 균형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웹툰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
AI 큐레이션의 도입은 웹툰 작가에게 명백한 기회이자 위기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신인 작가는 과거처럼 초반 조회 수나 인기 순위에 매여 있지 않아도 된다. AI 추천 시스템은 작품의 초기 노출을 균등하게 보장하며, 특히 잠재력 있는 신작을 데이터 기반으로 찾아내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웹툰 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2)는 ‘AI 기반 맞춤 추천 엔진’을 전면에 도입하여, 독자의 과거 소비 패턴과 유사한 스타일의 작품을 자동으로 추천함으로써 신인 작가도 정기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플랫폼의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인의 성장 기회를 실질적으로 넓힐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항상 모든 작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선호하는 데이터 기반 지표(예: 체류 시간, 재방문율, 결제 전환율 등)에 맞춰 작품을 설계하려는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작가는 ‘AI 기반 피드백이 오히려 창작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라는 인식에 동의하고 있다.
김지현 등의 논문에서는 이러한 피해 사례는 플랫폼 중심 작업 환경이 오히려 작가의 개성 창작보다는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패턴 중심의 창작 압박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 현상은 창작자와 플랫폼 간 권력 구조의 불균등을 반영하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긴장 지점이다.
즉, AI 큐레이션은 작가를 돕는 든든한 팀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작품의 데이터화된 소비성 평가를 기반으로 작가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심사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이중적 역할은 작가의 창작 역량과 창의적 개성을 고려한 협업적 기술 활용과 단순히 시장성만을 반영한 기술적 평가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사례와 산업 재편
AI 큐레이션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중국에서는 ‘텐센트(Tencent)’3)와 ‘바이두(Baidu)’4)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을 자사 콘텐츠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며, 독자의 반응과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있다. 중국 언론(SCMP)에 따르면 AI 기반 추천 엔진이 독자의 클릭 패턴과 댓글 감정을 반영해 플랫폼 내 작품의 노출 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기 순위에 따른 배열이 아닌,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시간 큐레이션 전략으로 평가된다.
북미 시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미국 언론(The Wall Street Journal)은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진출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하며, AI 분석을 활용해 로컬 창작자들의 작품을 조명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라마·영화화할 IP 후보를 발굴하는 시도를 소개했다. 단순히 독자의 클릭 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장르별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차세대 히트작을 예측하는 모델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IP 산업으로서의 웹툰’이라는 북미형 비즈니스 전략과 맞물리며, 웹툰이 단순한 연재물에서 종합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히는 ‘픽코마(Piccoma)’5)가 대표적이다. 일본 언론(ITmedia)에 따르면 픽코마는 사용자의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 전환율이 높은 컷 구성’을 분석하여 이를 작가에게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히 작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어떤 컷에서 독자가 결재를 결정하는지를 역추적해 작가가 다음 회차 제작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큐레이션이 독자 경험을 넘어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의 촉매가 되고 있다. AI가 큐레이션과 추천을 장악할수록, 작품의 흥행 가능성은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고착화한다. 이는 곧 작가, 독자, 플랫폼의 권력관계가 재조정되는 핵심 요인이다. 독자는 더 개인화된 추천을 받지만, 동시에 플랫폼 알고리즘이 정한 ‘선택된 작품’에만 몰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작가는 알고리즘 친화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한다.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와 AI를 무기로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결국 글로벌 웹툰 산업의 경쟁 구도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의 과제
국내 웹툰 플랫폼은 이미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 기준과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기에, 여러 중요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현재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왜 추천되었거나 혹은 제외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의 자율성과 창작성의 존중이 전제되지 않은 비대칭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독자 또한 마찬가지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추천이 어떤 데이터와 기준에 기반했는지 알 수 없어서, 추천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즉, AI가 추천을 지시하는 ‘블랙박스 문제(black box)’6)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강요한다.
중앙데일리의 기사가 지적했듯, AI는 한국 웹툰 산업에 ‘창작자의 꿈’이자 동시에 ‘법적 악몽’이 될 수 있다. AI 기술이 그림 보조, 스토리 작업 등 창작 과정을 돕는 혁신적 도구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저작권 침해와 같은 법적, 윤리적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 특히, 2026년 1월 22일 시행될 「인공지능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7)은 AI로 생성된 콘텐츠임을 소비자에게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며, 이는 플랫폼의 책임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내 플랫폼이 직면한 과제는 두 가지다.
① 투명성: 추천 기준과 알고리즘 구조를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가 추천되거나 배제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② 다양성: 효율성만을 쫓다 보면 특정 장르나 스타일의 콘텐츠로 추천 결과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추천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항상 다양한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편향성은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점차 논의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정부 기관 및 업계에서는 AI 기반 미디어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논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공동 발간한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 기본 원칙 해설서」는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사용자 선택권 강화, 플랫폼의 책임성 확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업계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실행 규칙은 선언이 아니라 사용자 화면과 계약 문구에서 실현돼야 한다. 투명성 측면에서 플랫폼은 ‘추천 이유 보기’(예: 최근 본 A·B와 유사한 감정 톤, 높은 완독률 장르) 같은 설명 레이어를 기본 제공하고, AI 사용 라벨(컷·에피소드 단위)을 시각적으로 일관되게 노출한다. 다양성은 지표로 관리한다. 홈·탐색 페이지에 ‘신작/저노출작 가중치’, ‘장르 분산 규칙’, ‘큐레이터 픽’ 슬롯을 편성해 알고리즘의 단기 효율 추구를 장기 생태계 목표와 균형 잡는다. 권리는 계약의 문장으로 보호한다. 데이터 활용 범위·라벨링 책임·AI 개입 로그 보존·분쟁 시 검증 절차를 표준 조항으로 넣고, AI 기여 비율에 따른 수익 배분 원칙은 업계 권고안 수준에서라도 합의한다. 작가는 이 틀 위에서 ‘데이터 기반 창작’ 역량을 강화하되, 프롬프트·룩북·편집 로그를 프로젝트 자산으로 체계화해 시즌 간 일관성을 지킨다. 독자는 ‘알고리즘 영향 낮추기’ 옵션을 통해 탐색·발견의 자율성을 확보한다. 결국 이 작은 화면 요소와 계약 문구들이 쌓여, AI 큐레이션의 신뢰를 만든다.
국내 플랫폼들은 이미 AI 기반 미디어 추천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기준과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공개하지 않는 한, 창작자와 독자는 왜 어떤 작품이 추천되고 왜 배제되는지 설명을 들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이는 단지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자율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잠식하는 비대칭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보도에서도 국내 플랫폼들이 저작권 보호와 생산성 향상 목적의 AI 도입을 가속하는 한편, 라벨링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우려·논쟁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제정된 「인공지능 기본법」이 일정 범위의 AI 사용 표기를 의무화하고(제31조), 업계 단체들이 ‘투명한 공개’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AI가 ‘창작자를 돕는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썼고 결과물 어디에 AI가 개입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
투명성은 제도적 언어로도 정식화되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 원칙」을 발표했고, 2022년 해설서를 통해 3대 핵심 원칙(투명성·공정성·책무성)과 5대 실행 원칙(①이용자 정보 공개 ②선택권 보장 ③자율 검증 ④불만·분쟁 처리 ⑤내부 규칙 제정)을 제시했다. 이는 추천 시스템이 어떤 요인으로 작동하는지 ‘설명 가능’해야 하고, 이용자가 알고리즘의 영향에서 벗어날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웹툰 플랫폼의 추천·배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바, 최소 수준의 작동 원리 공개와 이용자 선택권 보장(예: 추천 비활성화, 대안 피드 제공), 내부 규칙 제정·자율 검증 절차가 실제 서비스 레벨로 구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양성이다. AI 추천이 효율성과 체류시간을 극대화할수록, 특정 장르·작품군으로의 쏠림이 심화할 위험이 있다. 다양성은 ‘좋은 의지’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국내 보도에서도 창작자와 독자가 동시에 체감하는 긴장(AI 생산성과 라벨링·보상 논란, 그리고 추천 편향 우려)이 확인되고 있다. 플랫폼이 ‘효율’만을 지표화하면 신인·실험작의 노출 창구는 빠르게 축소된다. 다양성 목표치를 운영 지표에 편입하고(예: 신작·저노출작 가중치, 장르 분산 규칙), 큐레이션 설명 레이어를 제공해 이용자가 자신이 보고 있는 추천의 성격을 이해·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산업 생태계 전체의 ‘발견 가능성’을 지키는 최소 장치다.
결론적으로, AI 큐레이션은 독자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경험을, 플랫폼에는 수익 구조의 고도화를, 작가에게는 기회의 확대와 압박을 동시에 가져온다. 이 변화가 긍정적 동력으로 정착하려면 세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칼럼의 결론은 세 가지로 모인다. 먼저 알고리즘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추천이 어떤 요인으로 작동하는지와 AI 개입의 범위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고, 결과물에는 사용 여부를 라벨링해 독자와 작가가 판단할 근거를 갖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창작 다양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추천 편향을 완화하는 설계와 지표를 마련해 특정 장르나 포맷으로 쏠리는 현상을 줄이고, 신인·실험작의 발견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권리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에는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AI가 관여하는 창작 과정과 산출물에 대해서는 보상 규칙을 문서로 명문화해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국내 보도에서 확인되듯 업계의 실험과 저작권·라벨링 논의가 병행되는 흐름 속에서 점차 현실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창작의 신뢰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 AI는 플랫폼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경험을 더 넓히는 공공적 인프라가 될 것이다.
다음 7회 칼럼에서는, ‘시장에서 AI 웹툰의 수용성과 한계’를 주제로, AI 웹툰 콘텐츠가 플랫폼과 시장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법제도, 문화적 감수성, 독자 반응 등을 비교 분석하고, 국가별 유통 전략과 기술 수용의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1) 헬릭스 큐레이션(Helix Curation): AI를 통해 이용자 취향과 성향을 분석해서 앱 내 작품 추천 화면을 최적화하는 기술
2) 웹툰 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 네이버의 자회사이자 네이버 웹툰이 북미 웹코믹(웹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세워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3) 텐센트(Tencent): 중화권의 복합 IT 기업
4) 바이두(Baidu): 중국 최대 규모의 검색 엔진 및 포털 사이트를 개발 및 운영
5) 픽코마(Piccoma): 한국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 픽코마가 운영하는 일본의 디지털 만화 및 웹소설 플랫폼 앱
6) 블랙박스 문제(black box):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과 같은 복잡한 모델의 내부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현상
7) 인공지능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 법은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25년 1월 21일 제정,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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