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과거에서 현재를 바라보는가?
서문. 시대극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와 조우하다
1화부터 7화까지 ‘시대극 만화의 동시대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담론을 나누었다. 여러 작품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분석했지만, 결국 작품들은 ‘시대극’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인다. 또한, 7개의 칼럼은 서로 다른 주제를 지닌 듯 보인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칼럼들은 모두 ‘동시대성’으로 귀결된다. 동시대성은 시대극의 필수 요소이자 만화가 필연적으로 지녀야 하는 조건이다. 만화는 창작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만화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당대 사회의 성질을 담으면서도 그 성질이 시대가 변화해도 통용되는 이야기라면 작품에게는 고전 명작이라는 명예가 뒤따른다. 그러한 작품은 오랜 세월 독자에게 사랑받고, 작품의 수명을 연장한다.
시대극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재의 이야기를 한다.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할지라도 현재까지도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소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문제가 주요 인물 갈등의 한가운데 위치하도록 한다. 시대적 배경을 이용하여 그 갈등을 극적으로 만들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사회 문제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한다. 그렇게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은 현재를 이야기하며 시의성을 지닌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시대극 만화는 동시대성을 지닌다. 오히려 시의성이 더 강화된다. 현재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현시대는 역사와 완벽하게 유리되었으며 역사는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오만이다. 현재는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독자는 시대극 만화를 수단으로 이용하여 역사를 체험한다. 그리고 작품이 어떠한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을 해석했는지 반추한다. 우리는 만화적 상상력을 통해 화석과도 같은 존재인 역사를 되살아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의 잔해물로 이루어진 것이 현재의 우리라는 사실이 증명된다.
이처럼 시대극 만화를 창작할 때는 역사적 고증을 지키는 동시에 창작 당시 사회의 시대상을 작품 내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작품이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독자에게 읽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역사적 배경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시대극은 동시대성을 지닌다. 앞서 서술한 1화부터 7화까지의 칼럼은 시대극 만화가 동시대성을 가지는 이유를 여러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본 회차에서는 여태까지 나눈 담론을 정리하고, 칼럼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1. 왕자가 되어 시대를 직면하는 여자, 오스칼과 윤정년


1화와 2화에서는 ‘왕자가 되어 시대를 직면하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시대극 만화의 여성 서사를 주목하였다. 1화에서는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이케다 리요코 작)>의 주인공 오스칼의 작중 행보를 중점으로 작품을 분석했다. 본 작품은 1970년대 순정 만화가 주류를 이룰 당시에 연재되었다. 작품은 순정 만화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프랑스 혁명을 중점적으로 다룬 시대극 만화이기도 하다. 작품은 실존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상 인물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의 삶을 다룬다.
두 인물은 혁명의 소용돌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중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은 오스칼이다. 오스칼은 작중 다양한 사건을 겪고, 스스로 선택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아버지의 인형에 불과했던 삶에서 탈피하기 위해 저항하기도 한다. 오스칼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그동안 몰랐던 진실과 맞닥뜨린다. 바로 파리 시민들의 가난한 삶이다. 오스칼은 시민의 편에 서서 프랑스 혁명에 동참하고 숨을 거둔다. 이 모든 것은 오스칼의 선택에서 비롯된 행보이다. 이렇듯 1화에서는 오스칼의 작중 행보를 중심으로 그의 주체성을 분석하였다.
이 외에도 작품 자체에 내재한 1970년대의 정서를 주목하기도 했다. 구시대적인 가치관이 작품에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 본 작품은 1970년대에 창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성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언어가 사용된 장면이 종종 발견되었다. 독자는 작품을 읽을 때 작품이 연재되었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작품에 존재하는 차별적 표현을 무분별하게 습득하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여 비판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2화에서는 같은 주제로 웹툰 <정년이(서이레 글, 나몬 그림)>을 다루었다. 본 작품은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목포 소녀 윤정년이 국극 배우가 되기까지의 일대기가 주요 플롯이다. 하지만, 작품은 비단 윤정년의 성장기에만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간다. 1950년대 여성 예술가들을 작품에 소환시킨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모두 여성이며, 입체적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만의 결핍과 목적, 욕망이 있다.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꿈을 꾸고, 있는 힘껏 가열찬 사랑을 한다.
정년의 라이벌 영서는 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 국극 왕자 자리를 노리고 치열한 노력을 한다. 그는 초반부에는 무대나 상대 배역을 자신이 돋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영서 또한 정년과 함께 성장하고 무대에서 상대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우며 어머니에게서 탈피한다. 또한, 정년의 짝선배 도앵은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로 국극의 가다끼로서 입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앵 역시 양반이었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작중에서 드러난다. 도앵도 자신의 안에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나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도앵은 작중 후반부 국극의 쇠퇴기가 도래했을 때 연출자로서 국극에 참여한다.
또한, 본 작품에서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패트리샤와 고사장, 그리고 부용이 그러하다. 패트리샤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가수이지만, 동시에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패트리샤 주변 인물은 그가 남편에게 폭행당한 원인을 그에게 돌리는 듯한 말을 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말을 통해서 작가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하는 사회를 지적한다. 이는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이다. 고사장은 정년에게 춘향전의 방자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인물이다. 남자를 연기해야 한다는 정년의 사고를 깨부수고, 남자는 방자의 정체성 중 일부이며 정년이 연기해야 하는 것은 방자 그 자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년은 이렇듯 다양한 여성 인물에게 영향받으며 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이 여성 국극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여성 서사에 있어서 고무적이다. 작품은 국극 무대를 ‘여성이 해방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 내린다. 또한, 작품은 그 해방적 공간에서 연기하는 주체가 여성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극을 창작하고 표현하는 주체 또한 여성으로 내세운다. 억압받는 여성 예술가 부용이 극본을 쓰고, 도앵이 극을 연출하며, 정년을 비롯한 국극 배우들이 연기한다. 여성 예술가들이 연대하여 무대를 완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 작품에서 국극은 당대 여성들이 사회에서 받는 억압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역사를 토대로 이야기를 건축하는 시대극의 경우에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힘들었던 시대라는 이유만으로 주체적인 여성 인물을 그리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리고 시대적 한계라는 나이브한 변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오히려 성차별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여성에게 발언권을 충분히 부여한다. 여성 인물들은 차별에 저항하고 소리친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왕자가 되기를 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사회적 담론에 불을 지피고, 시의성을 확보한다. 앞서 살펴본 두 작품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듯 시대극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과거의 한계를 핑곗거리로 삼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2. 만화에서 구현하는 미시사와 거시사, 웹툰 <26년>과 웹툰 <낮에 뜨는 달>


두 번째 챕터에서는 시대극 작품에서 미시사와 거시사를 활용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관해 분석했다. 시대극은 공적이고 거대한 역사인 거시사를 소재로 하면서도 거시사를 피해 갈 수 없는 개인을 주목한다. 이러한 시대극의 특징은 웹툰 <26년(강풀 작)>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본 작품은 역사적 사건인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26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주요 등장인물인 진배나 미진, 치영, 정혁은 모두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이 계엄군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경은 2006년이지만, 이야기의 시초는 1980년 광주이다. 모든 인물이 1980년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여전히 광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본 작품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인물이 광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전사를 배치한다. 이렇듯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개인의 트라우마에 주목한다.
<26년>과 <낮에 뜨는 달>의 공통점은 역사와 (연재 당시를 기준으로) 현재를 교차하도록 플롯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인물 갈등의 근원은 모두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26년>의 경우, 주요 등장인물이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관통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그들의 삶에 커다란 각인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끔찍한 기억은 결코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통된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모든 일의 근원인 ‘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26년>은 역사적 사건이 현재를 사는 주요 등장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그들에게 아직도 1980년의 광주는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낮에 뜨는 달>은 <26년>처럼 과거와 현재를 나누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현재에서 다루는 주요 갈등의 원인이 과거에 존재한다는 것 역시 동일하다. 다만, 본 작품의 갈등은 <26년>의 갈등보다 훨씬 더 개별적이다. 진흥왕의 대가야 정벌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갈등의 근원이 되기는 하지만, 한리타와 도하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켜켜이 갈등을 초래한다. 그 결과 둘 사이의 애증이 천오백 년을 초월하여 현대까지 닿는다.
이처럼 시대극은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를 배경으로 할지라도 개인의 서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따라서 시대극 만화는 거시사와 미시사를 작품에서 구현해 낸다. 또한, 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개인을 불러내 개별적 서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만화는 현대를 사는 독자가 과거에 지워진 존재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시대극은 독자가 잊힌 존재를 픽션으로나마 조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대체로 시대극에 표현된 거시사와 미시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문제이거나 폭력의 굴레를 끊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대극은 동시대적인 가치를 획득한다.
3. 웹툰 <녹두전>에서 역사 속 소수자를 표현하는 방식

웹툰 <녹두전(혜진양 작)>는 과부로 분장한 사내가 과부촌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과부촌은 과부와 기생이 함께 거주하는 마을이었고, 두 존재 모두 당시 조선의 소수자에 해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작품은 과부와 기생의 서사가 자주 등장한다. 또한, 두 존재가 힘을 합쳐 조선의 남성 중심 사회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방식이 그려진다. 작품에서는 과부 바위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과부 바위는 산 절벽에 존재하며, 많은 과부가 그곳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절벽에서 떨어져도 밑을 받쳐주는 지반이 있기 때문에 정말 죽는 것은 아니다. 죽음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부 바위는 연대를 통해 소수자가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 장소이다.
그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다채로운 동시에 동일하다. 그들의 사연은 개별적이지만, 가부장제에 의한 희생으로 묶인다.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 그들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명예를 위해 자살을 강요당하거나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다. 가부장제로 점철된 사회는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관한다. 물리적 힘과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위계질서로 인해 그들은 저항하지 못한 채 과부촌으로 도망쳐 나온다. 과부촌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집단 연대 의식이 발현되는 특수 공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가족은 그들을 살해하기 위해 과부촌까지 쫓아온다. 과부 바위의 비밀을 아는 기생은 그들이 자살로 위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인공 이덕 역시 같은 방식으로 죽음에서부터 벗어난다. 이덕은 남성이지만, 과부촌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기생과 과부와 함께 살아가면서 저항과 연대를 경험한다. 이렇듯 시대극 작품은 ‘과부촌’이나 ‘과부 바위’와 같은 특정 공간에 소수자성을 부여하고 작중 배경으로 설정한다. 배경을 소수자성이 내포된 공간으로 설정함으로써 소수자의 저항과 연대가 담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작품을 설계한다. 역사 속의 소수자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욕망하고 갈등하고 연대하도록 만든다. 작품은 역사 속 소수자를 말하지만, 소수자가 억압받는 현실은 현대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역사의 소수자를 이야기하는 작품은 시의성과 동시대성을 지닌다.
4. <조선왕조실톡>이 역사를 픽션과 결합하는 방식

역사적 인물을 현대 인물처럼 표현한 작품도 있다. 바로 <조선왕조실톡(무적핑크 작)>이다. 역사적 인물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그들이 현대 문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내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툰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며, 역사적 사건이나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정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역사라는 큰 틀은 지키되 재미 요소를 가미하여 작품을 구축한다.
실존 인물들은 모두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SNS를 사용한다. 이모티콘으로 기분을 표현하고, 엑셀이나 한글 파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방송을 하기도 한다.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고, 현대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현대인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생활에 해당한다. 사적이고 개별적인 영역이다. 작가는 역사적 인물이 메신저를 이용한다는 콘셉트를 통해서 공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역사를 개별화한다.
본 작품이 연재를 시작할 당시, 재치 있는 방식으로 역사와 허구를 조합하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역사 기록에 현재의 산물을 덧입히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역사적인 것’인 동시에 ‘현재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세계관으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실제 기록을 토대로 에피소드를 전개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본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되고 시사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대중성을 입증했다. 이렇듯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허구와 결합하고 가공되어 독자와 조우한다.
5.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와 각색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웹툰 IP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이 가능하다. 이미 원작 웹툰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증명받은 작품들은 2차 콘텐츠화 작업이 진행된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원작 IP의 각색이다. 2차 콘텐츠화 과정에서 장르 문법에 맞추어 원작을 각색하는 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각색은 원작을 한 번 더 해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특히 시대극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진다. 역사를 소재로 하거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경우, 작가가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작품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시대극 만화의 각색은 원작자가 역사를 해석한 것을 각색자가 재해석한 것이다.
앞서 다른 회차의 칼럼에서 언급했던 작품들 모두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추었기 때문에 IP로서의 가치가 충분했고, 2차 콘텐츠로 제작되었다. <26년>은 영화화되어서 개봉 당시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인물이 겪었던 사건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실사화 영화인데도 인물의 트라우마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그날 광주에서 벌어졌던 비극을 표현하고 입증했다. 또한, 관객들은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일을 애니메이션으로 간접 경험했다. 그리고, 주요인물의 서사에 이입할 수 있었다.
<베르사유의 장미> 또한 50년의 세월을 관통한 고전 명작인 만큼 다양한 장르로 변형됐다.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그리고 뮤지컬, 실사화 영화 등 수많은 2차 콘텐츠가 존재한다. 하지만, 각색자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초점을 맞추는 사건과 인물이 달라진다. <낮에 뜨는 달>과 <녹두전>, <조선왕조실톡> 역시 드라마화되었다. 다만, <낮에 뜨는 달>이나 <정년이>는 원작과 다른 작품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원작이 변형되었다.
<낮에 뜨는 달>의 원작이 과거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과 애증의 정서가 서린 작품이었다면, 드라마화된 작품은 과거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등장인물의 직업 자체도 전부 각색되었다. 원작의 흔적은 소재와 등장인물의 이름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정년이> 역시 지나친 각색이 진행되었다. 주요 인물인 부용을 삭제하고 부용의 빈자리를 다른 인물과 사건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작품의 주제 의식이 크게 훼손되었고, 사건 전개가 어색하게 흘러갔다.
웹툰이나 만화에서 다른 매체로 작품을 2차 콘텐츠화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종합 예술이란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예술적 해석이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것은 무의미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콘텐츠화 과정에서 작품이 다방면으로 해석되고 변형되는 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 각색자는 원작의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각색 과정에서는 원작을 존중하는 태도가 동반되어야 한다.
결론. 시대극 만화가 가지는 동시대성
1화부터 8화까지 시대극이 동시대성을 가지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담론을 나누었다. 또한, 만화가 허구를 통해 역사를 구현해 내는 방식을 분석했다. 여성 서사로서의 시대극 만화를 분석하며 의의와 한계에 관해 논의했고, 시대극이 공적인 역사 속에 담긴 개인의 사건을 만화로 구현하는 방식을 알아보기도 했다. 또한, 시대극 만화가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에게 발언권을 주는지 분석했으며, 역사와 허구를 혼합하여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사례를 되짚어보았다. 또한, 작품의 수명을 연장하면서도 역사의 재해석이 요구되는 2차 콘텐츠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시대극 만화는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대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의의를 갖는다. 따라서 이 모든 소주제의 담론은 동시대성이라는 대주제로 귀결된다.
시대극 만화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기에 당연하게도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동반한다. 하지만, 배경의 구시대적인 가치관이 작품의 가치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품이 과거의 차별과 편견에 머물러있다면 그것은 악습을 답습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배경은 인물이 차별에 저항하고, 연대하며, 생동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인물은 과거에 살지만,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여전히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시대에 저항하는 시대극 만화는 시의적이다.
또한, 작품은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개인의 이야기를, 허구를 통해 구현해 내기도 한다. 시대극 만화는 거시사와 미시사를 표현하면서 역사와 개인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여러 방법을 이용하여 허구와 역사를 결합해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이를 통하여 시대극 작품은 역사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2차 콘텐츠로 각색되어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대극 만화는 역사적 사실 위에 만화적 상상력을 덧입혀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증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역사를 서술하면서도 장대한 역사 속 지워진 개인의 서사에 주목한다. 독자는 시대극 만화를 소비하며 역사와 다시금 조우한다. 과거의 이야기에서 현재까지 멍에를 끊어내지 못하고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거나, 현재까지도 의의를 지니는 역사적 사건에 관해 사유한다.
시대극 만화는 완벽하게 역사를 재현하기보다 상상력을 가미하여 과거를 재구성한다. 따라서 시대극은 동시대성을 지닐 수밖에 없으며 시의적이다. 작가는 역사를 해석하고 허구를 더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렇기에 과거의 일인데도 현실과 맞닿아 있다. 현재를 사는 독자들이 그것을 읽으며 작가가 해석한 역사를 다시 한번 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시대극은 과거 사건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통로다. 독자들은 만화 속 역사를 통해 현실을 본다. 어떤 이들은 현재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그렇기에 미래는 변화한다. 그러므로 시대극 만화는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