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만화의 동시대성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와 각색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는 원작의 슈퍼 IP를 확장하는 OSMU 전략이지만, 제작진의 각색 과정에서 원작의 핵심 메시지나 역사 해석이 변형될 수 있으므로 주제 의식 보존을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026-02-01 강다연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와 각색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서문. 역사 해석의 재해석 과정을 거치는 2차 콘텐츠화

앞서 본 칼럼에서 다루었던 작품들은 모두 2차 콘텐츠화가 진행되었다. 여섯 개의 시대극 작품들은 무대화나 영상화를 통해 2차 콘텐츠로 다시 독자와 재회했다. 작품들은 모두 상업적 성과를 거두면서 슈퍼 IP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원작에 익숙한 독자가 2차 콘텐츠를 찾는다. 또한, 2차 콘텐츠화된 작품을 소비하고, 원작 자체에 흥미가 생겨서 원작 만화를 찾아 읽는 경우도 존재한다.

다만, 작품들이 2차 콘텐츠화되는 경우,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각색되는 경우가 빈번하여 원작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지나친 각색으로 인해 작품의 메시지가 원작 만화와 달라지거나, 캐릭터가 변형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처럼 실사화되는 경우 캐스팅 역시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원작 만화와 싱크로율이 비슷한 캐스팅을 기대한다. 원작과 상반된 이미지의 배우가 캐스팅된다면, 소비자들에게 작품을 공개하기 전에 비판적 여론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슈퍼 IP 만화의 2차 콘텐츠화는 원작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복사해서 2차 콘텐츠에 붙여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화와 드라마,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의 문법이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를 다른 장르로 옮겨 재현해야 한다면, 그 장르의 문법에 맞추어 스토리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콘텐츠화는 한 번 더 창작자의 시선을 더하는 일이다.

원작자는 시대극을 그릴 때 역사를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픽션을 부여한다. 시대극 만화는 역사적 사건이나 배경을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 역사에 만화적 재미 요소인 허구를 가미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역사를 향한 원작자의 시선이 작품에 드러난다. 그리고, IP2차 콘텐츠화하는 제작진은 원작을 그들의 시각에 맞춰 한 번 더 변형한다. 우리는 이것을 각색이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각색은 역사와 허구의 해석을 또다시 재해석한다. 역사의 해석을 재해석한 작품은 소비자에게 닿는다. 본 칼럼은 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가 원작을 다루는 태도를 고찰하고자 한다.

 

1. 원작을 훼손하는 것인가, 시선을 더해 각색하는 것인가

만화나 웹툰이 다른 콘텐츠로 변형될 때 스토리가 장르 문법에 맞추어 각색되는 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원작과 작품을 비교했을 때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각색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원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각색을 통한 재해석 없이 원작을 똑같이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2차 콘텐츠화가 될 때 원작을 바라보는 창작자의 시선이 담기지 않는다면, 원작을 보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많은 것을 지워버리고 소재만 남기는 방식의 각색이 옳은 것은 아니다. IP의 제목과 유명세만을 빌리고, 그 안을 전부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형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혀 다른 사건으로 이야기를 채우면, 그 사건과 이어진 다른 사건이 등장해야 한다. 앞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다른 사건을 나열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작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된다. 소재와 제목, 등장인물은 같지만, 전혀 다른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주제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원작에서 전하려는 메시지와 멀어진다. 이 경우,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P001748376.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720pixel
△「낮에 뜨는 달, (ENA, 2023)


<낮에 뜨는 달>2023년 하반기에 드라마화되어 ENA에서 방영되었다. 하지만,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던 과거 편의 비중이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현대 편의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던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현대 인물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심지어는 원작과 같은 것은 등장인물의 이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설정이 바뀌었다. 가야인의 처우로 인해 발생하는 사다함과 도하의 갈등을 잘라냈으며, 작중 갈등의 씨앗이었던 화랑들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현대의 갈등 원인이 되는 신라시대 사건을 짧게 다루었다. 원작에서는 대가야 정벌을 배경으로 지배층인 신라인과 피지배층인 가야인의 갈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도하가 참전하였고, 한리타의 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정도로 요약되었다. 신라시대의 비중을 줄였기 때문에 제작진이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자세하게 담기지 않았다. 현대 편 또한 많이 변형되었다. 대학생이던 강영화는 소방관이 되었고, 고등학생이던 한준오는 아이돌이 되었다. 또한, 인물의 성격 역시 크게 수정되었다. 원작에 없던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톱스타 한준오 몸에 도하가 빙의하고, 소방관 강영화가 전생으로 인해 그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다룬다. 로맨스 스릴러였던 원작과 달리 본작은 로맨틱 코미디 요소가 가미되었다.

한준오는 말수가 적었던 원작과 달리 가볍고 경쾌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악귀 도하가 준오의 몸에 빙의한 후 사람들의 반응이 개그 요소로 작용한다. 애증과 한의 정서가 깊게 깔렸지만 결국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원작과 다르다. 웹툰은 서사의 중심이 과거 편에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극이 가미된 사극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서사의 초점이 현대로 바뀌었다. 그렇기에 전생의 인연을 소재로 한 현대 로맨스에 가깝다.

결말 또한 원작과 다른 방향을 지향했다. 도하와 한리타의 애증이 중심이었던 원작에서는 최선의 결말을 맞이한다. 도하는 천도하고, 현대의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도하와 강영화의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간 드라마는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도하는 천도하고, 한준오는 살아난다. 이번 생에 맺지 못했던 인연은 다음 생에 맺어진다. 환생한 강영화와 도하가 다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렇듯 드라마 <낮에 뜨는 달>의 경우, 대가야 정벌로 인해 파생된 갈등을 삭제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현대 로맨스를 채워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2차 콘텐츠화 과정에서 원작이 소재만 남은 대표적 사례이다. 웹툰 <낮에 뜨는 달>은 드라마 제작진의 각색을 거쳐서 재탄생되었다. 도하가 한리타에게 살해당한 점. 그래서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리타의 환생을 떠돌다가 한준오의 몸에 들어간 점. 그리고 초반부에 한리타의 환생인 강영화를 살해하려고 한 점. 이러한 설정을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각색 과정에서 작품의 분위기가 변경되었고, 과거 서사가 간략화되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P001761804.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720pixel
△「정년이, (tvN, 2024)


2024년 하반기에 tvN에서 방영된 <정년이> 역시 원작의 메시지를 변형시켰다. 본 칼럼에서 원작 웹툰 <정년이(서이레, 나몬 작)>을 다루었을 때, 작품의 드라마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 서술했듯이, 본 작품 역시 큰 각색을 거쳤고 원작을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드라마 <정년이>는 방영 전부터 원작 만화와 싱크로율이 높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원작자가 배우 김태리를 참고하여 주인공 정년이를 구상했고, 드라마 <정년이>는 배우 김태리를 캐스팅했다. 다른 캐릭터 역시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 외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영상매체 드라마를 통해 여성국극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춘향전’,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등의 국극을 높은 퀄리티로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가 아닌 공연 실황을 방영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극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했다. 또한, 1950년대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본 작품은 원작 훼손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웠다. 서브 주인공 부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의 빈자리를 다른 인물로 대체했다. (본 칼럼의 2화에서 언급했듯이) 부용은 여성이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지워지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차별과 저항을 이야기하는 작품의 주제와 맞닿는다. 원작에서는 부용의 존재가 작품을 완성한다. 하지만, 부용은 제작진들에 의해 삭제되었다.

지워진 것은 부용뿐만이 아니었다. 드라마 방영을 통해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였을 때 논란이 있을 만한 인물은 전부 제거했다. 고사장 역시 부용처럼 지워졌고, 가정폭력을 당했던 패트리샤는 이혼녀로만 등장한다. 부용의 자리를 주란이 채웠지만, 주란은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여성국극 예술가가 남성 중심 사회로 회귀하는 결말이다. 팬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경우이다. 이로 인하여 드라마 <정년이>는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했다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원작의 첨예하고 저항적인 부분은 전부 도려내고, 아름답고 안전한 부분만을 전시했기 때문이다.

 

<베르사유의 장미>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 다양한 장르로 2차 콘텐츠화되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뮤지컬까지 50년에 걸쳐 끊임없이 관객과 독자를 만났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차례 각색을 거쳤다. 원작은 제작진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변형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초점을 두는 것은 작품마다 다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2차 콘텐츠화 작품 중 가장 본 작품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기 적합한 매체이다.

애니메이션은 장기적으로 방영이 방영되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호흡이 길어야 한다. 2~3시간 내외로 분량을 압축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원작의 사건을 전부 다루기에 충분한 분량이 주어진다. 그 결과, 영화화나 드라마화에 비해서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을 강화하는 데 수월하다. 본 작품은 단행본 1권부터 7권까지(외전 제외) 이어진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41화로 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원작에 없던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각색이 이루어졌다.

본 작품은 불멸의 고전으로 남은 만큼 수차례 공연화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진행했다. 원작은 마리와 오스칼,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공연 특성상 원작의 대서사시를 전부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마리와 오스칼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 말은, 독립적인 구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버전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버전별로 초점을 맞추는 인물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방식을 택했을까.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 EMK 뮤지컬컴퍼니는 본 작품을 뮤지컬화했다. 일본 만화인 본 작품을 기반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탄생했다. 20247월부터 10월까지 초연이 이루어졌다. 또한, (인터미션 20분을 제외하고) 러닝타임 130분으로 기나긴 분량을 압축해야 했다. 본 작품은 오스칼과 앙드레의 사랑과 혁명을 중점으로 전개하는 것을 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는 조연으로 등장했다. EMK 뮤지컬컴퍼니의 작품 중 <마리 앙투아네트>가 존재하는 것이 원인인 듯하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목걸이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와 중첩한다. 그렇기에 제작사는 과감하게 마리를 잘라내는 선택을 했다.

2025년에는 넷플릭스 극장판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가 공개되었다. 마리와 오스칼, 두 여성을 중심으로 내세웠고, 중간중간 노래가 삽입되는 독특한 구성을 시도했다. 페르젠과 마리의 사랑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하지만, 오스칼이 파리 시민의 현실을 깨닫게 하는 로자리 에피소드가 삭제되었다.

이처럼 원작이 동일한 작품이라도 2차 콘텐츠화 과정에서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가 변형된다. 그러므로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는 제작진이 작품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또한, 원작을 통해 허구와 뒤섞여 가공되었던 역사는 다시 한번 제작진의 손에 의해 해석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주제 의식이 변모한다. 그렇기에 각색 과정에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두고, 그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그런데도 계속해서 2차 콘텐츠화하는 이유

앞서 이야기했듯이 시대극 만화를 2차 콘텐츠화하는 것은 큰 우려가 따른다.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할 수도 있고,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극 만화를 영화화나 드라마화, 혹은 공연화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품은 2차 콘텐츠로 변형되어 독자들을 다시 만난다. <고래별(나윤희 작)> 역시 그러하다. 본 작품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시대극이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면서도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본 작품 역시 2026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특정 배우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원작 팬들에게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뿐만 아니라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또한 2차 콘텐츠화되고 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맨스 판타지는 웹소설과 웹툰으로 부상한 장르이다. 대부분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 국가의 특정 시대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모티브로 작용할 뿐,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극 범주 안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역사적 배경을 모티브로 차용하여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맨스 판타지는 서구 역사적 산물 중 아름다운 것들만을 끌어오고, 편집하여 낭만적인 세계를 건설한다. 그러한 점에서 로맨스 판타지는 아이러니한 장르이다. 신분제를 철폐했으면서도 신분제 사회의 상류층을 향한 동경이 담긴다. 이러한 서양 모티브의 로맨스 판타지 작품의 경우, 영상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웹툰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MSG, 티바, 황도톨)>의 경우, 이러한 이질감을 타파하기 위해서 서양풍이었던 배경을 동양풍으로 변경하여 각색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원작의 일부를 차용했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인 <재혼황후(숨풀, 히어리, 알파타르트)>는 원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색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원작 그대로 구현했으리라는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세이렌(생얌, 포야, 설이수)>은 뮤지컬화되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처럼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2차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영상이나 공연,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는 OSMU 전략이다.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약어로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IP를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뜻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한 IP는 다른 장르로 변형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어 실패 확률이 낮다. 대중들에게 충분히 노출되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로 확장되었을 때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IP의 노출 빈도를 증가시키면서 작품이 더 오랜 기간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영상 매체나 공연은 대규모 제작비를 전제로 한다. 대규모 자본이 오가는 사업에서 기존에 대중성과 작품성, 그리고 화제성이 확보된 IP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웹툰과 만화 시장 역시 IP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작품의 2차 콘텐츠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결론. 2차 콘텐츠화와 역사의 재구성

웹툰 IP를 영상화하거나 무대화하여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작품성이 입증된 IP2차 콘텐츠화한다면 대중성과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2차 콘텐츠화의 성공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원천 IP의 인지도 활용은 위험 부담을 줄이는 완충제 역할로 작용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각색 방향이다. 원작의 메시지와 다른 방향으로 각색이 이루어졌는데도 소비자에게 그 어떤 주제 의식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따라서 2차 콘텐츠화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대극 만화는 2차 콘텐츠화를 통해 역사가 각색자의 시선에 담겨 다시 서술된다. 무엇을 중점으로 두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방향이 바뀐다. 제작진의 가치관에 따라서 원작이 변형된다. 시대극 만화에서는 특히 이러한 부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원작은 실제 존재했던 역사를 작가가 해석한 결과물이다. 각색은 그 결과물을 한 번 더 가공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만화와 달리 2차 콘텐츠화된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은 더 많은 영역의 예술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만화는 글과 그림만으로 역사를 구현한다. 하지만, 2차 콘텐츠화는 만화에 비해 거대 인력과 자본으로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역사에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를 실사화한다. 우리는 2차 콘텐츠가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 시대의 산물을 재현하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여러 분야로 확장되었고, 그때마다 초점을 맞추는 사건에 약간씩 차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을 시각화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원작이 프랑스 혁명을 무대로 하며, 원작의 중심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26(강풀 작)>을 영상화한 동명의 영화는 작품의 역사적 사건 구현 방식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작품은 특이한 방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다. 바로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것이다. 본 작품은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다. 작중 현재 시점은 실제 배우가 연기한다. 그러나, 인물의 트라우마인 과거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주요 인물의 가족이 사망하는 장면을 실사화하여 나열하지 않는다. 그들의 과거는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애니메이션은 가상 인물의 전사를 통해서 실제 역사인 5.18 민주화운동을 설명한다. 실사화 영화에서 인물의 전사만 애니메이션으로 진행하는 구성이다. 이는 제작비 절감을 목적으로 원작을 삽화로 사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연출이다. 하지만, 이후 움직이지 않는 웹툰 삽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변경되었다. 전 세대의 관객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증언하며, 그들이 역사적 사건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니메이션은 긴박하고 다급하며 절박했던 역사적 트라우마를 거친 선과 빛바랜 색감, 색수차 효과, 낮은 채도 등을 이용하여 생생하게 표현한다. 작품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으로 인물의 전사를 구현한다. 또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인물들이 다음 세대를 걸쳐 이어가는 것을 표현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현하고, 증명한다.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26>이 유일하게 이 기법을 차용했다. 시대극 만화의 2차 콘텐츠화는 대중에게 역사적 사건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며, 역사를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록한다.

실존했던 특정 시대의 모티브만을 가져온 가상 역사극의 분야 확장 또한 주목해야 한다. 역사 배경의 낭만적인 부분만을 빌려 재설계한 세계를 2차 콘텐츠화하려는 시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매체의 전환이 발생했을 때 배경을 구현해 내는 방식이 가장 큰 숙제이다. 뮤지컬 같은 공연은 무대적 허용으로 만화의 세계를 구현해 낸다. 하지만, 영상 매체는 비현실성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로맨스 판타지처럼 가상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IP는 서양풍을 동양풍으로 바꾸거나, 서양풍을 유지하되 해외 촬영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실사화와 그로 인한 사업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작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고, 설득력 있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실사화한다면 2차 콘텐츠화 산업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렇듯, 시대극 만화는 OSMU 전략의 관점에서 유의미하다. 시대극 원작의 2차 콘텐츠화는 시대극 작품의 수명을 연장하며, 역사적 사건의 담론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시대극 만화의 분야 확장은 고무적이다. 원작 IP의 매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중심이 되는 축을 보존하면서도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각색이 이루어진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원작 IP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진이미지

강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