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 장르 붕괴 시대 속, 웹툰 산업의 구조적 한계
노블코믹스 중심의 웹툰 산업 구조가 스토리 부재 및 장르적 편향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진단한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인간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다.
2020년 초,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 선언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활 양식의 변화에 한 획을 그었다. 2019년 말에 처음 등장했던 이 바이러스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그저 단순한 감기 증상에 그치며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곧바로 웃돌았다.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진되며, 감염과 죽음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과정으로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세웠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발생 초기의 상황에서 국가 의료 체계에 대한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고, 국가 차원의 입국 제한, 방역 조치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정책 등 사회 전방위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봉쇄 기조는 인간이 누리던 전반적인 생활 양식을 ‘오프라인 대면’에서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반강제적 전환을 불러일으킨 발화점이 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동향1)’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 시장 매출 전년 대비 6.0% 하락했지만, 온라인 유통 시장의 매출은 17.5% 증가했다. 특히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3월, 오프라인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하락하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 전환 현상은 경제·사회·종교·교육 등 모든 분야에 침체를 불러왔다. 하지만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인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문화(文化)’였다.
오프라인 문화의 침체기, 온라인 문화의 부흥기.
팬데믹 초반, 일상 속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여가 활동이었던 영화, 방송, 관광, 관람 등 ‘대면(對面)’ 문화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 확산, 여기에 정부의 봉쇄 정책까지 더해져 매출이 그야말로 고꾸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2)’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가 감소한 5,104억 원을 기록하였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omscore는 2020년 전 세계 극장 매출 규모를 2019년 425억 달러에서 71%가 감소한 124억 달러로 추산한다고 말하였다.
반면에 ‘비대면(非對面) 콘텐츠’란 온라인 플랫폼이나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비되는 문화·정보 콘텐츠를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Netflix와 같은 OTT(Over-The-Top, 공개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디지털 서비스), 온라인 공연, 음악, 디지털 출판 등이 포함된다. 즉, 소비자와 제공자 간의 물리적 상호 작용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연결로 이어지는 소비자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이다.
바깥 문화를 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점점 집이라는 공간으로 고립되어 갔다. 하지만 고립 환경에서 질병의 공포감은 무뎌지고,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비대면 콘텐츠 산업이 사람들을 반강제적 고립에서 자발적 고립으로서 이끌기 시작했다. 단순한 일상 적응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이 디지털 소비 패턴 중심으로 개편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비대면 콘텐츠는 이전부터 모바일의 OTT 서비스를 기반으로 꾸준히 일상 속 소비 체류 시간을 확대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하나의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전 세계적 문제이다 보니 비대면 콘텐츠 산업이 자연스레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국가 차원에서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까지 확대되어 그 트래픽과 매출 수치가 전례 없이 급증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콘텐츠산업조사3)’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에서 게임, 디지털 만화 등 비대면 중심의 산업군이 15%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2022년 발표한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4)’에 따르면,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41%에서 2020년 약 72%, 2021년에는 81.7%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팬데믹이 콘텐츠 산업에 있어 소비 방식의 구조적 전환을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각 관계 부처가 2020년 9월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성장 전략5)’을 합동 발표하였다. 이때 비대면 환경 변화에 대한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속한 대응으로서 유통 인프라 구축, 콘텐츠 제작 및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더욱 이끌었다.
웹툰(Webtoon) 글로벌 전성기,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이처럼 비대면 온라인 중심의 문화 향유를 위해 전 세계 소비자가 이동하던 시기,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비대면 친화 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웹툰’ 콘텐츠가 급부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2022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6)7)’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유료 결제 경험은 20대가 2021년 53.9%→2022년 57.0%, 30대는 2021년 46.5%→2022년 55.0%로 조사되었으며, 또한, 주 1회 이상의 유료 결제 빈도 또한 20대는 2021년 22.9%→28.8%, 30대 이상 연령대에서 2021년 대비 3% 안팎의 상승률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이용 시간이 증가한 조사 결과와 연결 지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고립된 시간이 증가함으로써 위에서 언급한 비대면으로의 소비 방식 전환에 따른 수치로 볼 수 있다.
웹툰이 주목받은 이유로는 타 분야보다 팬데믹 시대의 단시간 몰입형 소비 패턴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웹툰 콘텐츠 특성상 세로 스크롤 형식, 1주일이라는 짧은 소비 주기, MZ 세대의 SNS 공유 용이성 덕분에 팬데믹 상황에서도 접근성과 확산력이 타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 타 분야와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른 생산과 소비 구조의 간결함으로 비대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상 콘텐츠는 프로젝트별 제작비와 인력 투입이 웹툰 프로젝트에 비해 기본적으로 몇십 배가 크고 총제작 기간 또한 기본 2년 이상으로 긴 편이지만, 웹툰은 디지털 드로잉과 플랫폼 업로드만으로 글로벌 동시 서비스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제작 효율성과 글로벌 보편성을 동시에 지닌 장르로서 비대면 문화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실 팬데믹 이전의 웹툰 산업은 1조 원이 채 되지 않은 시장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글로벌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보이는 웹툰 산업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았기에 이렇다 할 확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국내 웹툰 시장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위기를 자신들의 기업 확장이라는 기회로 여기고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이다.
웹툰계의 양대 산맥인 두 기업은 긴 시간 동안 축적했던 킬러 콘텐츠를 필두로 세계 경제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2021~2022년 사상 최대치 매출을 달성하며 웹툰 콘텐츠 IP 사업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또한, 시스템적으로 미흡했던 해외 플랫폼을 보완하면서 완전한 모습을 국내외적으로 입증하였다. 여기에 해외 대형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여 보유 IP와 플랫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대형 OTT, IP 기업들과의 연계사업을 행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웹툰이란 콘텐츠를 각인시켰다.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가 굴린 스노우볼로 인해, 웹툰 업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글로벌 전성기를 맞이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라는 거대 자본 플랫폼의 비즈니스 역량을 바탕으로 자사 IP를 다양하게 변환시키면서 회사 가치를 높여나가는 흐름 속에서, 정부 및 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이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엔데믹 이후의 웹툰 산업 흐름.
하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는 이미 정체기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은 늘었으나 결제율은 정체되었고,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콘텐츠의 부작용 또한 커지는 것은 분명했다. 비대면 콘텐츠의 급성장은 새로운 경쟁 논리를 불러온 것이다.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 간 경쟁은 ‘더 짧게, 더 자극적으로, 더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품의 서사나 장르적 다양성보다는 클릭률과 체류 시간을 높이는 ‘트렌드형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웹툰 산업은 비대면 시대의 승자처럼 보였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서는 서사 중심 구조의 약화와 장르 편중화 또한 심화되며 장르 붕괴의 조짐이 시작되고 있었다.
경제학의 ‘산업수명주기 이론(Industry Life Cycle Theory)’에서는 모든 산업이 도입기, 성장기에 이은 성숙기와 정체기, 쇠퇴기를 거치며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고 설명한다. 웹툰 산업의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였는데, 이후 자본 투자를 통한 양적 확대를 지향하며 규모의 성장으로서 2020~2022년 팬데믹에 이르러 매출과 이익이 극대화되는 급속 성숙기를 겪었다.
그러나 2024년 엔데믹(Endemic, 감염병 주기적 유행) 선언 이후, 플랫폼 간 경쟁 심화와 소비자 이탈로 정체기의 초기 신호를 드러낸 뒤, 현재는 매출과 이익이 하락하며 쇠퇴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 산업에서는 노동 투입의 제약으로 인하여 자본 투입에도 반응하지 않는 성장 한계가 발생했다. 기존 인기 작가는 매출이 발생하는 작품을 계속 제작하고, 신규 작가는 인기 작가에게 가려져 대부분 소비자에게 노출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수가 늘었지만, 관심은 특정 장르에 집중되고 흥행 패턴은 반복된다. 또한, 사업자 측면에서는 엔데믹 이후 벌어지는 오프라인 콘텐츠 매출의 회복과 반대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자극 변화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매출과 이익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숙기의 확장 피로’와 ‘정체기~쇠퇴기의 과도기적 단계 아래에 구조적 재편’이라는 교차점에 서 있는 웹툰 산업. 산업수명주기 이론에 따라 현재 웹툰 산업은 정체기를 탈피하고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기술 혁신에 의한 질적 개선 시도, 글로벌 시장 개척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AI 기술을 활용한 작업의 숙련, 관리시스템 개선, 제도 개혁’ 등이 질적 개선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웹툰 콘텐츠 IP의 근본인 ‘스토리’ 측면에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은 많은데, 읽을 작품은 없다.
현시점에서 ‘스토리의 부재’는 웹툰 종사자로서 최우선으로 꼽는 문제이다. 웹툰은 만화와 웹서비스 기술이 결합하여 새로운 산업 장르로 확장된 한국 특유의 융복합 서비스로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어떤 장르와 섞어도 시너지를 일으키는 콘텐츠 확장력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그림과 스토리를 기본 구조로 하는 웹툰의 특성은 텍스트 기반의 다른 소스들이 필요로 하는 시각화와 영상화를 마쳤다는 강점을 내세우며 콘텐츠의 장르 전환, 상품화 등의 사업 전략을 펼쳐 왔다. 여기에 타 분야보다 저렴한 제작 비용 또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웹툰의 무한한 확장 과정에서 ‘스토리’의 낮은 질적 수준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토리 부재의 원인은 산업의 구조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대의 흐름이 아닌, 산업 구조가 만들어낸 장르 편향의 결과이다. 특히 양산형 스토리가 반복되면서 인기/비인기 장르 간 경계가 굳어지고, 이것이 스토리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사의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장르를 구분하던 핵심 설정(세계관의 깊이, 캐릭터들의 동기, 작품의 주제 등)이 사라지고, 결국 모든 작품이 양산형 서사로 집중되는 것이다.
웹툰의 흥행을 이끈 스토리, 대우는 찬밥 신세
과거 우리나라의 만화 작가는 한 작품에만 집중해야 하는 구조에서 전력을 다해 작품에 임해야 했으며, 숙련된 문하생의 보유가 작품의 질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오리지널 웹툰은 주로 소수 보조 인력만을 두는 1인 생산 방식으로, 대개 1주일이라는 빠른 업데이트와 스낵컬처 식 성격이 강하여 스토리 라인이나 연구를 통한 기획물에 대한 비중이 작다.
작가 양성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도 대부분 원고와 그림 중심으로,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최근까지도 콘텐츠 스토리 측면에서 지원사업이 진행되지만 대부분 웹툰은 제외되는 형세다. 또한, 지나친 작가 중심의 생산자 지원 구조로 인하여 기획자 및 스토리 종사자의 2차 인력 양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질적으로 높은 스토리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편집부의 프로듀싱 능력을 중시하며, 오랜 기간 독자들도 학습되어 2차 편집 검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출판만화 시장 일본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스토리' 문제점 분석(구조) : 플랫폼이 낳은 아이러니
플랫폼은 검증된 인기 장르(로맨스, 현대판타지, 무협, 액션물) 및 성인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매년 공모전을 유치하였다. 이는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며 사업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단기 전략인데, 이에 집착한 나머지 산업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독창적인 스토리의 깊이에 대한 2차 인재 양성에 실패했다.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웹툰 서사의 실험이 사라지고, 흥행 코드가 유사한 작품이 반복 생산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장르의 편중화’와 ‘서사와 캐릭터의 평면성’이라는 문제가 구조적으로도 굳어지는 형세다.
먼저 오리지널 기획은 사업자에게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콘텐츠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점차 배제되었고, 검증된 웹소설 원작을 토대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노블코믹스 기획 전략이 수렴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과 제작사의 노블코믹스 중심 산업 구조는 작업 공정상 다수의 인력이 투입될 수는 있지만, 스토리의 창작 다양성을 약화하고 장르적 변주보다는 양산형 스토리의 흥행 공식을 반복 복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콘텐츠 수익 효율은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작가의 창작 다양성과 PD의 프로듀싱 개입 여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곧 웹툰 산업의 단기 성과 확보라는 명목 아래 오리지널 서사 발굴을 저해하고, 스토리 발전 측면에서 구조적 정체를 불러오는 핵심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매년 공모전을 하는 것은 분명 작가가 등단할 좋은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캐릭터와 서사에 대해 충분히 깊이 있는 문화를 형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산업에서 공급자에 해당하는 작가의 나이가 어려서 훌륭한 작품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개인 작가 천재성에 의지하는 방법일 뿐, 산업 전체적으로 웹툰 콘텐츠의 질을 발전시키는 구조적 전략이라 보긴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거시적 흐름은 장기적으로 점차 독자 신뢰를 훼손한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은 갈수록 고도화되어 개인의 취향에 맞춰서 매출이나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높은 작품을 노출하며, 시장의 소비자 전체가 도파민 자극 중심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네이버웹툰의 2025년 상반기 미국 공시8)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ARPPU(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유료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하였지만,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MPU(Monthly Paying Users, 월간 유료 사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 8.1% 하락하였다.
이는 플랫폼에서 증가하는 작품 수를 기반으로 추천 서비스를 활용하여 충성 고객의 소비를 이끌고는 있지만, 기존의 피로해진 유료 결제 고객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플랫폼 규모 또한 축소되는 것을 뜻한다. 즉, 플랫폼의 단기 효율 논리가 결과적으로 콘텐츠 생태계의 장르 편중화를 이끌며 산업을 스스로 파괴하는 구조적 역설을 낳은 것이다.
스토리 중심의 웹툰 질적 향상을 꿈꾼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하고 엔데믹 시절까지 웹툰 전문 플랫폼과 제작사는 우후죽순 증가했었다. 다만, 이것은 웹툰의 과다 생산을 불러일으켜 작가들이 작품의 초기 이목을 끌기 위해 그림의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는 원인이 되었고, 인기 작가가 수입을 위해 작품을 다작하며 작품에 몰두하는 집중력을 잃게 함으로써 스토리 부재의 문제점을 가속했다. 이는 곧 앞에서 언급한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웹툰의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하는 원인이다. 결국, 엔데믹 선언 이후 스토리의 부재라는 악순환 반복, 자본 운용 및 BM을 통한 사업체 운영의 실패로 플랫폼이 해외 사업을 축소하거나, 제작사가 도미노 도산하며 불황의 늪에 빠지는 상태다.
그럼에도 플랫폼과 제작사는 현상 유지 전략을 취하는 중이다. 고정 소비자층의 누수를 막고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더 폭력적이고 더 선정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성인’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은 서사가 발생하는 구조가 주로 개연성이나 필연성과 같은 합리적 구조가 아닌 우연성에 의존하며, ‘성애’ 장면에 치중한 나머지, 서사에는 우연성만 남게 되면서 스토리 완성도는 떨어진다. 대형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작가들 역시 협업을 통한 일반 작품의 질적 향상보다는, 성인물을 차기작으로써 제작하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으며 플랫폼 상위 순위권에도 작품 수가 비교적 적은 성인물로 도배되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9)’에서 3,448명에 해당하는 웹툰 이용자들의 이용 선택성 1순위를 조사한 결과, 20~50대의 남녀에서 웹툰 ‘소재/스토리’가 좋은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선정되었다. 또한, 동 기관의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10)’에서는 창작자와 CP사가 오리지널 웹툰 기획을 통해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작품들이 점점 증가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뒤이어 노블코믹스 중심의 작가들이 오리지널 작품을 창작하는 데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일부 대형 제작사만이 안정적인 기획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이 외에 다수의 보고서는 외국의 기존 오프라인 만화 시장에 맞서 웹툰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현지 문화 요소를 이해한 상태에서 일단 스토리가 풍성하고 번역이 잘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산업 전반이 AI 기술 적용, OSMU 확장 등 웹툰의 매체별 IP 확장 시기로 집중하고 있다. 이 시기에 스토리 품질을 기준으로 한 질적 재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웹툰은 그저 양산형 서사에 머무르며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기술 혁신만이 발생하고 서사의 깊이와 완성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웹툰은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결국 웹툰의 OSMU 사업과 해외 진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조건은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있다. 지금의 웹툰 산업은 더 이상 ‘양적 성장’으로 산업의 미래를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스토리의 완성도와 장르의 다양성, 그리고 창작 생태계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이 트래픽 중심의 구조를 넘어 스토리와 기획 인력에 대한 장기적 투자 시스템을 갖출 때, 비로소 웹툰 산업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한층 더 진화한 산업의 새로운 도입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의 미래는 ‘서사에 기초한 소비자의 공감 회복’에 달려 있다.
PD로서 웹툰이라는 콘텐츠에서 사람들의 이목은 그림체가 끌지만, 그들을 붙잡고 이끄는 힘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일이든지 기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웹툰이란 스토리 콘텐츠의 초석인 스토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자연스레 2차 저작물 시장이 형성되고 해외 진출 또한 성공의 길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정체기에 이르러 콘텐츠 무한 확장만을 추구하는 웹툰 산업계에서 ‘스토리의 부재’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이어지는 4화에서는 웹툰 IP의 OSMU 확장 전략에 대하여 2차 사업이 어떤 기준과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를 다뤄보고자 한다.
[자료 출처]
1)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대한민국정책브리핑 브리핑룸』, 2020.07.30., 1-3쪽,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403666>
2) 영화진흥위원회,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KOFIC(영화진흥위원회)』, 2021.04.19., 3-4쪽.
3)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2022년 실시」,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2023, 66-70쪽.
4) 김윤화,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 『KISDI STAT Report』, 2022.04.15., 2-3쪽.
5)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대한민국정책브리핑 브리핑룸』, 2020.09.24., 1-3쪽,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412862
6)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12.22., 35-36쪽.
7)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12.14., 35-36쪽.
8) WEBTOON Entertainment Inc., 「Form 10-Q: Quarterly report for quarter ending June 30, 2025」,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25.09.13., <https://www.sec.gov/ix?doc=/Archives/edgar/data/0001997859/000199785925000102/wbtn-20250630.htm>
9)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11.29., 35-37쪽.
10)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12.24.,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