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속 사람들 : 작가의 성공 이면에서, 시스템 속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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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로 보는 웹툰 산업 현황과 미래

산업 요소별 구조 및 역할에 맞춰 엔데믹 이후 발생한 웹툰 산업의 구조적 피로도를 이해하고, 웹툰 산업의 미래를 통찰한다.

2026-02-01 공동운

1. 서론: 엔데믹 이후, 웹툰 산업은 왜 피로해졌는가

지난 몇 년간 웹툰 산업은 빠른 성장을 경험했다. 그 성장의 배경에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사람들의 시간과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웹툰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 수는 상승했고, 글로벌 플랫폼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제작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작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짧은 호황은 웹툰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기획·제작·투자 모두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었다.

당시 웹툰 산업 확장은 단순히 히트작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 증가, 공급 확대, 투자금 회수의 안정성이라는 3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독자는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받아들였고, 제작사는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작품을 더 많이 만들었으며, 플랫폼과 투자사는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기반으로 다음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엔데믹 선언 이후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독자는 작품 시작에 신중해졌고, 결제 및 완독률은 모두 하락하기 시작했다. 공급을 담당하는 제작사들은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 속에서 작가 인력난과 제작비라는 부담을 동시에 겪게 되었다. 자본 역시 수요가 줄어들자 예전만큼 빠르게 회수되기 어렵게 되었다. 반복되는 패턴과 예측할 수 있는 서사가 독자의 소비 속도를 늦추자, 수익이 정체되고, 회수 기간은 길어졌으며, 투자 구조는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였다. 겉으로는 경기 변동이나 일시적 침체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은 웹툰 산업의 짧은 역사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어느 하나가 균형을 잃으면 다른 요소들이 이를 완충 작용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수요, 공급, 자본의 균형이 모두 무너진 채 서로를 압박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 산업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피로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성장 둔화나 일시적 부침이 아니라, 산업의 핵심 구조가 스스로 피로를 만들어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앞선 1~6화에서 다뤘던 다양한 문제들은 이 구조적 피로의 전조였다. 엔데믹 이후 웹툰 산업은 겉으로는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전 방식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신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성장의 속도는 둔화했고, 그 빈자리를 구조적 피로가 채우기 시작했다.

플랫폼에서는 KPI 중심의 운영 방식, 제작사에서는 반복되는 장르와 패턴, 작가의 스토리 방향성과 편집 기능의 부재, 분업화 양식의 비표준화, 수익 분배 구조의 불균형, OSMU 확장 전략의 한계 등은 모두 각기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구조적 압력에서 파생된 현상들이다.

이에 이번 7화에서는 웹툰 산업 요소인 독자로서의 수요, 제작사로서의 공급, 투자로서의 자본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여 산업 전반에 누적된 구조적 피로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세 개의 요소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산업의 미래 재설계를 통찰하고자 한다.


2. 수요의 피로: 반복된 콘텐츠가 만들어낸 '독자 만족'의 저하

엔데믹 선언 이후, 웹툰 산업에서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지점은 독자의 태도였다. 독자는 여전히 웹툰을 본다. 앱을 삭제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소비를 중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웹툰을 소비하는 방식은 분명히 달라졌다. 앞선 시리즈에서 확인하였듯이 플랫폼별로 전반적인 이용자 수는 감소하였고,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유료 전환 또한 둔화하였다. 또한, 독자의 작품 중반 이후 완주율 하락과 동시에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뚜렷하게 높아졌다.

이는 단순히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독자가 마음속에서 지출을 배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팬데믹 시기, 웹툰은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는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이었지만,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되면서 웹툰 소비는 다시 다른 여가들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위치로 돌아온 것이다. 그 결과, 독자는 작품 한 편을 계속 따라갈 만한 만족과 동기가 있는지를 이전보다 더 까다롭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이 변화의 이면에는 웹툰 산업이 장기간 반복해 온 구조가 있다. 수년간 플랫폼과 제작사는 증가하는 수요를 전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플랫폼은 확실한 성과 예측이 가능한 장르와 패턴을 선호했고, 제작사는 이 기준에 맞춰 안정적인 구조를 반복 생산해 왔다. 그 흐름 속에서 특정 장르와 플롯이 지나치게 최적화되면서, 작품이 서로 닮아가는 소위 양산형 작품들로 인해 웹툰의 참신함은 줄어들었다.

, 독자 관점에서 작품은 많아졌지만 신선함의 경험은 줄어들었다. 한두 작품에서 재미있게 소비되던 구조가 수십, 수백 작품에서 반복되자, 독자는 자연스럽게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반복성은 독자의 패턴 학습을 빠르게 촉진했다. 독자는 웹툰을 오랜 기간 소비한 만큼 장르적 관습과 서사의 공식을 예상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작품을 펼쳐보는 순간부터 스토리 전개와 감정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되었다.

문제는 웹툰이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작품의 재미 상당 부분을 잃는다는 데 있다. 감정적 기복을 만들어내는 서사적 장치가 패턴화되어 고정되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독자를 자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품은 익숙함 속에서 소비되다 말거나, 몇 회차만 보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결국, 이는 독자가 갑자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이 오랫동안 반복한 서사 구조가 독자의 감각보다 먼저 노화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플랫폼에 들어가면 넘쳐나는 비슷한 작품 속에서, 독자는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판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작품 표지와 줄거리는 엇비슷하고, 장르는 무색해졌으며, 추천 알고리즘은 일정한 구조의 작품을 계속 노출한다. 이렇게 독자는 실제로 작품을 보기도 전에 이미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결국 익숙한 몇 작품만 반복하거나, 아예 새로운 작품을 보지 않게 된다. 탐색 비용이 증가할수록 독자는 선택을 회피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작품의 결제율과 플랫폼 체류 시간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처럼 수요의 피로는 단순히 독자의 이탈 문제라기보다, 독자가 작품을 시작하지 않고, 오래 머물지 않으며, 결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 플랫폼 산업에서의 소비자 문제에 가깝다. 산업이 기대하는 매년 늘어나는 수요의 성장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독자 수와 그들의 감정적 여력은 한정되어 있고, 반복되는 서사는 아쉽게도 그 여력을 활성화하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수요 피로는 산업 성장 모델의 첫 번째 축을 무너뜨리고, 그 충격은 산업의 공급과 자본 구조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


3. 공급의 피로: 양산형 과부하가 일상이 된 제작 생태계

수요 피로가 독자의 선택에서 드러난 변화라면, 공급 피로는 산업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누적된 문제다. 독자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소비하지 않기 시작하자, 그 충격은 금세 제작 생태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작품에 대한 독자의 완주율이 낮아지고 초기 이탈률이 높아지자, 제작사는 같은 비용을 들이고도 과거보다 낮은 성과를 맞닿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에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수요를 위해 더 많은 작품을 요구하였고, 제작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작품을 공급했었다. 다만, 엔데믹 이후 공급의 과부하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줄어들지 않는 제작 지출이라는 공급 구조가 자연스럽게 압박받기 시작했다.

먼저 노블코믹스 웹툰 제작에서 관찰되는 주요 문제는 인력난과 분업화 구조의 병목 현상이다. 스토리, 콘티, 작화, 배경, 채색, 편집 등 여러 단계가 연결된 분업화 구조에서는 어느 한 단계라도 속도가 느려지면 전체 일정이 영향을 받는다. 팬데믹 시기에는 제작사가 공격적으로 신작을 늘렸지만, 그 과정에서 인력 충원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가장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작화 단계에서는 주간 연재라는 극도로 빠른 생산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지며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중이다.

개인 작가가 만드는 오리지널 웹툰의 경우에는 스토리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웹툰 산업이 오랜 기간 스토리 개발을 작가 개인의 책임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산업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선 화에서 언급했듯이 스토리 작가나 웹툰 PD에 대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및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작의 책임이 대부분 작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고, 이는 일정이 촉박할수록 더 큰 부하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지난 6화에서 살펴보았듯이 플랫폼에서 최근 휴재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휴재는 작가의 권리가 아니라 마지막 선택지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상위권 작가일수록 작품을 휴재하면 독자의 이탈이 가속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우며,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창작의 고갈을 초래한다. 창작은 체력이 아닌 감정과 사고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소진되면 작품의 감정선이 흔들리고 캐릭터의 행동 동기가 약해지며, 서사의 일관성까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의 구조는 결국 서사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작품 전반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초반 집중도가 중요한 웹툰 시장에서는 미세한 완성도 저하가 독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탈이 증가하면 작품의 수익성은 더 낮아지고, 제작사는 일정과 품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 공급 피로는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 독자 이탈, KPI까지 전 과정이 동시에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다.

공급 피로를 가속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제작비 인플레이션이다. 엔데믹 이후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했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작품당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커졌다. 문제는 수요와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제작비 상승은 제작사 입장에서 위험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작품 한 편의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 기획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감수하기 어렵고, 이는 작품의 구조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든다. 장르, 서사, 캐릭터 모두 양산형 패턴을 따르게 되며, 이는 다시 독자의 피로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수요 피로와 공급 피로는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다. 산업 내부에서 이 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웹툰 산업은 단순한 성장 둔화를 넘어 체력적 고갈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 생태계의 불안정성은 결국 자본 구조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전가되는 중이고, 투자 자본의 판단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4. 자본의 피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가 산업 전체의 확장 속도를 늦춘다

플랫폼, 제작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회수하지만, 동일한 전제로 움직인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수요는 확장되고, 공급은 이를 따라가며, 투자금은 일정 기간 안에 회수된다는 정설은 곧 엔데믹 선언 이전까지는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지금껏 제작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수요는 정체되었고, 작품당 평균 매출은 이전만큼 상승하지 않으면서 공급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었다. 물론 작가 측면에서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제작사의 관점에서는 작품당 고정비가 많이 늘어나는 산업 구조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자본의 피로는 단순히 투자금이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투자금이 줄어드는 것은 결과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웹툰 제작비의 회수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회수에 대한 투자사의 불안이 모든 의사 결정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하다고 판단될 때, 투자사는 투자 규모를 줄이고 제작사는 제작 물량을 축소하며, 플랫폼은 회수가 보장된 작품만 선택하려 한다. 작품당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 결국 기획 단계에서의 도전은 줄어들고, 수익성이 보장된 양산형 제작이 반복되며 다양성은 축소되는 것이다. , 자본 피로는 산업의 확장성을 축소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자본 피로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불균형한 계약 구조다. MG 계약은 플랫폼과 제작사의 투자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장점이 있지만, 위험 요소 분담이라는 측면에서는 기업에 더 많은 부담이 집중된다. 그나마 플랫폼은 비교적 적은 금액에 매출 기반으로 정산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회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제작사는 제작비를 선지급한 후 성과를 통해 이를 회수해야 하므로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곧바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엔데믹 선언 이후 독자의 소비 패턴이 불안정해지면서, 이 구조적 위험성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점점 기획 단계에서 보수적인 선택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웹툰에 대한 투자 시장이 움츠러드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5화에서 다뤘듯이, 웹툰 IP의 수익성을 확장한다는 OSMU는 그 자체로 안정적 수익 모델이 아니며 일부 메가 IP만이 실질적인 수익을 만든다. 또한, 해외 시장의 서비스 과정에서 필요한 현지화, 제작비, 마케팅비 등을 고려하면 기업이 회수할 수 있는 수익은 더 제한된다. 이러한 OSMU 제작 및 글로벌 서비스 비용이 상승하면서 웹툰 시장의 위험 요소는 더 커졌고, 이는 플랫폼과 제작사의 사업 전략을 더욱 보수적으로 향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본의 피로가 단순히 투자 규모 축소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이 피로해지면 산업의 움직임 전체를 위축시키고, 창작과 공급의 회전율이 떨어지며, 작품의 다양성이 점점 줄어든다. 이 현상은 다시 독자의 수요 피로를 자극하고, 피로해진 수요는 다시 공급을 위축, 위축된 공급은 또다시 자본 시장을 경직하며 악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자본의 위축된 흐름 속에서는 웹툰 산업이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워진다. 거기다 지금의 웹툰 산업에서 미래는 예측 가능한 선형이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내외부 변수가 얽혀 있는 복잡한 곡형이다. 독자의 행동도 예측하기 어렵고, 제작비도 안정적이지 않으며, 글로벌 성과 역시 초기 기대만큼 단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는 플랫폼과 제작사 그 누구도 자신 있게 확장 전략을 펼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웹툰 산업은 수요, 공급, 자본이란 세 축의 피로가 함께 쌓이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내부 에너지를 소비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피로가 모두 산업 내부의 구조적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물론 경기 침체나 국내외 시장성 변동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주지만, 핵심은 산업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성장 논리가 엔데믹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제를 버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팬데믹 호황기 동안 형성된 확장 중심의 구조는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유효했지만, 성장의 속도가 늦춰졌을 때 발생하는 부담을 흡수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가 구조의 여러 부분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가 서로 전달되며 피로를 증폭시키는 시스템이 되었고, 지금 산업의 문제는 그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인 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악순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끊어내는 일이다. 수요, 공급, 자본의 누적된 피로로 인한 위기는 각각의 영역에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개선되지 않는다. 세 요소를 동시에 개선하고, 서로의 부담을 완충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정립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해야 이 피로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일까. 


5. 산업 재설계: 피로를 줄이는 구조로의 전환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피로는 단순히 시장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성장기에 형성된 여러 구조가 더 이상 산업을 지탱하지 못하게 된 데서 초래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먼저 수요 구조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엔데믹 이후 독자는 반복된 장르와 익숙한 서사만으로는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앞선 시리즈에서 다뤘듯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스토리 구조와 감정선의 질적 완성도이다. 그런데도 플랫폼이 기존과 같이 조회수와 전환 중심의 KPI 측면에서 작품을 판단하면 시장은 다시 양산형 반복 생산 체계로 회귀할 것이다. 이에 독자의 감정 흐름과 몰입 지점을 정교하게 관찰하고, 작품의 경험 가치를 스토리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곧 단순한 알고리즘 개선이 아니라, 독자를 콘텐츠 소비의 주체로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두 번째로 공급 구조의 재설계이다. 현재의 주간 연재를 기준으로 한 작가의 고강도 노동 구조 측면에서 오리지널 웹툰의 서사적 완성도는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스튜디오의 분업화 방식은 작업 속도는 빨라졌으나 장르의 다양성을 축소하여 독자의 이탈로 이어진다. 지속 가능한 제작 생태계를 위해서는 창작 노동을 적절히 분산시키고, 스토리에 대한 인재 육성을 제도적으로 확장하는 제작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작품의 시즌제, 일정 수준에 다다랐을 때 플랫폼 측면에서의 완결 또한 창작자에게 리듬을 되찾아줄 수 있는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제작사 및 작가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자본 구조 역시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 MG 계약은 제작사가 투자자로서 위험 요소를 안기에, 기획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보수적 선택을 유도한다. 이는 투자 흐름을 위축하게 만들어 작품의 다양성을 약화하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양산형 스토리의 반복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든다. 다만, 제작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 구조를 유지하면, 산업은 점점 더 좁은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플랫폼과 제작사가 일정 부분 위험을 공유하는 단편 제작, 제작위원회, 단계적 보전, 세액 공제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수록, 기획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역시 단순한 수출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국내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하는 형태였지만,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한 지금은 현지 작가를 통한 창작과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제작 협업 등 다층적 생산 구조가 필요하다. 앞선 5화에서 논하였듯이, 글로벌 성공 조건인 지역별 감정 코드와 서사 문법을 고려하여 오리지널 웹툰을 기획한다면, 국내 시장의 피로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미래를 위한 웹툰 산업 구조의 재정립

콘텐츠 산업 재설계의 핵심은 단순하다. 동일한 패턴의 반복을 줄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부담을 나누고,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독자의 감정을 중심에 두고, 창작자가 지속할 수 있으며, 자본이 장기적 관점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 이 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지금의 피로는 완화되고 콘텐츠 산업은 다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세 가지 피로는 1~6화에서부터 다룬 개별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거시적 구조로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플랫폼은 많은 작품을 확보하여 수익성만 좇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의 감정 경험을 정교하게 이해하여 다양한 감성이 함양된 작품을 추천하고 배치해야 한다. 제작사와 작가는 속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창작의 리듬을 회복하면서 서사의 질적 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자본은 단기적인 투자·회수 구조에서 벗어나 기획의 폭을 넓히는 도전적인 방식으로 본인들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인 개선이 함께 어우러지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웹툰 산업의 문제는 언제나 구조와 연결 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미래의 웹툰 산업은 개별 요소의 개선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적 재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그 재정립은 거창한 혁신이나 기술 도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고 확장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웹툰 산업이 성장하는 산업에서 지속되어야 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기존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획과 제작,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면, 산업은 기존에 반복되던 피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웹툰 산업의 미래는 확장이라는 단일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장르나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서사 방식과 제작 포맷, 지역별 창작 생태계 및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산업의 체력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창작의 가능성을 무한히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독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나가는 매체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웹툰 산업이 이를 중심으로 움직일 때, 구조적 재설계는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웹툰 산업이 분명히 전환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산업을 지탱하지 못하고, 새로운 방식은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도기는 위기가 아니라 다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산업의 미래는 이러한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 있다. 구조가 바뀌면, 산업은 다시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웹툰 산업이 맞이하고 있는 변화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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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운

글쓴이 공동운은 웹툰 플랫폼 MD와 제작사 PD를 거쳐 다수의 작품을 프로듀싱한 웹툰 콘텐츠 전문가로서,
현장 실무 경험과 기획·제작 전문성을 토대로 저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