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속 사람들 : 작가의 성공 이면에서, 시스템 속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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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와 현실의 간극

고료·MG·매절 등 용어의 이해, 표준계약서와 실제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을 파악한다

2026-01-01 공동운

■서론

웹툰 산업에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것은 단순히 계약 조항의 통일을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플랫폼 중심의 급격한 시장 확장 속에서 열정페이와 불투명한 정산, 저작권자를 향한 과도한 권리 요구, 매절 계약, 저작권 양도, 구두 합의 후 번복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창작자를 위한 법적 표준이 필요했다. 특히 웹툰이 단순한 플랫폼 연재를 넘어 다양한 IP로 파생되다 보니 저작권 구조가 과거 출판 중심의 만화계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복잡성을 띠기 시작했다. 누가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분배하는가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없으면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예방하고자 웹툰 연재 계약서, 공동 저작 계약서, 이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용 허락 계약서 등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배포했고, 이를 통해 최소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창작자가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협상하더라도, 실제 계약서는 플랫폼과 제작사의 운영 구조에 맞춰 다시 작성된다는 점이다. 플랫폼에 따라 정산 구조와 기준이 다르고, 제작사마다 MG 지급 방식이 다르다. 또한, 같은 작품이더라도 국내 연재 계약과 해외 공급 계약, 2IP 계약이 서로 다른 권리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웹툰 산업은 단순한 출판 기반 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 콘텐츠 유통 산업이며, 동시에 IP 기반 글로벌 비즈니스 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플랫폼은 특정한 BM(Business Model)을 중심으로 계약 구조를 설계하고, 제작사는 리스크 절감을 위해 계약서를 수정하며, 작가는 창작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조항을 분석한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충돌 후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표준계약서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형태는 일부 조항에서는 유지되지만, 다른 조항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아 삭제되거나 전면 수정되기도 한다.

이 칼럼은 바로 그 지점, 즉 표준계약서와 실제 현장의 계약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점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 조성, 수익배분 및 정산의 투명화, 이차적 저작물 저작권 이용 허락 등으로 이루어진 표준계약서와 실제 현장에서 계약의 단순한 조항 비교가 아니라, 왜 동일한 조항이 계약 주체와 서비스 영역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서술하려 한다. 이를 통해 표준계약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정산' 계약 용어 정리

웹툰 계약과 관련하여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첫 단계는 계약 용어를 이해하는 일이다. 통상 계약 용어는 계약서의 첫 페이지에 작성되어 있다.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계약의 출발점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서는데, 계약서 내 용어가 플랫폼의 사업 모델과 제작사의 리스크 전략, 그리고 IP 비즈니스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가 아무리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더라도, 실제 계약서에서 동일한 단어가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제작사, 작가가 같은 단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린다면, 계약 시작부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용어는 가장 중요한 정산 구조, 권리의 귀속, 귀책 사유, 2IP 수익 구조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표준계약서와 실제 계약서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용어의 개념을 확립하고 해당 용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하면서도 작가 생존에 직접적인 문제인 정산용어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계약금 종류 : 고료/MG/매절

먼저 고료. ‘원고료라고도 불리는 고료는 플랫폼과 제작사가 웹툰 작가와 계약을 맺은 후, 작가가 작업을 통해 발생한 산출물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이는 계약에 의한 수익 배분 기준과는 관계없이 순수한 대가성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되며, 통상 1화당 금액으로 산정된다.

다음으로 ‘MG(Minimum Guarantee, 최소 수익보장금)’이다. MG는 말 그대로 플랫폼/제작사가 계약에 따라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최소한의 수익에 대한 보장 금액이다. 이때 MG는 기업이 작가를 향한 투자의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회계상으로는 작가의 수익배분액에 대한 선지급금이다. 간혹 MG부채개념으로 이해하여, 갚을 금액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MG는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계약 조건으로서 고료와 달리 산출물에 대한 금액이 아니기에, 개인 작가뿐만 아닌 제작사나 스튜디오와도 많이 이루어진다. MG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MG 금액에 도달하기 전까지 수익 배분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익 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고료와는 달리 반드시 수익 배분 구조‘MG 차감 방식조건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매절은 표준계약서의 취지와 실제 현장 관행이 가장 명확히 충돌하는 계약이다. 표준계약서가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저작권 전체의 양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절 계약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일부 플랫폼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형식의 분업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특정 단계의 창작물을 매절 형태로 계약하는 일이 반복되고, 일부 제작사는 전체 IP를 통으로 양수해 OSMU 비즈니스를 전제로 전략적 운영을 하기도 한다. 2IP 또는 글로벌 공동제작 과정에서 IP 소유권을 확보해야 프로젝트 운영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절이라는 표현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작가가 어떤 권리를 넘겼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이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 가지의 계약금 종류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 본인에게 적절한 구조와 금액이다. 고료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고, MG나 매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다. 고료는 즉시 정산하는 구조로 인하여 화당 단가가 예상치보다 한창 못 미칠 때가 많기에, 흥행작이 아니라면 장점이 아닐 수 있다. 매절 계약의 화당 단가는 모든 권리를 넘기는 만큼 통상 MG1.5~2배 정도 책정되지만, 최근에는 인센티브개념으로 일정 수익에 대한 초과분에 대하여 약 10~20% 배분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계약금의 종류를 떠나, 웹툰 작가 본인과 작품에 대한 적절한 계약을 찾아 맺는 것이 중요하다.


구분

고료

MG (최소 수익보장금액)

매절

권리 양도

계약기간 내
저작재산권

계약기간 내
저작재산권

계약기간 없음
전체 권리

RS
(수익 배분)

수익 발생 즉시

MG 차감 후
(차감 방식 : 선 차감 or 후 차감)

없음
(인센티브존재)

화당 단가

낮음

(표준)

높음

표 1.  계약금 종류

 

수익 배분(RS) 기준 : 거래액/총매출액/순매출액

위의 계약금 종류를 근거로 수익 분배, RS(Revenue Share)를 진행할 때는 기준 금액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먼저 거래액이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자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된 상품 및 서비스 거래 총금액을 뜻한다. 거래액은 어떤 수수료도 공제하지 않은 금액으로, 플랫폼이 거래 규모를 외부에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지표다.

통상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이 작가에게 RS를 정산하는데, ‘총매출액순매출액은 플랫폼, 제작사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순매출액이란 간단하게 계약한 기업에 최종 입금되는 금액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계약한 기업이 플랫폼이라면, 순매출액의 기준은 플랫폼에서 발생한 거래액에서 Google Play, App store 등과 같은 PG(Payment Gateway, 결제 대행사) 수수료, 세금 및 환불 수수료 등의 제반 비용을 공제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약한 기업이 제작사라면, 순매출액의 기준은 거래액에서 PG 수수료, 제반 비용에 더하여 플랫폼 수수료까지 공제한 금액이다. 이렇듯 같은 RS 요율이더라도 플랫폼/제작사와 계약할 때가 다르고, 계약상 순매출액의 기준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MG 차감 방식 : 선 차감/후 차감 + RS (Revenue Share, 수익배분)

만약 MG 계약을 맺었다면, 계약서에는 MG 차감 방식이 반드시 명시될 것이다. 위에서 MG의 회계 개념은 작가의 수익배분액에 대한 선지급금이라 하였다. 국제회계기준(IFRS) 측면에서는 순매출액에서 작가에게 배분할 금액으로 MG를 차감하는 것이 정석이다. CP사와 수익 배분 후에 작가 측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MG를 차감하는 방식이기에 후 차감이라고 하며, 이러한 구조에서 제작사는 MG 차감 전에도 수익이 발생한다.

다만, 간혹 회계 기준을 준수할 만한 큰 제작사가 아닌 경우, 작가 영입을 위하여 선 차감이란 정산 구조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 뜻은 제작사 수수료까지 MG 차감으로 공제한다는 뜻이다. , CP사와 수익 배분하기 전 금액으로 MG를 차감한다는 뜻으로 선 차감이며, 이때 제작사는 MG 차감 전까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분

금액 ()

비고

MG

6,000,000

(계약에 따라 연MG, MG, MG 등으로 구분)

거래액

10,000,000

 

총매출액

9,000,000

= 거래액 PG수수료(거래액 기준, 10~30%)

순매출액

5,400,000

= 총매출액 플랫폼 수수료(총매출액 기준, 40%)

CPRS

2,160,000

= 순매출액 × 40%

작가 RS

3,240,000

= 순매출액 - (CPRS)

잔여MG (후 차감)

3,840,000

= MG - (작가 RS)

잔여MG (선 차감)

600,000

= MG - (작가 RS + CPRS)

▲ 표 2. 수익배분(RS) 기준 및 MG차감 예시

 

2와 같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후 차감을 한다면 CP사는 MG 차감 전에도 2,160,000원이라는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선 차감 정산 구조에서는 작가가 MG를 빠르게 차감하여 RS 받을 수 있지만, 제작사는 MG 차감 전까지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규모가 큰 회사로 갈수록 회계 기준이 중요하기에 후 차감을 채택하며, 작가는 계약 시 MG의 차감 방식도 고려하여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표준계약서, 실제 계약의 차이점

기본적인 정산 용어를 이해했다면 이제 표준계약서 조항 자체가 현실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차례다. 표준계약서와 실제 계약 구조 사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차이는 계약 주체가 확보하는 권리구분에서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표준계약서는 연재 서비스에 필요한 권리를 전송·발행·배타적발행권 등 법적 개념으로 나누어, 각 항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설정하였다. 이 조항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준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플랫폼 운영 방식은 더 복잡하다. 연재 중심 서비스뿐 아니라 글로벌 동시 서비스·번역·시즌제·사전제작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결합하면서, 표준계약서에서 전제한 권리 구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생겼다. 이러한 한계는 플랫폼의 서비스 전략 차이에 따라 더욱 크게 나타난다.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독점 범위가 다르고, 어떤 플랫폼은 한국어 전송권만 독점하려는 반면 다른 플랫폼은 한국어·일본어·영어를 묶어 언어권별 독점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는 표준계약서가 전제한 권리 범위 밖의 내용으로, 표준계약서에서 규정한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의 사업 전략과 운영 방식에 맞춰 재구성된 것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표준계약서에는 연재 일정과 원고 인도에 관한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계약 체결 후 특정 기간 내 몇 회분의 완전원고 인도, 어떤 주기로 원고 제출, 휴재 보장까지도 표준계약서에 철저히 정리되어 있으나, 실제 제작 환경에서는 이 조항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1화를 제작하는 시간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고, 플랫폼/CP사가 요구하는 원고 수정 등의 추가 작업을 고려하면 표준계약서의 1회 인도라는 가정은 사실상 적용되기 어렵다.

또한, 표준계약서에서 명시된 컷 수 제한 또한 실제 현장과는 크게 어긋난다. 통상적으로 70컷 내외로 1화가 구성되는데, 표준계약서에서는 50~70컷 내외로 소비자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는 적은 분량을 명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장르에 따라 기준이 다르며, 스튜디오 제작이 많은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장르는 1화당 80컷 가까이 요구된다. 더불어 표준계약서는 50회당 2회씩 안정적인 휴재를 권고하지만, 실제로는 휴재로 인한 독자 이탈, 그리고 이어지는 매출 하락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에 상위권 작가들일수록 휴재를 희망하지 않는다.

정산도 표준계약서와 실제 현장에서의 계약에서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표준계약서는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익 배분 요율을 정하고, 정산서 제공 의무와 근거자료 열람권을 명시해 투명성을 확보하게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순매출의 정의는 플랫폼, 제작사에 따라 다르고, 그 금액 또한 프로모션 등의 홍보비용, 해외 매출 포함 여부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많이 쓰이는 MG, 매절 계약 방식은 고료만을 권고하는 표준계약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계약으로 볼 수 있다.

 

3. 2차 IP 사업 및 글로벌 계약 구조가 만드는 괴리감

표준계약서와 실제 계약과의 차이점은 2IP 권리와 글로벌 계약이 결합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먼저 표준계약서에서 가장 민감하게 방어하려는 부분이 바로 2차 저작물 작성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역은 오늘날 웹툰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부분이다.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IP 사업의 범위는 출판, 애니메이션, 오디오 드라마, 게임, 굿즈, 전시,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2IP 사업의 확장 측면에서 표준계약서의 분리형 구조는 실제 2IP 사업의 패키지 운영 방식과 크게 어긋난다.

이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용 허락에 대한 표준계약서는 영상·게임·상품화 등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권리를 정의한다. 각 항목이 독점인지 비독점인지, 분배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표준계약서의 특징은 2IP 권리를 항목별·독립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영상화 권리는 영상화 권리대로, 게임화 권리는 게임화 권리대로, 상품화 권리는 다시 유형·무형으로 나누어 각각 선택 여부와 분배 비율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 이는 권리 충돌을 방지하고, 특정 영역의 수익이 빠지거나 부당하게 이전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실제 IP 사업 현장에서는 권리 항목들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을 체결하면 그 안에 애니메이션 OST 제작권, 굿즈 권한이 옵션으로 포함되는 등 사업 확장에 따라 자동적으로 옵션이 발동되도록 구성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IP를 효율적으로 개발·투자·배포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으로서 해외 IP 기업이 중요시하는 것은 작품을 얼마나 다양한 매체로 확장할 수 있는가이지, ‘각 권리가 국내법 기준으로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가 아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글로벌 제작사는 이미 자체적인 IP 패키징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요구하는 계약 구조는 표준계약서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게 된다. 국내 창작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글로벌 IP 사업에서 창작자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것이 표준계약서의 모순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국외 지역에 대한 항목 구분은 표준계약서 구조 바깥에 있는 요소다. 북미·일본·중국 등 시장마다 가격 정책, 유통 구조, 저작권 체계가 다르기에, 언어권·지역권 없이 한국 내 서비스 기준으로만 작성된 표준계약서에 맞춰 항목을 구분하여 계약 체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계약은 표준계약서가 다루지 않는 지역권언어권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서비스만 고려한다면 굳이 언어권을 세분화할 필요가 없지만, 웹툰의 국외 지역별로 동시 서비스되는 지금은 언어권과 지역권 조항이 계약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일본어 번역본의 권리를 일본 디지털 플랫폼 A와 출판사 B가 동시에 요구할 수 있고, 북미권에서는 디지털 플랫폼과 단행본 출판사가 각각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제안할 수 있다.

국외 정산 구조 역시 표준계약서와 크게 어긋난다. 해외 국가마다 세금, 수수료, 환율 계산 방식이 다르고, 플랫폼마다 가격 정책 또한 다르다. 일부 해외 플랫폼은 회당 유료 결제가 아닌 구독 기반 BM을 사용하며, 작가·제작사에 대한 정산도 구독 매출 기준으로 이뤄지는 만큼, 해외 매출에 대한 정산은 국내 정산과 별도로 처리되거나 MG 차감 금액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표준계약서가 정산 투명성을 위해 해외 플랫폼과의 계약서 열람권을 보장한다고 해도, 매출 집계 방식 및 시기가 달라 실시간 데이터를 공유받기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

해외 정산 구조의 복잡성은 저작권 체계의 차이와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북미권에서는 IP 권리 귀속 문제가 제작사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원작자·제작사·플랫폼 간 권리 배분이 한국의 표준계약서 체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다. 일본에서는 출판 중심의 저작권 관행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일본 출판사와 한국 플랫폼 계약을 동시에 조율하기 위해서는 권리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국가별로 저작권 체계가 달라서 정부의 표준계약서만으로 해외 시장을 아우르는 계약을 설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4. 표준계약서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웹툰 산업에서 표준계약서를 둘러싼 논쟁 중 하나는 현장에서 표준계약서를 지키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복합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을 종합하자면 표준계약서와 실제 계약서의 간극은 단순히 현장에서 표준을 안 지켜서벌어지는 것이 아닌, 표준계약서가 산업의 변화 속도를 모두 담아낼 수 없기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표준계약서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최소 기준을 제공하지만, 오늘날의 웹툰 산업은 플랫폼 중심 유통 모델, 제작사의 작업 방식, 글로벌 2IP 사업, 국가별 저작권 체계 등의 얽히고 얽힌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표준계약서만으로는 이러한 현실의 변동성과 사업 전략을 모두 담아낼 수 없고, 현실의 계약서가 아무리 치밀하게 작성되더라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복합적 요소를 창작자가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의 취지와 한계를 이해하고, 실제 계약 구조가 어떤 맥락에서 달라질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실무자들의 중간 언어가 필요하다. 실무자의 언어를 통해 2IP와 글로벌 계약 단계에서 어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제대로 짚어볼 수 있다.

표준계약서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계약 구조를 제공하되, 실제 계약서는 플랫폼·제작사·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반영한 운영 구조로서 구성되어야 한다. 두 계약서의 목적이 다름으로서 발생하는 구조적 차이를 이해해야만 기업과 창작자 간의 계약 과정에서의 혼란은 최소화될 것이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 모든 내용을 상세히 적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하다. 계약서의 기본 원칙은 명시된 내용을 기본으로 하되, 현장에서 상호 협의로 진행되는 것이 건전하다.

웹툰 산업에서 플랫폼의 사업 구조는 더욱 다양해졌고, 제작사의 리스크 관리 방식도 변화했으며, IP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저작권 체계를 뛰어넘는 새 패턴들을 만들어냈다. 해외 서비스와 글로벌 동시 연재가 일상이 되면서 권리·정산·운영 구조는 국가별로 다변화되었고, 이 변화가 표준계약서의 범위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통하여 법률과 제도가 설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창작자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지만, 산업은 이미 글로벌 BM 변화와 시장 확장 속도에 따라 훨씬 복잡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표준계약서의 개정이 산업의 발전 속도에 뒤처질수록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워지고, 제작사 역시 플랫폼·해외 파트너와 계약 구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을 겪게 될 것이다. 이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더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적 표준계약서가 담지 못한 영역(2IP 패키지, 국외 정산, 언어권·지역권 조항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산업 표준이 하나 더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 플랫폼과 제작사의 기술 발전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플랫폼·제작사·작가 모두가 동일한 기준에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정산 시스템, 프로모션·코인 운영·해외 매출 변수를 일관된 방식으로 환산할 수 있는 대시보드, OSMU 매출 흐름을 계약 구조와 연결하는 정산 모듈 등이 산업 전반에 필요해지고 있다. 계약이 문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은 해결책은 결국 정산·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방향일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창작자와 제작사, 그리고 플랫폼이 서로의 리스크와 한계를 이해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의 취지는 분명하다. 창작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하고, 계약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며, 산업 전반을 예측할 수 있도록 운영을 돕는 것이다. 다만, 그 취지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가 놓친 부분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중간 언어, 즉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협상 기준과 운영 기준을 명문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웹툰 산업은 글로벌 IP 시장의 경쟁 속에서 스스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다.

표준계약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산업이 더 큰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구조적 과제이며, 동시에 창작자와 실무자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계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표준계약서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이후의 기준은 산업을 구성하는 실무진들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어지는 7화에서는 앞선 시리즈에서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피로도를 이해하고, 웹툰 산업의 미래를 통찰해 보고자 한다.

 


[참고 문헌]

1) 대중문화산업과, [만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24.6. 개정), 문화체육관광부, 2024.06.24., 별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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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운

글쓴이 공동운은 웹툰 플랫폼 MD와 제작사 PD를 거쳐 다수의 작품을 프로듀싱한 웹툰 콘텐츠 전문가로서,
현장 실무 경험과 기획·제작 전문성을 토대로 저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