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석사학위논문의 형식으로 발표된 통과된 김영임의 ‘兒童漫畵家 金鐘來의 作品世界 硏究’는 최근 타계한 원로만화가 김종래를 소개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창작양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나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논문이다.
어떨까. 유의미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주제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흔치 않은 작가론인데다 그 대상이 역사만화의 대가로 불리워지는 김종래라면 (더우기 최근의 어떤 소식에 즈음해서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눈길을 주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조금 시일이 지나긴 했지만 그런 정도의 의미부여를 가지고 한 번 간단히 둘러보자. (참고로 이 논문의 전문은 국회도서관, 전남대학교 도서관, 부천만화정보센터 등에서 열람 할 수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논문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단락 ‘韓國兒童漫畵의 發達’은 한국만화사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약술하고 있으며, 두 번째 단락 ‘金鐘來의 作品世界’는 그의 생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시대별 작품활동 양상을 기술하고 있다. 세 번째 단락 ‘金鐘來 兒童漫畵의 特徵’은 내용, 구성방식, 표현 등의 몇 가지 측면에서 김종래 작품이 갖는 특징들을 요약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쓴소리를 조금 하자. 엄밀한 연구방법론적인 면에서 이 논문은 몇 가지 간과하기 힘든 난점을 갖고 있는데, 우선 기존의 관련 연구성과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부족하나마 맥락잡기의 역할을 해야 할 ‘韓國兒童漫畵의 發達’에 관한 기술들이 기존의 한국만화사 관련 문헌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관계에 대한 기술도 틀린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은 논문의 신뢰성에 흠집을 주는 대목이다. (동아출판사의 ‘보이스 클럽’이 언더작가의 실험적인 작품활동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옮겨온 그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이 부분의 기술이 ‘아동만화가로서 김종래’라는 논문 전체의 테마와 과연 무슨 연관성을 가지는지 의문스럽다.
다음으로는 (어쩌면 이 쪽이 좀 더 심각한 문제이겠는데) ‘교육학과의 석사학위 논문’으로서 ‘아동만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래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특정작가에 대한 작가론적 연구와 아동만화에 대한 保護論적 시각 사이에서 나타나는 어떤 아슬한 균형잡기가 논문 전반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일관성 논의를 전개해나가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적잖아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동에게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범적인 (역사물) 만화가로서 김종래를 규정하고 있는 결론 또한 김종래의 생애에 대한 에피소드 위주의 소개와 창작활동에 대한 나열적인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개부의 기술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서 ‘억지로 껴입은 옷’같은 인상을 준다. 아동에 대한 영향관계를 논하고자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계량적인 연구데이터를 첨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예컨대 아동들에게 김종래의 만화와 90년대의 학원경파물을 같이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방법도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 이 논문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갔기를 바래서 하는 이야긴 아니다. 웃음)
그러나, 상기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실에서 흔치않은 작가론적인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이 논문의 가치는 절대 과소평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김종래가 그의 만화활동을 중단한 것은 1978년. 이는 현재의 만화독자들 절대다수가 김종래라는 이름을 단지 ‘歷史漫畵의 大家’ 정도의 수사와 함께 만화사 관련 문헌 한 귀퉁이에 언급되고 있는 - 그러나 현재의 한국만화현실과는 철저하게 유리되어 있는 - 원로작가중 한 명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교과서(이러한 수사에 적절한 만화관련서적이 과연 있는지에 관한 의문은 일단 미루어두자)에서 무어라고 말해지든 간에 독자들에게는 그것을 입증해줄 만한 아무런 준거도 주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 거리감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끊임없는 재조명이다. 작가의 생애에 대한 傳奇的 연구, 작품에 대한 거시적인 혹은 미시적인 연구, 작품의 재판과 재간. 이런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에만 액자 속의 그 무엇이 되지 않고 ‘현재도 읽힐 수 있는 작가’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작가는 세대를 지나면서 자연히 잊혀지게 되겠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연구자가 ‘작가에 대한 연구’를 택한 것은 상식적이고도 올바른 방향이었다. 연구자는 논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현재 대다수의 만화독자들이 관련서적의 두루뭉실한 언급을 통해서만 접해왔을 김종래의 작품세계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분석적인 면의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에 충분한 자료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출판환경의 변화와 연관시켜서 김종래의 창작방식이 시대별로 어떠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지를 기술하고 있는 부분은 (비록 그 인과관계가 조금 애매할지라도)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에 관한 연구문헌이 한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한지는 30년이 조금 넘는다. 그 이후 발표된 (일정한 포맷을 갖춘) 논문은 족히 수 백 여편 저열한 대중문화로서 규정되어 온 만화의 위상을 감안할 때 어쩌면 적다고 할 수 없는 분량이지만, 그 대부분이 아동에 대한 보호론적 시각 혹은 매체주의적 논의에 치우쳐 있으며 만화라는 예술장르 자체의 내적 가치에 관심을 표하는 기초적인 연구성과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작가론의 출현은 솔직히 그 존재자체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어쩌면 ‘작가론으로 쓰여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 연구의 가장 큰 성과아닐까.
한국에서 만화에 관한 논의가 좌절스러운 점은 논의의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무언가 (기존의 연구성과를) 딛고 올라서려는 경향이 부재한 데 있을 것이다. 흔히들 복권당첨은 노력보다는 운에 딸린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복권 한 장 정도는 사주는 성의를 보여야 운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노릇아닌가. 1층으로 들어가 2층을 거쳐야 3층에 올라갈 수 있는 법이다. 유의미한 총론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기저에 무수한 각론이 누적되어야 한다. 작가론, 작품론과 같은 기초적인 텍스트에 대한 검토작업을 거치지 않고 성과위주의 목적론적 연구와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산업적 가치에만 주목하는 논의가 범람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발전은 없을 것이다.
兒童漫畵家 金鐘來의 作品世界 硏究 全南大學校 敎育大學院 / 敎育學科 美術敎育專攻 金榮任 우리나라의 아동만화는 1920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동들의 생활 속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발전해 왔다. 90여 년의 만화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화를 창작했던 만화 작가의 작품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우리 만화사 중에서 195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아동만화가 김종래의 작품세계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수행되는 연구문제는 첫째, 인쇄매체를 통한 한국만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 둘째 아동만화가 김종래의 작품세계를 탐구하여 아동만화의 위상의 재정립하는 것이며, 셋째, 김종래 아동만화의 특징을 분석하여 만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문제들을 다루었다. 김종래는 1954년 작품 <붉은 땅>을 시작으로 78년 도망자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작품활동을 하였다. 그 동안 그가 창작한 작품은 500여권에 이르며 순수 창작 아동만화로 대부분이 권선징악의 주제를 다루었다. 그의 만화는 우리 고유의 문화의식과 민족성이 응집된 내용을 담았고 특히 한복의 은근한 곡선을 사랑하였다. 또한 과장과 축소의 특성보다는 한 장면 한 장면에 심혈을 기울인 삽화체의 독특한 작법으로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그 당시의 어린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우리 고유의 극화를 개척하였으며 역사 만화의 초석을 다짐으로서 우리 만화사에서 지표가 되며 ‘현대 만화사의 스승’이라고 불리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종래의 만화는 암울했던 그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꿈과 희망을 주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 현실과 부합되는 내용의 만화를 통해서 단조로운 목표에 새로운 용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둘째, 김종래의 아동만화는 대부분이 권선징악을 주제로 삼았으며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삼아 역사만화의 전형을 일구었고 사실체 작법으로 진솔한 삶을 그려냄으로서 사실체 만화양식을 자리잡도록 했다. 셋째, 김종래의 작품은 작가의 주관이 선에 의해 잘 통제되며 아동의 이해 범위안에서 심미성을 획득하기 위해 선의 조화와 뛰어난 배경묘사, 치밀한 구도,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인물묘사 등 형식 그 자체보다는 만화가로서의 치열한 작가 정신이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