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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의 가족에게,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고먕, 네이버웹툰) 리뷰

2025-08-14 이성호

미래의 나의 가족에게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고먕 

20257,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계획된 친족 살해에 전 국민이 경악했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묻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전적으로 가족(家族)혼인으로 맺어지거나 기타 혈연으로 맺어지는 집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정의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지금, 가족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퇴색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위협받고 있다.

먼저 사회적으로는 혼인을 하지 않아도 동거하는 관계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며(이 경우에는 사실혼이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연인들도 있다. 과학적으로는 이미 동물 복제와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되어 유전자 편집 아기까지 등장했다. , ‘혼인이라는 사회적 방식이나 혈연이라는 과학적 방식 모두 가족을 정의하기는 어려워졌다. 우리는 이제 지금의, 자신의 가족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모리가 미리아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지만, 사실 핵심은 그 반대다. 자녀가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가 엄마가 되기 위해, 아빠가 아빠가 되기 위해, 혹은 삼촌이나 할머니가 되기 위해 각자의 사회적 가치를 찾아가는 어른의 과정이다. 이 사회에서 관계는 더 이상 완성된 결과가 아니다. 모든 관계는 과정이라서, 우리는 상대방과 한 번 관계를 맺은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엄마였던 사람은 엄마의 역할만을 맡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아빠로 변할 수도, 삼촌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림1) 모리가 그린 자신이 가족과 함께 한 기억
©고먕,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네이버웹툰

모리의 첫 기억은 동물과 함께 지내던 것이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동물과 가족처럼 지냈던 모리는 문명인에게 구조된 후 마음을 열지 못하다가 로디나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연다. 로디나는 모리에게 가족이 아니었다. 로디나에게는 로디나의 가족이 있었고, 결국 부모가 로디나를 찾으러 왔다. 찾는다라는 행위가 모리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부모와 잠시 헤어졌던 로디나가 다시 그들을 만났다’. 비록 모리는 후원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후원자에게 가족의 감정을 느꼈고, 로디나를 보며 가족은 다시 만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엄마라고 생각한 이유는 로디나를 찾아온 부모가 엄마였기 때문이다. 마치 갓난아기가 처음 본 얼굴을 엄마로 인식하는 각인 효과처럼, 모리는 엄마가 곧 가족이라고 여기고 엄마를 찾으러 나선다.

모리는 엄마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되어서도 아마 잘 모를 것이다. 특히 엄마와 자녀의 관계는 그 어떤 것보다 고유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 관계는 출산을 통해 형성되지만, 친어머니가 등장하지 않고 생식이 의미 없는 외계 문명인의 세계관에서는 오히려 가족이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그림2) 미리아의 패 일원들이 모리를 위하는 모습
©고먕,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네이버웹툰

우여곡절 끝에 미리아의 집에 도착한 모리는 미리아와 아주 조심스럽게 친해진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였던 모리는 미리아가 자신을 위해 직접 망토를 만들고 편지를 적은 것을 알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미리아가 모리를 만난 것은 그저 친구의 소개였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오로지 미리아에게 있었다. 더 나아가, 미리아의 일원인 에게 있었다. 패는 모리의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원하는 것을 뭐든 할 수 있게 해준다. 낙서를 하면 지우면 되고, 배가 고프면 먹이면 된다. 헌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발적 특기다. 헌신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구성하는 것도 사랑하는 자의 역할이다. , 패는 언제든 가족을 만들 수 있는 집단이었다. 이것은 가족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가족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을 것. 이 준비가 있어야 관계가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인 라이더는 어떨까. 라이더는 이름이자 보통 명사다. 이름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홀로 다닌다. 친구는 본인이 직접 만든 AI ‘에이어밖에 없다. 친밀한 관계가 적고 아이를 대한 경험도 없어 모리를 처음 만났을 때 서툴렀던 것은 당연하다. 모리를 상업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분명 그들의 관계는 건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라이더는 돈을 받고 모리를 미리아에게 넘기려던 계획을 바꾼다. 모리와 함께 하기 위해 미리아를 속이지만, 미리아는 이 사실을 알고 오히려 라이더를 패에 들이려 한다. 그 당시에 라이더는 함께 있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미리아는 라이더 또한 가족으로 편입시킨다. 라이더에게는 가족을 위한 준비는 없었지만, 가족이라고 말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보낸 경험이다. 함께함으로써 관계는 더욱 소중해진다.

시작을 위한 준비와 행복을 함께하는 과정, 이 두 가지는 가족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다. 준비 없이 만난 가족은 준비해야 하는 쪽에서 어긋나기 마련이고, 행복을 함께하지 못한 가족은 함께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마련이다. 이혼, 절연,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다.

우리는 모리가 아닌, 에이어, 라이더, 미리아가 되어야 한다. 사랑받기 전에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랑받는 존재를 알고 사랑할 수 있다. 가족이 영원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가족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가족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고자 하는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모리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하고 사랑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듯이, 우리도 수많은 관계의 홍수 속에서 사랑할 수 있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을 찾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생물학적 가족을 넘어서, 우리만의 가족을 만나러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림3패의 일원들이 낸 탄원서와 모리가 그린 그림
©고먕,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네이버웹툰

필진이미지

이성호

<2022 만화평론 공모전>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