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의 날이 찾아왔다. 전염병이 돌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다. 옆집에 살던 꼬마, 길을 가다가 자주 봤던 할머니,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던 아저씨, 독서실 옆자리 누나, 내가 알던 지인들이 어느새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좀비가 되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바로 나의 딸이라면? 드라마, 감동, 공포, 개그, 코미디 이 모든 게 섞인 완벽한 작품이 여기 있다.
'타임인조선'과 '오즈랜드'로 유명한 작가의 차기작인 좀비딸은 개그와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내어 현재 네이버웹툰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감염된 남성이 나타났다. 많은 얘기와 소문이 돌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병에 전염된 사람들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1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사실이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서울을 탈출하기 위해 주인공과 그의 딸은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만 결국 딸이 좀비에게 물려버린다. 주인공은 좀비가 되어버린 자신의 딸을 포기하지 않고서 자신이 원래 살던 시골집, 즉 본가로 이동해 그녀를 키우기로 한다. 어머니와 함께한다지만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 좀비가 되어버린 손녀를 가볍게 제압하시는 이 할머니가 작중 최강자(?)이신 주인공의 어머니이다.
작품은 개그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하여 죄책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처한 이런 딜레마적인 상황 자체가 독자들로 하여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딸을 선택한 주인공을 옹호하는 독자들도 많지만, 반대로 인류를 생각했을 때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라는 점. 그로 인해 다른 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수아(딸)의 존재로 인해 겨우 제압된 이 대재앙을 다시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어떻게 보면 웃길 수 있는 장면이지만 필자는 굉장히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다.
뛰어난 캐릭터성도 작품의 깨알 같은 매력 포인트이다. 대표적으로 사실상 이 웹툰의 마스코트이며 웹툰 홍보의 일등공신인 ‘애용이’가 있다. 애용이는 주인공이 기르는 고양이다. 수컷이며 주인공의 불알친구인 조동배를 만난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고자가 되어버렸다.) 자기를 집어서 잡아먹으려던 주인공의 딸을 일명 '냥냥권'으로 제압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할머니가 이름을 몰라서 '나비'라고 한 번 불렀었는데 그때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내 이름은 애용! 김애용!"이라고 하는 게 킬링 포인트다. 그 외에 사실은 남을 잘 챙기는 시골 일진(?), 만화 최강자 어머니 등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이 친구는 사실상 이 웹툰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애용이다. 요새는 작품보다 애용이가 유명해지고 있다는 썰도 있다
어찌 생각하면 심각한 소재를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한 만화 ‘좀비딸’. 딸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애와 깜찍 발랄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만화는 평소 좀비물을 싫어하던 사람이라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