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우수만화리뷰] 한국형 사신 판타지의 정수가 여기에, '둥굴레차!'

주작, 청룡, 백호, 현무.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신의 이름이다. 종이책 만화 세대에서 더 넘어간 현재의 웹툰들 또한 사신 모티브를 여럿 차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 소재를 깊이, 그리고 자세히 사용하여 빚어낸 ‘둥굴레차!’는 개중 독보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2019-05-23 이국화



주작, 청룡, 백호, 현무.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신의 이름이다.


사방신, 혹은 사신(신수)이라 불리는 이들과 관련된 문화는 동아시아 전체에 퍼져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동서남북의 방위를 다스리는 이 네 신수 이야기는 글이나 그림 같은 많은 매체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이는 현대로 이어져 글과 그림을 한번에 엮어 만든 새로운 매체인 만화 속에서도 많은 작품이 사방신을 주요 소재로 삼거나 등장시켰고,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2년 연재를 시작한 김은정 작가의 만화 ‘아스피린’ 의 주인공 온달은 단군의 수정구를 박살낸 대가로 봉인에서 풀린 사신들을 다시 잡기 위해 모험을 떠났고, 박성우 작가의 무협만화 ‘천랑열전’과 ‘나우’에서도 사신을 모티브로 한 창작무술 ‘사신무’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 바 있다.





종이책 만화 세대에서 더 넘어간 현재의 웹툰들 또한 사신 모티브를 여럿 차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 소재를 깊이, 그리고 자세히 사용하여 빚어낸 ‘둥굴레차!’는 개중 독보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둥굴레차!’는 2013년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 당시 대학만화 최강자전에 참가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될 만큼 퀄리티나 완성도가 우수한 작품이 많았는데, ‘둥굴레차!’는 그 중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한눈에 보아도 개성과 매력이 확고한 네 소년이 각각 주작, 청룡, 백호, 현무의 비급 후계자라는 설정만으로도 이미 재미있는데, 언젠가는 하늘로 올라가 신수들을 상대할 사람이 되기 위해서 ‘중앙’이라 불리는 외딴 시골집에 모여 수련을 한단다. 누군가는 완벽한 후계자가 되어 사신강림에 성공하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인생 전체의 목표이지만, 또 누군가는 후계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도 억지로 끌려온 사람도 있다. 모두의 목표와 생각이 다르니 이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못하다. 덕분에 이 작품은 그동안 그러한 느낌의 장편 소년 만화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사실 사신과 관련된 설정이나 이야기는 각 나라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웹툰 ‘둥굴레차!’는 그런 차이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나서 보게 되면 기라3 작가가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찾아내어 그것을 다시 ‘둥굴레차!’의 세계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꾸어 두었는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각 사신 가문의 분위기, 인물들의 겉모습, 심지어는 입고 있는 옷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 속에는 무엇 하나 한국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이 한국을 넘어 해외로도 번져 가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중간에 오랜 휴재가 있기는 했으나 ‘둥굴레차!’는 다행히 다시 연재를 재개했고 현재는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까지 이르렀다. 각 사신 후계자 가문에 감추어진 비밀과 과거 후계자들의 이야기, 현 후계자 소년들의 위기가 한 편 한 편마다 새로이 밝혀지는 상황에 독자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이다.


사신 소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만큼 신선하지는 않은 소재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것을 더욱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기라3 작가와 ‘둥굴레차!’의 저력이다.

재미있는 한국형 사신 판타지 소년 만화가 읽고 싶다면 바로 지금, ‘둥굴레차!’를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