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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만화추천] 부동산 불패신화를 지키기 위한 지독한 몸부림, '위대한 방옥숙'

사전적으로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토지나 건물, 수목 따위를 지칭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란 부의 축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갖는 의미란 꽤 각별하다.

2019-06-05 김미림

사전적으로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토지나 건물, 수목 따위를 지칭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란 부의 축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갖는 의미란 꽤 각별하다.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원래 강남과 강북은 한강을 기준으로 한강 이남과 이북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강남’이란 단어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생각은 1970년대 강남 개발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한민국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강남은 온통 논밭으로 이뤄진 땅이었으나 1970년대 강남 개발을 거치면서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를 통해서도 그려진 바 있다. ‘강남 1970’이라는 영화에서는 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땅을 둘러싼 이권다툼을 그렸다.



강남은 더 이상 단순한 의미의 한강 이남 땅이 아니라 ‘돈’, ‘부의 축적’ 자체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동산이 곧 큰 수익이 되는 시대를 거치며 부동산의 의미 역시 현재와 미래의 ‘부’를 상징하게 됐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위대한 방옥숙>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는 이들의 탐욕을 그린다. 작가들은 작품을 ‘한강 조망권을 지키려다 한강에 시체를 유기한 여자들의 이야기’라 소개한다. 자신의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과연 어떠할까?



앞서 부동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도 이 작품이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가진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주인공 '방옥숙'은 가난한 살림에 인형 눈 붙이기 등을 부업으로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항상 생활은 녹록지 않다. 그녀는 온갖 고생 끝에 한강 조망권 아파트를 한 채 구매한다. 그녀에게 아파트란 단지 주거공간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목표이자, 희망이자, 꿈 그 자체이다.



그녀가 가진 희망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일어난다. 그녀의 아파트 앞 희세 지구 재개발이 시작되며 49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발표가 난 것. 새 아파트의 개발로 한강 조망권이 사라지면 집값이 내려갈까 봐 걱정이 된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아파트에 대한 집착과 속물적인 성향 때문에 남편과 멀어진 방옥숙, 강한 리더십을 보이지만 아들을 강하게 채벌하는 부녀회장 ‘윤지애’, 불륜을 저지르는 ‘임쥬리의 엄마’, 막장드라마의 일원 같은 이들은 오직 '노블 골드캐슬' 아파트 주민으로서 한강 조망권을 지키겠다는 공통된 욕망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될 일까지 벌이게 된다.


작가의 전작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와 끝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때문에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인생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작 <위대한 방옥숙>도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과연 결핍으로 가득한 이들의 욕망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