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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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만화리뷰] 전통적 소재의 절묘한 조화, <바리공주>

2019-05-29 최선아



바리데기는 영웅의 일대기 구조를 갖추고 주인공인 바리데기가 신격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다뤄진 무조 신화로 여러 가지 콘텐츠로 재창작된 우리나라 설화이다. 여기서 무조신이란 저승을 관장하는 죽음의 신이며 무당의 시조이다.
구전 설화의 특성상 이야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골자는 이렇다. 바리데기는 왕의 7번째 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는다. 바리데기를 버린 부모는 병에 걸리고 이를 고치기 위해 바리데기를 찾아간다. 바리데기는 부모를 구할 약을 구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가 9년을 일해주고 일곱 아들을 낳아준 후 약을 얻는다. 약으로 부모를 살린 바리데기는 저승의 불쌍한 영혼을 인도하는 신이 된다.


웹툰 <바리공주>는 이러한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프로 한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작품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장승과 바리의 관계가 묘해졌다. 무장승은 집 나간 아내, 즉 바리를 찾기 위해 인간계를 떠돈다. 인간으로 환생한 바리는 그것도 모르고 무장승 옆을 졸졸 따라다닌다.
재밌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다. 모티프가 한국적인 만큼 웹툰 소재 또한 한국적이다. 이 말인즉 생소한 전통 귀신들이 잔뜩 등장하는 웹툰이 <바리공주>라는 말이다. 미명귀, 손말명 등 현재의 우리에게는 낯선 귀신들이 대거 등장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귀신과 결합한 스토리는 더 흥미롭다.

△ 귀신표현이 꽤 무섭다

‘한’의 정서일까? <바리공주>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악귀라해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한을 푸는 것이 수련 중인 새끼 무당 바리의 역할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사람이 무섭다는 말과 한국 특유의 인간미를 동시에 느끼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마무리될 때쯤이면 눈가를 찡하게 만드는 감동이 준비되어 있다.
웹툰 <바리공주>는 크게 ‘왜 바리가 무장승을 떠나갔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바리와 무장승의 관계가 작품의 큰 골자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작게는 전통적인 귀신 소재를 다룸으로써 지적 호기심과 오싹한 호기심,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 많은 것을 잡았다. 계속 작품을 읽다 보면 처음 사람을 놀라게 만든 어색한 ‘꺄아아악’ 폰트조차 재밌어 보이게 될 정도.
전통적인 소재를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을까를 보여준 웹툰 <바리공주>. 앞으로의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추이를 기대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