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주인공은 중명 대학교 패션디자인과 신입생 ‘감사함’이다. 이시대의 청년답게 가난한 감사함은 지방에서 상경했다. 대학 근처에 감사함이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폐가에 가까운 건물이었다. 비록 옆 동네는 으리으리한 건물이 있어도 감사함은 이런 집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는다.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난감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혼자 번 돈으로 살고 있으니 힘내자는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했거늘, 어쩌다 고급 오피스텔에 산다는 거짓말을 하게되는데, 약간의 선의와 자존심을 지키려는 본능이 작동했다. 어떤 연유였나 하면, 감사함은 남자주인공 ‘강우리’가 사기꾼에게 넘어가기 직전의 현장을 목격하고 결국 나서서 도와주는데, 우리는 구해준 답례로 선뜻 거액을 내민다. 가난에 시달리는 감사함은 순간 흔들리지만, 괜한 자존심에 거절을 하며 쓸 데 없이 거짓말 하나를 더 얹는다. 눈 앞에 보이는 화려한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니 그런 돈은 필요 없다는 창피한 거짓말이었다.
해당 장면으로 독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더러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하여 해명이 이어지는데, 가난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사회에서 자라 가난으로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기에 반사적으로 방어기재가 작용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작은 날개짓도 커다란 태풍을 불러오는 법. 로맨스의 법칙대로 남자 주인공 강우리가 그 오피스텔에 살고 있고, 하필 대학에서 유명인사에 재벌가 막내아들이어서 판이 커진다.
강우리는 같은 오피스텔에 산다니 너무 반갑다며 자꾸 친해지려 하고,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감사함의 거짓말도 덩달아 불어난다. 독자들의 속도 함께 고구마로 가득차고, 우리는 하염없이 잘생기기만 했다. 감사함에게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와 사건사고들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도움으로 해결되는 구조는 어딘가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닿아 있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여주인공이라는 평가도 등장했다.
평이하고 진부한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른 점이라면, 가난이 약점이 되는 사회구조의 지적인데, 그 또한 부자들은 미남 미녀에 인성도 올바르다는 신격화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여러모로 인물의 성격이나 이야기의 컨셉 등이 만족스럽지 않았는데도 계속 보게되는 이유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디 하나 모난 곳이 없어 자꾸만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감사함이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나갈지, 아니면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해피 엔딩을 맞는 또다른 신데렐라가 탄생할 것인지가 쟁점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