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개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만화
6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만화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개그만화의 유머와 교양만화의 정보를 갖춘 ‘양날의 검’ 같은 작품이다.
만화의 개그 코드는 실로 작가의 덕후스러움에서 기인한다. 작가의 덕후력은 본 작품의 각 챕터별 표지에서 빛을 발한다. 챕터 표지는 일명 매니아층을 가진 유명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hommage)*를 담아 재해석되었다. 전개 작품들은 한국 OSMU(one source multi-use)**의 대표작인 허영만 작가님의 [날아라 슈퍼보드]를 비롯하여 일본 인기 만화인 [짱구는 못말려], [기생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작인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0년 동안 꾸준히 TV판 외 극장판이 제작되어 꾸준한 인기를 끓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프리즘]이 있다. 거기다 만화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한국의 명감독인 박찬옥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반전영화의 대명사인 [식스 센스], 어린이 탐정 만화로 유명한 [엉덩이 탐정], 온라인 골프게임인 [팡야], 각종 풍자와 블랙유머가 가득한 인기 SF소설 시리즈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이 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각종 작품을 알면 피식 웃으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모른다고 해서 작품을 읽는데 무리는 없다.
△ 압듈라 작가의 명작 콘텐츠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각 챕터 표지 이미지
‘해부학’이라는 테마를 전 연령대가 읽을 수 있도록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알기 쉽게 풀었기 때문이다. 해부학에서 쓰이는 학명에 대한 어원에 대한 풀이부터 쉽게 이해하도록 비유 컷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면 챕터 5장에서 손에 대한 뼈와 근육에 대한 기능 설명을 한 뒤 손의 학명인 Palma가 종려나무 palm에서 유래했다고 설명과 동시에 종려나무를 어원으로 쓰는 단어인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Palme d'or)를 예시로 들고 있다. 황금 종려상 관련 비유 컷은 작년부터 우리 영화계의 핫이슈였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패러디 하고 있는데, 만화다운 접근법으로 풀어낸 점도 놀랍지만 작가의 재빠른 트렌드 캐치 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관련하여 망언을 한 작가의 작품까지 패러디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식의 확장성을 가진 책들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식의 확장이 단순히 다양한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압듈라 작가의 해부학에 대한 전문성과 때로는 엉뚱하고 드립력 넘치는 주관적 감상 그리고 개성적인 그림체가 더해져 한 권의 만화로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 근육의 기능과 학명의 어원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패러디 그림 컷을 추가
본 작품을 읽다보면 해부학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압듈라 작가는 체육학 전공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도 학생시절에 해부학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수업의 필수 과제는 인체의 뼈 드로잉이었다. 처음에는 엄청난 양에 시작부터 쉽지 않았으나 그리기 시작했더니, 같은 모양을 한 뼈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양과 각각의 기능에 대해 알게 되자 어느새 즐겁게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의 층별 안내간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경계, 순환계, 호흡계, 소화계 등의 주요 기관부터 각 신체 부위인 손, 어깨, 허벅지, 허리, 무릎, 발 등이 신체 부위에 대한 정보부터 해부학 정립에 공헌한 주요 학자인 히포크라테스(기원전 5세기),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2~3세기),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16세기)를 통해 현재의 해부학에 대한 역사도 실렸다.
△ 해부학 역사를 주요 학자를 통해 설명 l 좌측부터 히포크라테스, 갈리레스, 베살리우스
해부학에 대해 알고 싶은 입문자용으로 적격인 재미있는 해부학 교양서이다. 한국 교양만화로서 왕좌라 할 수 있는 이원복 작가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고전이라 한다면,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MZ세대(MZ generation)***인 현재 2030 코드와 맞는 새로운 교양만화라 할 수 있다. 각국의 서브컬처의 접근성이 높은 세대가 향유한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해부학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압듈라 작가도 밀레니얼 세대인데, 작가 소개란에 일본 애니메이션 [케모노 프렌즈]를 당당하게 PR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요 화자는 파란색 터번캡과 삼선이 들어간 스포츠 웨어를 입는 압듈라 작가 본인이다. 작가 캐릭터는 각 챕터의 사회자 역할을 한다. 중요한 정보를 요약하거나 포인트를 집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책을 읽으며 독자가 가질 수 있는 의문점들을 대신하여 언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작가 캐릭터와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캐릭터의 작품 내 역할은 압듈라 작가가 더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일정 컨셉을 위해서 작가 캐릭터가 직접 움직여서 예시를 보여주기도 한다.
△ 좌) 작가 캐릭터는 작품에서 주요 화자인 동시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우) 매력 3대장인 척추퀸, 신경퀸, 심장퀸
압듈라 작가 캐릭터 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매력 삼대장이 있으니 바로 척추퀸, 신경퀸, 심장퀸이라 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각각은 신체의 주요 기관이다. 이 작품의 캐릭터 설정집에 의하면 기관의 기능과 특징을 조합하여 여왕 캐릭터로 탄생했다고 한다.
척추퀸은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이기 때문에 왕과 기사의 성격을 가진 예복을 입고 있으며, 대쪽 같은 성격으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 등장한 MBTI 성격검사에 의하면 아마도 ESTJ(내향-직관-사고-판단)형이 아닐까 싶다. 신경퀸은 뉴런이라는 채찍을 이용하여 온 몸에 자극을 주는 사디즘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강해보이는 외관에 비해 척추사이원반에게 눌리면 데미지를 입는 최약체라는 설정인지라 반전매력을 지닌 캐릭터이다. 혈액을 온 몸으로 전달하는 엔진 역할을 하는 심장퀸은 뱀파이어 여왕이라는 설정이다. 치마의 무늬는 정맥과 동맥을 상징화 하였고, 왼쪽 가슴에 달린 브로치는 심장의 4개 공간을 형상화하였다. 심장은 지방을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녀의 식성은 느끼한 음식을 즐겨한다고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은 우리 몸의 주요 기관인 척추, 신경, 심장에서 독자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훌륭한 캐릭터로 탈바꿈하였다.
일본에는 적혈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미즈 아카네 작가의 인체 만화 [일하는 세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자신 있게 압듈라 작가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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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주(hammage) : 영화 용어로 특정 작품의 상징적인 장면을 차용하여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완구,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여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문화 산업 전략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 MZ세대(MZ generation) :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자)와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출생자)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며,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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