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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리뷰
<천사가 아니야> : 가치판단과 관계망에 대하여
2020-07-22
손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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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아니야>: 가치판단과 관계망에 대하여
<천사가 아니야>는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작품으로 문제아 학교로 부임 온 신부 ‘단델리온’과 학교의 보건 선생인 ‘사사’가 서로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찾아나가는 성장물이다. 카톨릭 학교인 사립 캐비지 고등학교는 불량 청소년들의 온상지이다. 캐비지 고등학교에 도착한지 하루만에 ‘단델리온’은 폭행 사건을 목격하고 사건의 주범이 학교의 보건 선생인 ‘사사’임을 알게 된다.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단델리온’은 솔선수범하여 선행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아이들과 점점 교류를 쌓게 될 즘, ‘단델리온’은 ‘사사’의 정체를 의심하며 쫓아다닌다. ‘사사’는 그에게 자신이 폭력 조직의 후계자이며 결혼 전 잠시 자유를 누리려는 요량으로 캐비지 고등학교에 취임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가 조직을 물려받지 않도록 도와달라 ‘단델리온’에게 청한다.
작중에서 ‘단델리온’은 무조건적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신실한 신부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가치판단에는 중요한 내적 동기가 있다. 어떠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 사람은 스스로를 정의 내려야 한다.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가 하는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신을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여긴다면 그는 악기 연주를 배우려 할 것이다. ‘사사’의 경우, 그는 자신을 조직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과 스스로에게 폭력적인 태도를 띤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판단은 그가 관계 맺는 사회 구성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신을 폭행하고 학대하는 부친과 그것을 방관하고 동조하는 조직원들이 ‘사사’의 세상을 이루는 전부였다. 그러나 ‘단델리온’을 만난 후 ‘사사’는 그가 가지는 선한 가치관에 동요하며 자신을 다르게 규정하기 시작한다. 주어진 대로 살며 폭력적 성향을 표출하던 ‘사사’는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단델리온’이 그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단델리온’의 가치관이 작품 내에서 충분히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가 ‘이웃을 사랑하는’ 선행을 실천하고자 하며 그 의지가 절대적인 부분만은 분명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하여 자신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삶을 이행한다. 그의 삶에서 또한 그 자신을 정의해왔던 것은 타인과의 관계이다. 그는 억압적인 부모 아래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해야 했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로 인해 ‘권조한’(단델리온의 본명)은 스스로의 가치를 자신마저 부정하게 되고 타인에게 상처입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가 우연히 만난 신부는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몸소 알려주며 타인에게 자신을 베푸는 일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 깨닫게 한다. 이러한 계기로 ‘권조한’은 신부의 길에 들어서며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만약 ‘권조한’이 그 신부를 만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부모의 정서적 학대에 노출되었다면 그는 계속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며 타인을 공격했을 것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사건’이 필요하다. 인간은 어떤 것과 맞부딪히지 않고서는 자신을 성립시킬 수 없다. 대표적인 예시는 ‘늑대소년’이다. 정글에 방치된 한 소년은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이 성장하여 동물로서의 사회화를 거쳤다. 사람은 이렇듯 자신이 접촉하는 것들에 의지하여 자신을 형성한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이다. 인간의 지성은 항상 타자를 자신과의 관계 속에 놓고 인지한다. 이러한 인지작용을 통해 지식을 쌓고 그것이 한 명의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한 것이다. 한 사람의 눈에 비치는 타인이 자신의 거울이 된다.
그렇다면 이를 기반으로 내리는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떠한 역할을 할까? 작중에서 ‘사사’와 ‘조한’은 자신을 위해 한 몸을 내던질 수 있는 절대적 아군을 만나 자신을 긍정하고 이를 통해 선의 개념을 배운다. ‘조한’은 이 경험을 통해 신부가 되어 학생들과 ‘사사’를 위해 헌신하며 ‘사사’는 부모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자신을 규정짓는 가치판단은 주체가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왜냐하면 정체성은 행동하는 ‘나’에 대한 지침이기 때문이다. 선을 주둔하는 사람이라면 이타적인 행동을 추구할 것이며 지식을 비호하는 사람이라면 공부에 열중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와 목표하는 바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심리테스트나 성향 검사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향 검사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는지 제시한다.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여받은 타이틀에 따라 행동을 맞추려 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성향을 보면 행동을 지시하는 큰 지표가 자아정체성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인격 자체가 변하는 일은 어렵다. 예를 들어 쉽게 화가 나는 성격이나 외부 자극에 예민한 성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적절한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로 형성되는 것이 자아 정체성이다. 내재된 성질과 주어진 경험, 개인의 성질에 따른 경험에 대한 반응이 서로 작용하여 자아 정체성을 확립한다. 예를 들어 겁이 많은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 갈등에 대면하게 되었을 때 그는 갈등으로부터 도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확인하면서 그는 자신을 겁쟁이로 규정하게 된다. 허나 그가 용기를 쥐어짜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면 그는 자신을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될 수 있고 이 경험이 그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 ‘사사’의 약혼자이자 감시원인 ‘금귤’은 원래 무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사사’의 부친이 어린 그를 철저히 ‘사사’의 약혼자로서만 대우하며 양육하게 되면서 그는 잔인하고 집요한 성미를 띠게 된다. 그의 무심한 성격과 폭력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어울려 그를 냉혈한으로 만들고 거리낌 없이 자신에게 방해가 되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게끔 인도했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형성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간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그릇된 자기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타인의 관심이다. ‘사사’와 ‘사사’의 모친은 가장인 ‘사회장’에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끊임없이 학대당하는 인생을 살아오며 망가진 정체성을 가진 채 괴로워해 왔다. 잘못된 방식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제대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델리온’을 만남으로써 ‘사사’는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하게 되고 부친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해왔던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된다. ‘단델리온’이 과거에 만났던 신부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단델리온’ 또한 ‘사사’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베풀면서 그가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한 것이다.
이에 대한 안티테제가 바로 ‘사사’의 부친이다. 그는 명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온갖 부정을 저지르며 타인을 자신의 강박에 끼워 맞추려 하는 인물이다. 명예는 타인의 시선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개념이다. 따라서 그는 타인에게서 칭찬을 긁어모으기 위해 큰 사업을 벌이며 기업을 키워 재벌들과 교류하고 ‘사사’를 완벽한 딸로 키우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의 모습은 타인의 관심 때문에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있는 경우를 보여준다. 이는 그가 타인과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하고 그의 인격이 아닌 겉껍질로 평가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성직자인 ‘단델리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가 저질러온 죄들을 ‘단델리온’이 용서해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단델리온’에게 부와 명예를 보장하겠다며 그에게서 면죄부를 구하려 한다. 속죄마저 표면적인 형식을 통해 받아 내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정서적 교류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건전한 삶을 위해서는 타인에 의해 영향받는 ‘나’를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스스로에게 갖는 관심도 중요하다. ‘사회장’이 악인의 길로 들어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만을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이 진정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을 하지 못한 것이다. 타인의 애정에 더하여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정의 내릴 줄 알아야만 인간은 인간 답게 살 수 있다. ‘사사’는 과연 ‘조한’과 함께 자신의 숙명을 바꿀 수 있을까? ‘사사’는 모든 것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미 그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유진
만화평론가(2019 만화평론 공모전 신인 부문 가작 수상) 텍스트의 의미를 중심에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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