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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 : ‘협력과 유대’를 모색하는 새로운 느와르

2021-08-23 김경훈


<캐슬> : ‘협력과 유대’를 모색하는 새로운 느와르


느와르 장르의 대표적인 클리셰를 꼽으라면 역시 고독한 주인공일 것이다. 음모와 배신으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간 뒤 홀로 복수를 하는 주인공, 언더커버 역할을 수행하며 존재론적 고독을 느끼는 주인공 등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들이 접해온 느와르 장르의 핵심 클리셰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주인공의 친구, 혹은 동료들이 등장하기도 하나 이 경우 대부분은 영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느와르의 주인공은 왜 고독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느와르 장르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범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 세계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다루는 느와르의 특성상 진정성 있는 협력 관계 혹은 협동은 장르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느와르라는 장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느와르 장르가 가지는 장르적 윤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느와르물의 장르적 수용성이 넓어지면서 느와르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앞서 어급했던 전형적인 클리셰, 또는 그동안 장르가 고수해왔던 ‘장르적 윤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느와르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캐슬>이 바로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캐슬>은 느와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기존의 장르 문법을 과감하게 탈피하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공인 김신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취하는 방식이 협력과 교류, 그리고 조직을 만드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는 <캐슬>이 기존 느와르물의 클리셰였던 ‘고독한 주인공’ 클리셰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작품은 캐슬이라는 범죄조직에 자신의 아버지와 스승을 잃은 주인공 김신이 러시아의 킬러조직 이스크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뒤 복수를 위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거대조직에 부모와 은인을 잃고 복수를 위해 강해진 주인공의 귀환. 여기까지라면 기존의 느와르물에서 보여지는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후 김신의 행보는 기존 느와르물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김신은 단독으로, 고고하게 복수를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 캐슬이라는 집단을 무너뜨릴 조력자들을 찾아 그들과 협력을 하고자 한다. <캐슬>의 주요 플롯은 주인공 김신의 강력함도, 그의 고독한 복수도 아닌 김신이 캐슬을 무너뜨리기 위해 누구와 어떻게 협력을 하고 관계를 맺는지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신에게 목숨을 구해져서 러시아에서부터 함께한 시로카(서진태)를 제외하면 백의의 모든 구성원들은 김신이 직접 자신의 편으로 만든 인물들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김신이 자신이 가진 힘(폭력)으로 이들을 납득시키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는 점인데, 그렇기에 독자는 작중 주인공인 김신의 힘보다는 김신이 어떻게 그들을 조력자로 만들 것이며, 그들이 백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이 같은 특징은  <캐슬>이 기존 느와르물이나 갱스터물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김신의 조력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캐슬이라는 거대한 흑막에 맞서기 시작한다. 

 이처럼 <캐슬>은 기존 느와르물이 가진 전형성을 탈피하여 ‘관계’ 그리고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 역시 주인공의 서사를 위한 소모품이 아닌 각기 다른 매력으로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다. 물론 이 장르가 느와르인 이상 인물들 간의 이러한 관계와 협력이 작중 계속될 것이라고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거악에 맞서 스스로를 어둠에 던지는 김신과 그의 조력자들이 보여주는 결속과 우정, 유대. 그리고 거기서 직조되는 각 인물들의 매력은 기존 느와르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신선함이야말로 <캐슬>이 새로운 형태의 느와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독자들이 이 작품을 현재 연재되고 있는 최고의 느와르물 중 하나로 꼽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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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