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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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비명

“튀기면 다 맛있고 튀어나오면 다 무섭지” (by. 조석)- 네이버 〈2016 비명〉서은영(만화포럼 위원)8월 리뷰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찌는 듯한 더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납량특집 웹툰은 ...

2016-09-05 서은영
“튀기면 다 맛있고 튀어나오면 다 무섭지” (by. 조석) 
- 네이버 〈2016 비명〉 

서은영(만화포럼 위원)

8월 리뷰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찌는 듯한 더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납량특집 웹툰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모골이 송연해질 시간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축포였다. 그런데 이게 불발탄이다.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고, 비명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유명한 공포 웹툰이라면 단연코 2011년 네이버에서 기획한 “미스테리 단편선”에 게재한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일 것이다. 이 작품들은 삽시간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유튜브(Youtube)에선 이 작품을 보며 놀라는 외국인들의 감상기가 올라올 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해 여름, 많은 이들이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으로 인해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평면의 스크린을 매개한 웹툰에서 플래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호랑 작가의 작품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불쑥 튀어나온 손과 모니터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귀신의 형상은 무방비 상태인 독자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은 감각의 변화를 일으켰다. 유튜브 감상기를 보면, 울며불며 소리치는 독자에서부터 뒤로 나뒹구는 독자에 이르기까지 그 효과는 탁월했다. 
그런데 신선한 충격은 여기까지다. 낯선 경험이 숙달되면 감각은 무뎌진다. 이제 독자는 ‘갑툭튀’ 할 무언가가 있을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물론 ‘갑툭튀’ 할 장면을 알거나 예측하면서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뻔한 클리셰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낀다면 그 작품이야말로 호평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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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2015년 〈소름〉에 이어 2016년에는 〈비명〉이라는 타이틀로 여름 납량특집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14명의 작가가 매주 한 편씩 게재하고 있다. 아직 연재 중이긴 하지만 〈소름〉이 9월 중순께 완결을 한 전적을 보면 〈비명〉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게다. 
올해 네이버의 여름 특집 〈비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비명”이다. 거의 매화가 비명을 지르게 장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14편의 작품 중 단 2편을 제외한 작품들이 공포를 유발하는 BGM과 소리를 사용했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공포를 구성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명〉은 작가들이 한결같이 언제 튀어나올까에만 골몰한 것처럼 보인다. 2016년 〈비명〉이 정말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한 기획이었다면 일정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튀어나올 줄 알고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놀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조석의 〈마음의 소리-2016 비명의 소리〉를 인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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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기면 다 맛있고 튀어나오면 다 무섭지”

조석의 말에 한마디 더 얹는다면 튀어나와도 다 무서운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번 〈비명〉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지 못한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2015 소름〉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점과 내용에 대한 불만을 적은 댓글이 적지 않다. 이쯤 되면 ‘갑툭튀’ 전략은 확실히 실패한 것 같다. 〈옥수역 귀신〉이 나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공포의 전략은 학습되었고, 독자들은 웬만한 서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번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비명〉의 에피소드들을 문장으로 요약해 보았더니 웹툰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 말인즉슨, 분명 소재와 의도는 나쁘지 않았던 게다. 앞서 말했다시피 클리셰의 범벅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리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전략이고, 작가의 경쟁력이다. 이번 〈비명〉의 어떤 에피소드들은 맥락 없음을 지적하는 댓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종의 공포 전략을 노출 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전략들이 한결같이 ‘갑툭튀’에만 집중된다면 그것이 과연 전략이 될 수 있을지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은 〈2016 비명〉들은 진짜 비명을 지를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