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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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역사를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사 대중화라는 과제를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을 재미있게 봤다. 한국사의 21세기적 해석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이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사 대중화에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톡을 활용...

2015-10-26 김현우
“역사를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사 대중화라는 과제를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조선왕조실톡>을 재미있게 봤다. 한국사의 21세기적 해석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이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사 대중화에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톡을 활용한 대화 형태의 콘텐츠 구성은 IT와 인문학의 한국사판 결합이라고 본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구성이 돋보이고 그 무엇보다 콘텐츠 내용이 유익해서 좋다. 한국사를 좋아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두렵고 어려워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설민석(이투스 대표강사, 태건에듀 대표)

영국의 정치가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는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역사란 단순히 흘러간 시대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겪어온 삶의 궤적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달리 ‘발전’ 또는 ‘진보’라는 단어를 삶이라는 ‘시간’에 적용시킬 수 있는 이유는, 지나간 역사를 반추해보고 현재의 삶에 적용시켜 예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지금의 모습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다.

“웹툰에 이어 책으로, <조선왕조실톡>을 독자들에게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즐겁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500년짜리 대화록입니다. 조선 왕조를 이룩한 27명 임금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기록문화의 정수이지요. 1700여 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권수와 그 안에 담긴 500년 장구한 세월의 무게에, 웹툰을 연재하는 내내 어깨가 묵직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멋지고, 재미있는 인물들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즐거움이 너무나 커, 매주 지치지 않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름없이 울고 웃고, 때로는 성공하고 가끔은 크게 실패했던 옛사람들. 이분들과의 만남이 여러분께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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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통해 소개하는 <조선왕조실톡>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웹툰 섹션에서 매주 수, 일요일에 주 2회 연재되는 ‘무적핑크’가 그린 웹툰이다. 서울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에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 <경운기를 탄 완자님> 등을 네이버에 연재하며 ‘본격웹툰작가’로 데뷔한 ‘무적핑크’(본명 변지민)는 기발하고 탁월한 아이디어와 젊고 독특한 감수성을 웹툰 장르에 화려하게 접목시켜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인기 웹툰 작가 중 하나였다. 그랬던 무적핑크가 2014년 12월 9일부터 네이버 웹툰 섹션에 연재하기 시작한 <조선왕조실톡>은 그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많은 독자들(특히 젊은 층)에게 지지를 얻어 단숨에 인기 웹툰으로 떠오른 일종의 역사교양만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을, 역사에 접목시켜 웹툰으로 각색한 <조선왕조실톡>의 이 탁월한 아이디어는, 이 작품을 감상하는 누구라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실제 역사를 쉽고,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엄청난 학습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역사는 소통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역사가 즐겁고 재미있는 과목이었지만 어느 틈에 기피과목이 되어버렸다. 역사를 왜 배우는지 이유를 모르거나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톡>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 아주 좋은 교재역할뿐만 아니라, 연구자, 학생, 대중의 경계를 넘는 소통의 공간 역할도 한다. 이 책으로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되고, 나와 역사가 소통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박중현(잠일고 역사교사)

<조선왕조실톡>의 프롤로그를 보면, 첫 시작이 이렇다. “인생 살다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를 ‘친추’했다.” 그리곤 우리에게 익숙한 ‘카톡’의 대화창이 뜬다. 대화창의 내용은 이렇다. “강녕? ?누구세여 모르는 번혼데 왜 친추하세여 어의없네 -_-, ‘어의’가 아니라 ‘어이’, ‘네?’, 말투 왜 그러냐 한글 좀 곱게 써, 막 쓰라고 만들어준 글자 아니다. 나야 세종 할아버지.” 세종대왕 그림 옆의 ‘(알 수 없음)’과 작가인 ‘나’와의 첫 ‘카톡’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내용은 더 재미있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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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친구신청알람. 놀라서 친구목록을 확인한 나는 쫌 놀랐다. 아니 많이 놀랐다.” 작가의 짧은 독백 밑으로 ‘카톡 친구목록’란에 역사의 위인들이 쭉 늘어선다. 그런데 위인들의 자기소개가 정말 웃기면서도 그들의 업적과 특색이 한 눈에 잘 드러난다. 가령 이런 식이다. “태조- 조선 스타트업/방원이 간나자식”, “세종- 백성♥/한글패치 배포중/고기팟 모집중”, “양녕대군- 자유롭고 싶다”, “황희- 쉬고싶다ㅠ”, “연산군- 녹수 넌 내편이지?”, “이순신- 왜적 잡기보다...사회생활이 더 힘들다...”, “영조- 아들 없어요”, “고종- 커피 한잔의 여유”, “순종 ? 미안합니다” 

?????스 넘치는 ‘위인 소개’가 끝난 후, 이어???는 작가의 독백은 이 작품의 정체성을 한 줄로 정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메신저로 찾아온, 조선시대 그분들의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이렇게 <조선왕조실톡>의 프롤로그가 끝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역사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 나물에 그 밥이기도 하다. 창작도, 상상해낸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을 얼마나 새롭게, 즐겁게, 재미나게 풀어내느냐가 화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웹툰은 진실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 아닐까?” 
- 이한 (단행본 해설자) 

<조선왕조실톡>의 회별 구성은 제목, 본문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실을 ‘카톡 형태로 재구성’한 웹툰, 그리고 맨 마지막의 ‘실록에 기록된 것(正史)’과 ‘기록과 다른 것(픽션)’의 순서를 따른다. 가령 제1화인 백성과 고기를 사랑한 세종대왕의 경우 구성이 이렇다. 세종대왕과 ‘수라간 김상궁’이 카톡 대화창을 띠운다. 세종- 백성♥/고기팟 상시모집중과 수라간 김상궁- 편식고치는법 아시는분 갠톡조뮤ㅠ의 대화가 시작된다. 세종은 오늘의 메뉴를 묻는 김상궁에게 계속 고기를 요구하고, ‘어의’가 김상궁에게 대화창을 띄워 기별을 보낸다. “전하 비만에 고혈압입니다. 근데 고기만 드리면 어떡해요. 어의가 없네”, 놀란 김상궁이 세종에게 채팅으로 고기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세종대왕은 고기에 대한 ‘의지’와 ‘욕구’를 꺾지 않는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끝없는 고기사랑에 대한 ‘시시콜콜한 에피소드’(실제로 실록에 기록된 것)를 아주 재미있게 카톡 대화창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맨 마지막에 다다르면 ‘실록에 기록된 것’에 “태종이 세종은 고기 ??이는 밥을 먹지 않으니 꼭 고기를 챙겨 먹이라 명하다”, “세종이 가뭄이 들어 근심하자 신료들이 고기를 드시라고 칭하다”, “궁중 잔칫상의 고기가 아랫사람들 것보다 부실하다며 담당자를 문초하다”, “세종대왕이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다” 등의 정사(正史)에서 발췌된 역사적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바로 밑에 ‘기록과 다른 것’에 “신료들은 세종에게 채식을 권하지 않았다. 하루만 고기를 안 먹어도 걱정했다.”, “수라간에서는 마트 불고기소스를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자신의 상상으로 만화의 재미를 위해 덧붙인 픽션’을 독자에게 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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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댓글란에 항상 엄청난 수의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 ‘싫어요’가 눌리는 것은 아마도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요즘 세태에 맞게 새롭고, 즐겁고, 재미있게 풀어낸 구성방식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 쓰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카톡 채팅으로 구성된 역사적 사실들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새롭게 각색되면서, 그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무겁고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재구성하고 요즘 스타일의개그 코드’를 재미있게 상상해 이야기에 새롭게 덧붙인 이 작품은, 소재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의 중대함 때문에 가끔씩 댓글란에서 독자들끼리 열띤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역사 전문가로 보이는 독자들이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친절한 해석과 전문적인 설명을 달아주기도 한다. 필자 주변의 누군가가 <조선왕조실톡>을 보고 이렇게 평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개그센스를 접목시켜 웹툰의 진화를 이룬 신선한 작품’, 또 누군가는 이렇게 평했다. ‘학습만화와 웹툰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결합’.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조선왕조실톡>은 옴니버스 만화이??만, 이 책에서는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원고를 시대순으로 재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왕 27명을 테마별로 묶어, 11개 가족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미건조한 ???태정태세문단세....’가 아닌, 아빠와 아들, 삼촌과 조카로서 살아간 조선 왕들의 일상을 생생히 엿보시기 바랍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현재(2015. 9. 30.), <조선왕조실톡>은 네이버 웹툰 섹션에 82화까지 게재되어 있으며 시즌1이 종결된 상태다(11월 4일부터 시즌2 연재가 재개됨을 예고했다). 매주 수, 일요일에 주 2회 업데이트되는 것이니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다. 단행본으로는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2015년 8월에 1권이 나왔다. 단행본 1권은 1부 ‘건국패밀리- 태조, 정종, 태종’, 2부 ‘성군패밀리- 세종, 문종, 단종’, ‘3부 폭군패밀리-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6화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었다(프롤로그까지 포함하면 37개).

3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단행본은 위에 발췌한 작가의 말처럼, 연대순으로 원고를 재정리해서 테마별로 묶은 작가의 노력과 함께, <???선기담>, <중국기담>의 작가 이한의 해설 ‘실록 돋보기’가 에피소드 별로 덧붙여져서 내용이 더욱 알차고 깊이있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케이블TV MBC 에브리원 채널에서 ‘월요드라마 웹툰히어로 툰드라쇼’로 제작, 편성되어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현재 9화까지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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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일단 분량부터 압도적이다.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임금이 다스린 472년 동안의 기록이다. 고종과 순종을 합치면 더 길어지지만, 이 둘의 ‘실록’은 정리된 때가 일제강점기라는 이유로 ‘실록’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장이 있다. 권수로 따지자면 1,893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져도 이렇게 길고 흥미진진한 역사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역사책들이 역사적 사건?? 요약본이라면, 조선왕조실록은 실황중계이자 녹취록이다. 왕, 신하, 사건이 있으며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몹시 생생하게 적고 있다.....(중략)....사관은 언제 어디서나 보통 두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의 기억력은 불완전하기도 하며 개인의 사관이나 정치적 의견 때문에 기록을 곡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한 사초들을 ‘임금도 못 보게’ 비밀리에 보관해 두었다가 왕이 죽고 나면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이한, 머리말을 대신하여, <위대한 조선왕조실록> 中에서 발췌  

조선 시대 최고의 폭군이자 암군이었던 연산군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채택 문제로 국회를 비롯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할 만한 작품이다. <조선왕조실톡>은 작가가 밝혔듯이 ‘조선시대 그분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이다.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