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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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산보

음식에 이어 산보다. 최근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인데,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한 만화가 「고독한 미식가」(이숲)이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만든 콤비가 쿠스미 마사유키와 타니구치 지로. 쿠스미 마사유키는 만화가, 에세이 작가, 북디자이너, 음악가 등으로 활동하는 ...

2013-05-10 박인하
음식에 이어 산보다. 최근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인데,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한 만화가 「고독한 미식가」(이숲)이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만든 콤비가 쿠스미 마사유키와 타니구치 지로. 쿠스미 마사유키는 만화가, 에세이 작가, 북디자이너, 음악가 등으로 활동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고, 타니구치 지로는 가장 일본적인 풍광을 담아내는 문예적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다. 두 콤비의 전작 「고독한 미식가」는 낯선 식당(심지어 야구장에 있는 구내식당까지)에 들러 음식을 시켜 먹는 걸로 끝난다. 무언가 먹는 것에 집중하는, 그래서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한 만화였다. 「우연한 산보」는 산보다. 산보는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일제시대 한자인데, 우리 한자로 바꾸면 산책이다. 편집부에서 고민했겠지만, 어감을 생각해 바꾸지 않은 것 같다. 「우연한 산보」에서 이야기하는 산보, 즉 산책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은 ‘목적’이 없어야 한다.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했는데 낯선 곳을 걸어야 한다. 작가는 말미의 에세이에서 이 작품을 연재하면서 만든 세 가지 규칙으로 (1)조사하지 않는다 (2)옆길로 샌다 (3)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를 꼽았다. 그에 어울리게 문구제작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집이나 회사 그리고 친구와의 약속 등으로 우연히 찾아간 곳의 감상을 그린다. 우연히 찾은 거리에서 만난 집, 가게, 사람 그리고 기억들. 어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감상이 여덟편의 만화에 가득하다.
필진이미지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