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 STAY (아아, 올 여름도 아무일 없었구나)
“익숙하긴 하지만, 괴롭지 않은 건 아냐.” “남자의 일생”, “언니의 결혼”이 잇따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작가 니시 케이코, 위의 두 작품에서 ‘안정적인 그림과 세련된 연출기법, 완급조절이 완벽한 스토리’를...
2013-03-25
석재정
“익숙하긴 하지만, 괴롭지 않은 건 아냐.” “남자의 일생”, “언니의 결혼”이 잇따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작가 니시 케이코, 위의 두 작품에서 ‘안정적인 그림과 세련된 연출기법, 완급조절이 완벽한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어서 ‘꽤나 프로의 내공이 쌓인 작가로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1966년 생,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여덟이다. 이 작가의 초기작인 “3번가의 기적”이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에 한국어판으로 처음 소개된 것이 1997년이고, 저작권 표시에는 ‘1993년 作’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역산해보면 데뷔한 지 거의 20년은 넘은 베테랑 작가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남자의 일생”(전 3권)에서 보여준 “세련된 느낌의 어른스러운 러브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최신간인 “언니의 결혼”(2013.01.현재,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출간)은 아직 이야기가 한참 진행 중이라 뭐라 쓸 말이 딱히 없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것이 있나 싶어서 검색해본 결과, 발견한 만화가 여기에 소개하는 “STAY”와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라는 작품이었다. “STAY”는, ‘연관성 있는 단편과 단편을 이어붙인 형식’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된 ‘청춘 스토리’다. 한국어판으로 3권까지 나왔다. 첫 번째 권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연극부에 소속되어 있는 다섯 소녀들을 각 화의 주인공으로 삼아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맨 마지막에 총정리해주는 느낌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 ‘아아, 올 여름도 아무 일 없었구나.’가 수록되어 있다. 두 번째 권은, 첫 번째 권의 세 번째 에피소드 “LETTER”에서 특별한 느낌을 선보였던 커플, ‘미치루와 아츠시’를 주인공으로 삼아 ‘상큼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청춘 러브스토리’를 그려낸다. “남자의 일생”의 두 주인공이 만약 고등학생이었다면, 이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딘지 모르게 두 작품의 러브스토리 전개방식이 닮아있다. 세 번째 권은, 갑자기 뜬금없이, 첫 번째 권에서 잠깐 등장했던 소녀, 에리의 학교로 무대를 옮겨 ‘굉장히 심각하고 우울한 러브스토리’를 펼쳐낸다. 남자 독자들에게 굉장히 심한 거부감이 들지도 모를,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번 에피소드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일란성 쌍둥이 형제’라는 것이 포인트다. ‘근친상간’이라거나, ‘너무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이라거나 하는 도덕적인 잣대는 잠시 접어두고, 굳이 이 에피소드에 대해 변명하자면,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음은 여자인데 몸은 남자’로 태어난 주인공 세이가와 그런 그의 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바로 옆에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같은 반 여학생 에리의 이야기가 세 번째 권 이야기의 핵심이다. “STAY”는 아주 오래전, 아련했던 청춘시절로 안내해주는, 잔잔하고 독특한 느낌의 작품이다. 니시 케이코의 ‘특별한 감수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