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마가도키 동물원 (오우마가도키에 어서오세요)
“오우마가도키 - 해질녘, 날이 저물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시간대. ‘귀신이 출몰한다’는 시간. [같은 말] 황혼.” 사람의 몸에 토끼 얼굴을 한 정체불명의 원장, 실수투성이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지만 동물에 관한 지식과 애정만큼은 넘쳐나는 ...
2013-03-27
김현우
“오우마가도키 - 해질녘, 날이 저물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시간대. ‘귀신이 출몰한다’는 시간. [같은 말] 황혼.” 사람의 몸에 토끼 얼굴을 한 정체불명의 원장, 실수투성이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지만 동물에 관한 지식과 애정만큼은 넘쳐나는 인간 사육사(아르바이트 여고생), 원장이 내뿜는 연기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요괴스러운’ 동물들...오우마가도키 동물원에 거주하는 ‘독특한 가족들’이다. “역에서 버스로 2시간이나 걸리는 산속. 휴일에도 쓸쓸하고 한적한 동물원. 저 아오이 하나는 이곳에서 첫 번째 아르바이트에 도전합니다.” 요즘 만화계의 대세는 ‘판타지’다. 특히,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도배된 작품들을 매달 수십 권씩, 한국어판으로 쏟아내며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산 판타지는, 너무나 많은 종수와 장르적 유사성으로 인해 ‘옥석’을 가리기가 너무 어렵다. 그런 와중에, 아주 개성 넘치는 설정을 지닌 일본산 판타지 하나를 찾았다. 독특한 느낌의 환상기담(幻想奇談)과 팬시한 느낌의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조합한 동물원 이야기, “오우마가도키 동물원”이다. “좋아한다면 그걸로 충분해. 내 신념은 ‘재미있는 일만 하면서 살자’거든, 그러니까 사육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 나를 위해서 일해.” 이 작품을 그린 작가인 호리코시 코헤이는, 여기에 소개하는 “오우마가도키 동물원”외에는 한국어판으로 소개된 다른 작품이 없다. 이 작품은 현재(2013.01) 대원씨아이를 통해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이미 늦었어. 폐장 시간은 4 : 44. 이곳은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동물원이거든. 전부 내 마음대로지. 오우마가도키 동물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우마가도키 동물원”의 핵심은, 한때는 사람이었지만 ‘저주’에 걸려 토끼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동물원 원장 시이나의 캐릭터에 있다. 아주 가끔, 어떤 계기인지 모르지만 일시적으로 사람의 얼굴로 돌아가곤 하는 이 독특한 캐릭터는, 소년 시절에 마법에 걸린 탓인지 천방지축 어린애 같은 성격에 제멋대로 이기적인 행동만 일삼는다. 괴물토끼의 저주를 받아 이런 모습이 된 그는 저주를 풀기 위해 동물원을 차렸지만, 정작 자신의 신념인 ‘재미있는 일만 하면서 살자’로 일관하며 동물원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시이나에겐 ‘동물이 말을 하거나 사람 모습으로 변신하게 만들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판타지로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설정이다. 시이나의 힘에 의해 동물원 안의 모든 동물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면, 아르바이트 사육사로 들어온 여고생 하나가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괴물 토끼의 저주’에 얽힌 시이나 원장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도 이 작품의 숨겨진 재미 중 하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물원 버전”이랄까? 한번쯤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