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솔로 이야기

“야마나미 쿠리코, 28세, 솔로입니다.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애인도 없습니다. 있었던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식물과 TV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전철을 타고 40분, 서점에 출근합니다. 일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

2012-09-19 김진수
“야마나미 쿠리코, 28세, 솔로입니다.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애인도 없습니다. 있었던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식물과 TV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전철을 타고 40분, 서점에 출근합니다. 일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책꽂이를 살펴보고 다시 일하고, 점심시간에 찍어뒀던 책을 사원할인(30)으로 구입한 후 퇴근, 문 닫기 직전 동네 슈퍼마켓에 달려가서 저녁 찬거리를 사고, 비디오 방에 들르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야채가 좋아집니다. 욕조에서 느긋하게 잡지를 탐독, 자, 내일은 휴일, 치즈와 크래커와 와인, 오늘부터 읽기 시작할 대망의 책 한 권을 들고 드디어 지정석으로, 아아...행복해...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고 오후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산책 겸 브런치, 아- 멋진 휴일...” “솔로 이야기(story of herself)”라는 제목이 맘에 들어 구입한 책, “솔로 이야기” 1권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나에게 생각보다 괜찮은 내용과 의외의 구성으로 날 만족시켜준 만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작품의 저자인 타니카와 후미코라는 만화가에게 관심이 생겨 검색해보았더니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인지도는 없는 것 같다. “생활의 샘”, “편지”라는 단편집과 “사야와 함께”라는 작품 1권이 출간되어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솔로 이야기”라는 작품의 제목과 그대로 일치한다. 매 에피소드마다 각자의 삶을 가진 ‘독신 여성’(애인이 있는 여성도 등장하지만 원거리 연애 중이거나 거의 만나질 못한다)이 일상 속에서 ‘작은 문제’나 ‘어려운 고민’에 부딪히고 ‘적절한 과정’을 거쳐 삶의 활력을 되찾아간다는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권에서는 총 8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고, 에피소드마다 15~16p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주 가끔 이런 밤도 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일지도 모른다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고 나를 생각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루하루는 즐겁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야의 말에 이토록 흔들리는 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나는 쓸쓸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 이토록 불안한 것은 외로움(or고독) 때문이다. 그래서 삶을 견뎌 나가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다.”라는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딘가 있을 자신의 반쪽’을 찾아 방황하고, 노력하고, 움직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 해도, 자신의 ‘결핍’을 타인과 관계맺음으로써 해결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까?”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마도 이런 것일 것 같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고, 불안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지 마, 이건 너 자신의 문제야.” “이 별의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외롭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소소하지만 치유의 능력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