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의 카리스마
“마리 퀴리, 자네는 원래 그런 존재다. 자네의 ‘오리지널’은 물리와 화학이라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노벨상을 5개나 획득한 일족의 훌륭한 인물이 아닌가, 자네는 자긍심을 더 갖도록 하게, 여러분도 명심하도록 하게, 여러분은 모두 과거에 눈부신 업적과 명성을 남긴 ‘클론’...
2011-05-19
김현우
“마리 퀴리, 자네는 원래 그런 존재다. 자네의 ‘오리지널’은 물리와 화학이라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노벨상을 5개나 획득한 일족의 훌륭한 인물이 아닌가, 자네는 자긍심을 더 갖도록 하게, 여러분도 명심하도록 하게, 여러분은 모두 과거에 눈부신 업적과 명성을 남긴 ‘클론’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크나큰 자신감을 갖고, 오리지널이 미처 이루지 못했던 것...나아가, 그보다 더 높은 성취를 향해 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것이 여러분의 의무이자, 우리의 희망이니까, 마리 퀴리, 자네는 오리지널이 남긴 논문을 다시 한 번 복습하게, 자네라면 어느 누가 읽는 것보다 훨씬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서기 2xxx년, 히틀러, 나폴레옹, 나이팅게일, 모차르트, 프로이드, 엘리자베스 여왕, 마리 퀴리, 잇큐,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서태후, 에디슨, 라스푸틴, 잔 다르크 등등 세계의 역사를 움직였던 인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그대로 계승한 ‘클론’들을 양성하는 기숙학교 ‘세인트 클레이오’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라는 장르는 과학에 기반을 둔 SF와 잘 결합되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판타지라고 해서 마법과 환술만 난무해서는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 없다. 아무리 그림이 좋아도, 아무리 화려한 마법이 펼쳐진다 해도 그 중심에 작품의 근거와 기반이 되는 스토리가 없다면 금방 질려버리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를 구축함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이 과학이나 역사,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같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경험해왔고 앞으로도 그 미지의 비밀을 풀어내려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분야에서 작품의 소재를 따오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라는 상상력의 예술을 펼쳐내는데 있어 SF와 판타지는 최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클론은 역사를 되풀이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방과 후의 카리스마”는, 위에서 설명한 SF와 판타지가 어떤 식으로 만나면 최상의 궁합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해 온 수많은 위인들의 ‘클론’이 집중적으로 양성되고 있는 ‘기숙학원’이라는 설정부터가 아주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현재 한국어판으로 4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이 작품은 단순히 ‘위인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을 둔 SF적인 설정을 가미하고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세력의 음모론을 덧붙여, 읽는 내내 미스터리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작품이 진행되어 갈수록 특히 주인공인 카미야 시로의 정체가 이야기의 비밀을 풀어낼 가장 큰 열쇠가 되어나가는데, 그 와중에 ‘클론’이면서도 ‘오리지널’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곁들여져 매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류의 SF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독자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