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천의 나츠
“반년 전 두 살 많은 후유 형이 바이크 사고로 죽은 후....우리 집은 풍비박산이 났다.” 일본 학원 폭력 만화(일본식 용어로 ‘경파물’이라고 한다)의 커다란 두 줄기는 학교를 무대로 한 소위 ‘일진’들의 이야기, 또 하나는 바이크를 소재로 한 폭주족들의 이야기...
2010-12-17
석재정
“반년 전 두 살 많은 후유 형이 바이크 사고로 죽은 후....우리 집은 풍비박산이 났다.” 일본 학원 폭력 만화(일본식 용어로 ‘경파물’이라고 한다)의 커다란 두 줄기는 학교를 무대로 한 소위 ‘일진’들의 이야기, 또 하나는 바이크를 소재로 한 폭주족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이 두 가지가 겹쳐서 나오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두 부류의 ‘불량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일본 학원 폭력 만화의 큰 줄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를 친 이런 종류의 만화라면 뭐니뭐니해도 “비바 블루스”(일본어 제목은 로꾸데나시 블루스)와 “크로우즈”, “상남 2인조”(‘GTO’의 1부에 해당하는 작품) 등이 있겠다. “비바 블루스”가 학교를 무대로 한 ‘일진’들의 이야기라면, “상남 2인조”는 폭주족들의 이야기이고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혼합한 것이 “크로우즈”같은 작품일 것이다. 이 장르는 언제나 10대 남자 청소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장르이고, 왠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장르이기도 하다. 즉 어느 정도의 작화 퀄리티와 적절한 흥행공식을 지면에 구현하기만 하면 이 장르는 거의 대부분 ‘먹히는’ 장르라는 얘기다. “바이크 주차장에 딱 한 군데 빈자리가 있잖아?” 이런 장르의 흥행공식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다. 주인공이라면 슈퍼맨 이상의 싸움실력이나 운전 실력은 필수조건이고, 거기다가 성격까지 좋아야한다. 약자를 보호해야하고, 패거리를 짓지 않으며, 모든 일에 ‘쿨한’태도를 유지해야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강한 신념과 원칙도 겸비해야하고 불의에 맞서 저항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다. 주인공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강하고 자상하며 불굴의 의지를 가진 남자’정도가 될 것 같다. 주인공에게 맞서는 악역이나 조연들 또한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싸움방식이나 운전방식에 있어서 각자의 뚜렷한 특기가 있어야 하고, 독특한 버릇 같은 것이 있어야하며, 주인공의 생활방식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슬프고 가슴 아픈 상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주인공과 대결하게 되고 결국은 주인공이 승리하게 되어 있지만, 그 싸움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면서 주인공의 동료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악역이나 조연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강하고 사납고 잔인하지만 어딘가 아픈 상처나 기억을 가진 남자’ 정도일 것이다. “외천의 나츠”는 폭주족 계열의 폭력 만화다. 현재 2권까지 나와 있는 이 작품은 처음부터 다소 의도한 것 같은 ‘산만함’을 일부러 내비치면서 작품의 배경과 얼개를 짜나가고 있다. 주인공인 나츠를 둘러싸고 대립관계에 있는 요코하마의 폭주족들이 통칭 ‘난교’라 불리는 불량아들의 학교를 무대로 항쟁을 거듭한다. 나름 폭력물의 흥행공식을 변주하려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띠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장르의 법칙을 벗어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