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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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의 아내 (DETECTIVE'S WIFE)

“나 아카키 슌스케는 탐정이다. 도시의 번화가와 뒷골목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 욕심과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진 어려운 문제를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의뢰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 하드보일드 [hard-boil...

2009-03-02 석재정
“나 아카키 슌스케는 탐정이다. 도시의 번화가와 뒷골목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 욕심과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진 어려운 문제를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의뢰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 하드보일드 [hard-boiled]란,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을 뜻하는 것으로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파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원래 이 장르는 1920년대 금주령 시대의 산물이라고 하며, 헤밍웨이와 도스 파소스 등 미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훈을 적용시키려고 한다. (출처, 두산세계대백과사전) “노부코 씨의 마지막 선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전해주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둘이서 함께한 추억을 남편이 돌이켜 봐줬으면 하는 바램 같아요.” 수수께끼의 과거를 지닌 아내와 거대한 사건을 맡고 싶지만 기껏해야 불륜관계의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탐정 남편의 좌충우돌 사건해결일지를 다룬 만화 “탐정의 아내”는, 하드보일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어설픈 만화가 되어버린 경우다. 본래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각광받고 있는 지점은 주인공의 비정하고 냉혹한 모습, 어떠한 사건에서도 선악의 굴레에 빠지지 않고 철저하게 냉정한 관찰자의 객관적 위치를 지키는 것에서 비롯된다. 주인공의 이러한 차가운 깔끔함이 하드보일드 문학의 키워드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인정이 매몰되어 버린 사람들이 만든 정글, 대도시를 무대로 더더욱 빛을 발한다.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이면에는 이권, 음모, 욕망이 판을 친다. 이런 무정하고 차가운 대도시를 무대로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의 주인공이 하드보일드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 그것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백미다. “생명의 마지막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맞이하는 법이지. 명심하도록” “탐정의 아내”는 ‘무대’만 하드보일드하다. 갖가지 인간 군상들과 야쿠자, 비리경찰, 매춘부, 포주, 나중에는 어이없는 테러범들까지 등장시키지만 그 유치한 사건해결 방식과 조잡한 인물들간의 관계가 만화를 무지하게 재미없게 만들어버린다. 작가의 본래 의도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이는 전형적인 스토리와 그림이 따로 논 실패작의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