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DOROTHY)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만화, 연극 등 거의 모든 예술장르에서 2차 상품화가 진행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 칭송되는 작품이다. 캔자스 작은 농장 ...
2007-07-30
안성환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만화, 연극 등 거의 모든 예술장르에서 2차 상품화가 진행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 칭송되는 작품이다. 캔자스 작은 농장 마을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도로시는 어느 날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타고 환상의 나라 오즈로 오게 된다. 처음 보는 환상의 나라에 도착한 도로시는 우연치 않게 동쪽 마녀를 죽이게 되어 먼치킨 마을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아가씨로 대접 받으며 환영을 받지만, 오즈의 나라에 오게 되자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집으로 보내줄 수 있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나선다. 동쪽 마녀의 구두를 신고 오즈를 찾아 가던 도로시는 지혜를 얻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마음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그리고 용기를 얻고 싶어 하는 겁쟁이 사자를 만나 다정한 친구가 되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살고 있는 에메랄드 성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언뜻 보기엔 어린이를 위한 동화 같지만 사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이 작품이 최고의 명작반열에 올라선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고 다 보고 나면 가슴 한 구석에 무언가 묵직한 것을 남겨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지만, 거창하게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진리를, 작게는 삶의 비밀 한 조각을 재미있는 이야기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 어른들이 어린이보다 더 감동하는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아왔던 작고 소중한 것들을 탁월한 풍자와 비유를 통해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진정 위대한 점은 리메이크와 장르 변용을 통해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주어 또 다른 형태의 위대한 예술품들을 창조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도로시”는 이른바 만화판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라 할 수 있다. 손희준 작가가 한국인인 까닭에 주인공인 ‘도로시’가 서울에서 온 여고생이라는 것과 마치 판타지 게임을 하듯이 모험을 해나가며 주인공들의 능력치를 높이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수아비는 클론(ESP능력자), 양철 나무꾼은 로봇(사이보그), 겁쟁이 사자는 합성인간(사자와 인간의 혼혈종)으로 바꾸어 재탄생시킨 점이 ‘도로시’의 매력이라 하겠다. 원작인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설정의 대부분을 빌려왔고 스토리의 구조도 매우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만화로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설정에 있어 동쪽의 마녀를 비롯한 나머지 3명의 마녀들이 각자의 특기분야를 살려 병기를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과 각국이 명목상 휴전을 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즈의 권력을 갖기 위한 치밀한 전쟁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 게임 캐릭터가 살아서 돌아다니는 듯한 귀엽고 개성적인 그림체, 원작 캐릭터의 특징을 한국적인 코미디로 승화시킨 유머감각 등이 기존의 원작 스토리와 합쳐지면서 매우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날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께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틀어놓고 도로시와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 옐로우로드를 함께 걷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