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 앉아 있는 두 대장은 많이 닮은 모습.
엄홍길 대장은 <신들의 봉우리>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며 “꼭 사진첩, 아니 진짜로 산을 타고 있는 느낌이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입체적인 영상과 생동감 있는 산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고 극찬했다.
다니구치 지로는 후에 이어진 질문에서 <신들의 봉우리>를 그리면서 실제 산악인들이 이 작품을 보고 엉터리라고 생각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을 했다며 엄홍길 대장의 산악인으로써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물었으나, 엄홍길 대장은 “진짜 같다”며 “그림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품이다.”라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산의 풍경에 압도, 긴장된다...!”
<신들의 봉우리>를 읽은 많은 독자들은 이 독서경험에 대해 “힘들다”고 표현한다. 마치 진짜로 산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연출과 산을 타는 과정에 하나하나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장엄한 산의 압도적인 풍광을 그대로 담아낸 섬세한 그림에 밀려나는 것이다.
엄홍길 대장의 훈훈한 소감에 대해 다니구치 지로는 “저명한 등산가에게 이런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 기쁘다.”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의 <신들의 봉우리>는 힘 있는 터치로 써내려간 유명한 산서. 이런 저명한 원서를 만화화 할 때 작가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에 대해 묻자 다니구치 지로는 ‘산을 오른다’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문서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를 알기 어렵다. 그 만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산을 오르는지 생동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장”
만화와 등반에도 유사점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과 지난한 시간들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다니구치 지로는 “그래도 만화는 생명이 위태로운 일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상을 향한 루트를 상상하며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고독한 작업 과정은 분명히 산을 오르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만화는 그리다 실패했다고 해서 목숨을 잃지는 않는 점이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등반대의 대장은 여러 명의 대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지만 대원들의 생사와 정상정복의 성패를 쥐고 있기 때문에 전체 상황을 완벽히 통제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인내, 노력, 자신과의 싸움으로 작품을 만들 듯, 엄홍길 대장 역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 만화와의 공통점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유한한 인간의 인생에 산, 그리고 작품이 의미하는 것
산악인이 아닌 독자로써의 엄홍길 대장이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장면과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산을 탈 때에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생사를 판가름한다. 그렇기에 항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16좌를 등반하는 과정에서 10명의 동료를 잃었다. <신들의 봉우리>에는 그러한 고뇌가 담겨있고 묘사가 살아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님 본인이 그런 가까운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으셨는지, 그 묘사가 너무나 뛰어나고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니구치 지로는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납득이 될 때가 있고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죽음을 승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이란 인간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끝으로 엄홍길 대장은 ‘엄홍길 휴먼 재단’에 대한 자신의 꿈이 담긴 17좌 등반 목표에 대해 설명했으며, 다니구치 지로는 정년이 없는 만화가로 죽는 날 까지 전하고 싶은 것을 물색하며 평생 만화를 그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당초 예상된 시간을 훌쩍 넘어갈 정도로 긴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밀도 있는 대담시간이었다.
취재, 글_김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