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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대상작 ‘남김’의 윤현석 씨

<남김>이라는 작품으로 올해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윤현석(필명 물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학과) 씨는 상기된 얼굴로 소회를 밝혔다.

2010-12-21 홍지연

"힘있는 장편, 시작하고 싶어”

 

“제대하고 처음 그린 작품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입니다. 데뷔는 비슷했지만 벌써 저만치 앞서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면 언제나 부러웠는데, 이제 저도 스타트 했다는 느낌입니다.”


 

<남김>


 

<남김>이라는 작품으로 올해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윤현석(필명 물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학과) 씨는 상기된 얼굴로 소회를 밝혔다.


 

하굣길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은 초등학생. 친구들에게는 그저 ‘계란토스트 먹다 죽은 아이’일 뿐인 그 아이의 이름을 찾아 나선 한 소년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으로 심사위원을 매혹시켰다.  


 

소년의 눈으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능란하게 풀어내는 연출 솜씨도 좋지만, 감수성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체 역시 인상적이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소스와 피클이 범벅된 채 아무렇게나 뒹굴던 토스트의 모습은 참 리얼하면서도 삭막하게 우리 주변의 ‘죽음’을 드러낸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와 다르게 사실 이 작품은 올초 있었던 ‘천안함 사건’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당시 그는 해경으로 하고 있었고, 사건 현장에서 직접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생지옥’과 같았던 그때의 기억은 끝내 마음 속 빚으로 남았다.


 

작가 윤현석


 

“나는 몸 건강히 나와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이 느껴졌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만화니까, 만화를 통해 그 분들에게 뭔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저 그 희생자들의 죽음을 한 번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었으면 했고, 작게나마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헌정작인 셈이다. ‘천안함(772함) 사람들을 위해’라는 뜻인 ‘for people of 772 vessel’을 작품 서두에 넣고, 말미에는 46명의 희생자들 이름을 모두 적어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순수한 의도가 흐려질까 염려스러워 당선이 발표된 후에야 비로소 덧붙일 수 있었다.


 

이번이 그의 첫 데뷔는 아니다. 이미 <너에게 날리는 홈런>이라는 작품으로 2007년도 제2회 SICAF에서 디지털만화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초속 5센티미터>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에게서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욕심많은 이 신인 작가의 각오가 대단하다. 데뷔는 비슷했지만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들을 볼 때면 그는 언제나 “약이 오르고 질투가 날 정도였다”고. <핑크 레이디>의 연우 작가나 <싸우자 귀신아>의 임인스 작가 등이 모두 그의 ‘절친’들이다. 졸업을 기다리지 못할 만큼 조바심도 나지만 저마다 다른 색을 가진 충실한 작품으로 한 발 한 발 우직한 걸음을 옮기고 싶은 마음 역시 크다.


 

“당장은 학교를 다니면서 장편을 연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먹는’ 이야기가 아니라 ‘만들어 먹는’ 요리 레시피 이야기를 구상중이고요.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은데 내친 김에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서 전문성을 더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작품마다 고유한 색을 살려내는 ‘변신하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