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같은 교육만화 하고 싶었어”
2008 부천만화상 대상에 선정된 ‘아이코 악동이’
이희재 화백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중진 이희재 작가의 <아이코 악동이>가 올해 부천만화상 대상에 선정됐다.
청동거울에서 튀어나온 친구 ‘아이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동이’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이 화백이 어린이들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 끝에 선보인 교육만화. 우리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이고 인문적인 소양을 길러주고 싶어 시작했단다.
더불어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오랜 캐릭터 ‘악동이’가 다시금 작품을 통해 살아나게 된 것. 1983년 잡지 <보물섬>에 처음 소개돼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이 캐릭터는 여전히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김동화 심사위원장은 “<아이코 악동이>는 만화전문가 누가 보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악동이 캐릭터를 새롭게 창작한 아름다운 동화 같은 만화라는 점에서 선정하게 되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상 외에도 어린이만화상 부문은 이은홍의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사계절 출판사), 청소년만화상 부문은 김규삼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대원씨아이), 일반만화상 부문은 윤태호의 <이끼>(재담북스), 카툰상 부문은 지현곤의 (결게이트), 기획상 부문은 거북이북스(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해외작가상 부문은 <게게게의 기타로>의 미즈키 시게루가 각각 선정됐다.
다음은 대상 수상자인 이희재 화백과의 1문 1답이다.
Q.수상 소감을 말해달라“그저 뜻밖이다. 상을 전혀 생각 안해서인가 보다. 반갑고, 한편으로 부담도 온다.”
Q.‘악동이’가 태어난 지 25주년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을 것 같다“사실 ‘악동이’한테는 많이 미안한 마음이다. (악동이를) 낳아 놓고 그동안 크게 돌봐주지도 못하고 내쳐 놓은 것만 같아 아쉬웠다. 방치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던 차에 새로운 시대 우리 어린이들을 움직여보자는 생각으로 <아이코 악동이>를 내놓았다.
유명한 일본만화 <도라에몽>이 있다. 이 작품은 내용도 참 착하지만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다. 그런 만화가 우리에게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과학도 좋지만 인문 전반의 이야기나 민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싶었던 마음이 <아이코 악동이>의 시작이기도 하다.”
Q.캐릭터 ‘악동이’는 처음 어떻게 태어났나?“악동이가 본래 (다른 캐릭터들처럼) 정상적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악동이가 태어난 1980년대에는 만화를 마음껏 그릴 수 없었고, 창작보다는 학습용이나 세계 명작과 같은 작품을 하라는 강요를 받던 때였다. 하는 수 없이 외국 명작 <악동일기>(빅토리아 빅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시작했는데 두세 달쯤 그리다 주인공의 특성을 따 ‘악동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또, 작품 속 본래 내용을 없애고 내가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근 6년간 <보물섬>에 악동이를 연재했다.”
Q.만화계 사정이 좋지 못한데 만화가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꾸준히 장기적으로 자기가 소망하는 것들을 밀고 나가야 한다. 때가 되면 자기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자기 생각이나 내용에 더욱 몰입했으면 좋겠다. (만화가들 스스로가)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말해달라“1차 마무리는 됐지만 <아이코 악동이>는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2부, 3부 계속해서 갈 예정이다. 그리고 구상중인 다른 작품들도 있다. 섣불리 이야기하기 보다 나중에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