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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화 화백과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임꺽정 |
“시원하면서 섭섭하고 그래요. 학생들은 시원하겠지. 내가 ‘시원하지, 시원하지?’ 하고 물으니까 ‘예~’ 그러던데?(웃음)”
정년퇴임을 맞은 이두호 화백이 올해로 10년만에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직을 물러나게 됐다. 이 학과에 ‘지옥캠프’라는 특별한 전통을 만든 장본인. 덕분에 학생들은 일주일, 열흘씩 오지에서 합숙하며 만화만을 그리며 창작과 몰두의 즐거움에 눈떴다.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 ‘데생은 지우개로 한다’. 경험에서 우러난 선배 만화가의 진득한 가르침과 술자리로까지 이어지는 스승의 소탈한 마음은 젊은 청춘을 보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강의는 이미 지난 학기를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학교는, 학생들은 아직 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아쉬움인지 미련 탓인지 이 화백 역시 4학년들의 졸업작품 준비에 더욱 열심이다.
“가르친다는 입장에 서 있었지만 학생들한테 참 많이 배웠어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발상을 특히 많이 배웠죠. 그렇지만 나도 잔소리도 좀 늘었고.(웃음)”그의 곁을 떠나 제 길을 잘 찾아갔던 놈들도, 그렇지 못했던 놈들도, 궁금하지만 연락 한 번 없는 녀석들도 하나같이 떠오르는 요즘, 스승은 오히려 자신이 배운 게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섭섭한 것도 있는데, 과연 내가 10년 동안 잘했던 건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학교에 와서는 정말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 ‘내 그림’을 그리게 될 줄 알았는데, 어영부영 지나다 보니 그린 게 없어.”섭섭한 마음 한 켠에는 홀가분한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만화가라는 이름으로 40년을 살았지만 그의 실험정신, 창작욕구는 조금도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시간에 쫓겨 마음 한 구석 접어놨던 작업들을 이제는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이 화백. 최근 출간한 <가라사대>는 세조 때의 대식가 홍일동, 영ㆍ정조대의 문인 이문원 등 역사 속 기인 스물 한 명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인데, 켄트지 위에 수성사인펜으로 펜터치를 한 뒤 색깔을 입히거나 화선지 위에 수채물감을 사용하는 등 각각의 작품에 어울리는 12가지 컬러 기법을 활용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런 실험적인 작업들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또 최근에는 ‘만화 한국사’ 작업을 시작했지만 자꾸만 이것저것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고픈 마음도 있다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만화로 그려보고 싶고, 자전 에세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만화로 옮겨보고도 싶다.
“‘갈 때까지 나는 그리고 간다’는 말을 주변에 하곤 했는데 정말 그게 그랬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아, 그 선배 정말 열심히 그리다 갔다는 말 들으면 좋겠어요.”학교 후문에 있던 화백의 작업실은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될 예정이다. 다시 온전히 만화가 이두호로서 “작업실에 처박혀 작업에 빠지게 될” 기대로 그의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