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 그리고 싶어 10년 기다렸죠” 2009 부천만화대상 ‘태일이’의 최호철 작가“어찌 보면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는 입장인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과분하게만 여겨집니다.”첫 장편 <태일이>(글 박태옥/그림 최호철, 전5권, 돌베개 출판사)로 올해 부천만화대상의 주인공이 된 최호철 작가가 담백한 소회를 전했다.<태일이>는 스물 두 살 꽃다운 나이에 몸을 불살라 시대에 항거했던 1970년대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일대기. 월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2003년 가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연재된 작품이다.최호철 작가가 전태일을 ‘만난’ 것은 제대 후였던 1989년도다. 당시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에 그는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신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깨이고 실천하다 끝내 찬란하게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는 그에게 폭풍같은 ‘의식의 전환’을 선물했다.<태일이> 표지이미지이로 인해 최호철은 한때 청계천노동조합의 야학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야학 교재로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담은 10페이지짜리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지금의 <태일이>를 있게 한 작은 시작이었던 셈. ‘그림쟁이’ 최호철은 꼭 전태일의 삶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었지만,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1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마침내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교양지가 창간하면서 연재 제안이 들어온 것. 그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전태일 평전’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성인물 ‘전태일 평전’을 생각했었지만 “어린이에게 정말 소개시켜 주고 싶은 인물”이었기에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밝은 작품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나니 전태일의 삶이 여기저기 밝아보였습니다. 그 밝은 면들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노동열사인 동시에 노동을 통해 점점 더 명석해지는 사람, 세상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전태일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최호철은 1995년 신한 새싹만화대상을 받으며 만화 인생을 시작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회화는 물론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 애니메이션에까지 두루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어느덧 연차 15년을 맞은 중견 작가로 성장했다. 그사이 <태일이> 외에도 <십시일반-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코리아 판타지>, <을지로 순환선>의 단행본이 태어났고, 대학(청강대)에서 학생들에게 만화를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그렇지만 아직 더 많이 단련되고 배워야 할 뿐이라고 말하는 그. 이번 상 역시 그에게는 더 잘하라는 격려요, 채찍일 뿐이라고.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만화가들에게 뚜렷한 계획을 말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스럽죠.(웃음) 저는 공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우리가 어떤 공간에 살고 있고, 이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나 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아마도 <을지로 순환선>과 <태일이>의 작업이 합쳐진 형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