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들, ‘골방 에너지’ 더 투자할 때”
‘LA 만화 쇼케이스’ 참가한 김진 작가
만화가 김진이 지난 7월 미국을 다녀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최로 29일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LA쇼케이스’에 참가한 것.
‘MANHWA 101-Korean Comics for Filmmakers’라 이름 붙은 이 행사는 이른바 ‘미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열렸다. 유니버셜, 파라마운트,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20세기폭스를 포함한 할리우드 영화사와 제작사, TV관계자, 만화 평론가 등이 초청된 가운데 10개의 한국 만화 작품이 소개됐다.
이번 쇼케이스를 위해 진흥원은 “올해 초부터 한국 만화 원작에 관심 있는 할리우드 관계자를 차례로 만나 설문조사를 실시, 국내외 원작활용 현황, 미국 현지 출판 여부 가능성, 작품의 독창성과 대중성 등 사전 수요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김진의 <레테>를 비롯해 이유정의 <가물치전>, 네스티켓의 <트레이스>, 권교정의 <청년 데트의 모험>, 윤태호의 <이끼>, 강풀의 <이웃사람>, 이영란의 , 김진태의 <2급비밀>, 강모림의 <10, 20, 그리고 30>, 강도하의 <위대한 캐츠비> 등이 디지털 영어 e북으로 만들어져 소개됐으며, 특히 김진, 이유정, 이영란, 윤태호 등 만화가 4명이 참가해 할리우드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쇼케이스에 참가한 김진 작가의 소감을 들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바람의 나라 뮤지컬이 6월말에 끝났고, <바람의 나라> 26권과 <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판 3권이 7월초에 각각 나왔다. 또, LA 쇼케이스에 참가했고, 주변 정리도 좀 하며 지냈다.”
-이번 쇼케이스는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됐나?
“일단은 선발진격으로 선정되었다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쇼케이스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기회를 주시기에 배우는 자세로 다녀왔다.”
-행사 참가 소감을 들려달라
“일단 행사의 진행 등에 더 관심이 갔었고, 행사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를 예의 주시했다. 처음 참가해 보는 것이라, 행사의 틀이 어떤 것인가를 보고 배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WE6 홈페이지중 김진 작가의 섹션(http://www.we6.co.kr/kj/)
-쇼케이스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나?
“10개 작품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해외 초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들이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한국 만화 동향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작품 하나하나의 그림과 전체 줄거리는 물론 작품의 위상 등을 알렸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쪽으로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행사가 끝난 후 사인회에 참석하고, 초청된 해외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쇼케이스에서 소개된 <레테>는 어떤 작품인가?
“<레테>는 <푸른 포에닉스>의 외전격인 작품으로, 예전에 야후 마니아에 연재됐던 것인데, 단행본은 미국에서 먼저 출판됐다.”
-할리우드 관계자와 네트워크가 있었다는데, 실질 소득이 있었나?
“담당자가 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작가로서의 세상 엿보기라는 관점이라면, 작품 이외의 과정의 세계를 이해하는 창을 얻었다는 면에서 나름대로의 소득을 얻고 돌아왔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후배 만화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화는 멀티유즈의 경제적 사례 이전에 만화 자체의 장르에 대한 주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는 엄격히 구별되는 독자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만화시장 역시 결코 작지 않으며, 역사 또한 만만하지 않은 장르다.
그런데 요즘 멀티유즈라는 상업적인 이론이 구체화하면서, 곧잘 만화를 다른 장르와의 협조나 접목이 아닌 아이템 장르 정도로 낮춰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작가들 역시 스스로 다른 장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타협했다고 태연히 말하는 것도 보게 된다.
우선 우리 만화학과들은 그 부분에 대해 이론적 토대를 갖추고, 만화의 경제적 유용성만을 부각시키기 이전에 문화로서의 구체적인 위치확보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이것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자긍심을 마련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기획자는 해외시장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국의 문화의 자산을 먼저 파악하고, 해외에 차근차근 계획을 짜서 내보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너무 간단히 ‘손님은 왕이다‘ ’고객만족의 전략‘을 외치는데, 자기가 파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는 정신이고 사랑인데, 정신이나 사랑은 까칠한 부분이 있어야 매력적인 것이다. 아무리 상냥하게 비위를 맞춰도 매력도 애정도 안 생기는 종 같은 존재라면 버림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며, 동시에 문화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마지막으로, 창작하는 작가의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자기가 정해가는 일에 대해 정성을 다하기보다는 현실의 상황에 대해 불만만을 토로한다든가, 약은 방향으로 타협만을 일삼아서는 정말 자신 있게 내보일 작품이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스스로가 세일즈적인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인정받을 만한 자기세계를 구축한 후에 그들과 접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창작의 골방’에서 에너지를 더 투자하는 작가들이 좀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창작에 있어 1차 투자자는 작가 자신이니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일단은 10월 중에 그동안 홈페이지 개편 문제로 정체현상을 보였던 ‘WE6(www.we6.co.kr)’가 재가동을 할 예정이다. 이번 달부터는 WE6 연재를 다시 준비중에 있고, <바람의 나라> 27권과 스페셜 에디션 4권 작업에 들어간다. <바람의 나라>는 2~3년 정도 더 걸릴 예정이고, 이후의 작품 준비 역시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