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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본 만화계의 주요동향

2014년은 일본에서, 웹/전자 만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한 해였다고 볼 수 있었다.

2015-01-07 이현석

2014년은, 일본 만화잡지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듦과 동시에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뉴스거리가 만들어진 해였다.


1. 전자 만화의 본격적인 대두
2014년은 일본에서, 웹/전자 만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한 해였다고 볼 수 있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매체는 두 가지를 꼽아볼 수가 있겠다. 고단샤講談社와 DeNA가 손을 잡고 출범시킨 [망가박스マンガボックス]와 NHN PA가 런칭한 [코미코]가 그것이다. 전자는 기존의 잡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를 표방했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용 작품 발표⇒단행본으로 수익 창출이라는 시스템이었다. 편집장에,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등으로 유명한 스토리 작가인 키바야시 신 씨를 기용한 점도 화제에 올랐다. 코미코는 한국의 웹툰 방식을 일본에서 시도하고 있다. 한국식의 세로 스크롤 만화 독서 방식과 베스트도전 코너로 신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채용하여 일본의 젊은 독자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역시 8월에 대표작 <리라이프>가 발매되고 이 작품이 2권까지 40만 부에 달하는 판매실적을 올리면서부터이다. 이에 자극받아 일본 각 메이저 출판사가 속속 본격 전자잡지 참여를 발표하면서 2015년은 전자만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2015년 1월 4일. 이런 경향을 반영한 것인지,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고단샤가 모든 만화 잡지를 종이잡지판과 전자잡지판으로 동시에 발매하기로 결정하고 발표하였다.

2.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일본에서 흥행 돌풍
한국에서도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킨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일본에서 [아나와 눈의 여왕アナと雪の女王]이라는 제명으로 개봉하여, 극장 관객수 2000만 명을 달성(추정 흥행수익 254억 엔)하고 DVD/블루레이 세트를 300만 장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DVD/블루레이 세트 판매는 발매 일주일만에 151만 장을 판매하여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참고로 이전 일본에서 최고로 많이 팔린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151만 장이었다.

이 작품의 성공에 대해서는 (1) 흥행타깃을 철저하게 여성으로 삼았다는 점. (작품 안에서 여성 주인공은 철저히 능동적이다) (2) 유투브 등을 적극 활용하여 홍보한 점 등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3. 만화 <나루토> 연재 종료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 그 소년 점프를 대표하는 만화 중 하나인 <나루토>가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원피스>, <블리치>와 함께 소년점프의 신 트로이카 시대를 상징하는 만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키시모토 마사시가 그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장장 15년을 연재한 작품이다. 누적 단행본 판매숫자는 일본/해외를 합쳐서 2억 부를 넘는 인기작이며, 애니메이션은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판매 중이다. <원피스>가 아시아 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해서, <나루토>는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도 유명했다.

한편, 후반부로 갈수록 무리한 스토리 전개로 비난이 있기도 하였다. 이유는 역시 최근 소년 점프가 유력한 신인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간판작품이 하차하는 것을 여러 모로 막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것은 점프의 신 트로이카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을 말하며, 슬램덩크 연재 종료와 함께 소년 점프가 어려움을 겪었던 암흑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도 많다.

4.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규모 해적판 단속계획 발표
2014년 7월 30일,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해적판 대책 협의회 マンガ アニメ海賊版?策協議會]가 애니메이션과 만화 해적 사이트에 대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6개월 간, 주요한 웹하드 제공 서비스나 만화 불법 번역 사이트들에게 삭제권고를 실시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를 하는 국가의 재판소를 통해서 고소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이번 일이 성사된 것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등에 해외에서 이뤄지는 위법 다운로드 서비스로 인한 피해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다. 일본 문화청이 2012년에 실시한 조사로는, 중국 주요 도시에서 위법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5600억 엔, 2013년 경제산업성의 조사로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피해가 약 2조 엔에 달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설왕설래 말은 많았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5. [요괴워치] 대히트
[겨울왕국]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지만, 일본 자국의 콘텐츠인 [요괴워치]도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였다. 원래 2013년 일본의 유명 게임 프로그래머 히노 아키히로가 내놓은 게임으로 출발한 이 콘텐츠는,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동시에 인기몰이를 하면서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다.(요괴워치 관련 상품을 파는 반다이의 집계를 보면, 2014년 자사 매상 중에서 요괴워치가 차지하는 매상이 400억 엔대였다고 한다) 내용은 단순하다. 주인공이 요괴워치라는 아이템을 손에 넣게 되고 요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요괴와 여러 가지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해간다는 전형적인 스토리.

게임은 2014년 5월 시점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불황인 요즘 게임 판매 시장을 생각하면 엄청난 히트다). 애니메이션은 6-7의 시청률(채널이 많이 존재하는 일본으로서는 공중파에서 이 정도 시청률은 대단한 기록이다)을 기록하다가 12월에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대대적인 흥행몰이를 하였다. 이틀간 흥행 수익이 무려 16억 엔을 넘어섰다. 이는 기존 1위를 차지하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넘어선 수치다.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