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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정책 진단 - 만화정책은 없다?

필자는 지난 2000년 12월, 부천만화정보센터 인터넷 웹진 고구마의 의뢰로 한해 동안 만화정책을 결산하며 ‘한국에는 만화정책이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연간 예산 3억 2천만원, 정부 주무부서 담당자 주사급 1인에 불과한 마당에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1년 5월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정부는 문화관광부내에 문화콘텐츠진흥과(이하 콘텐츠진흥과)를 설치하고 만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

2002-06-01 김병수

필자는 지난 2000년 12월, 부천만화정보센터 인터넷 웹진 고구마의 의뢰로 한해 동안 만화정책을 결산하며 ‘한국에는 만화정책이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연간 예산 3억 2천만원, 정부 주무부서 담당자 주사급 1인에 불과한 마당에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1년 5월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정부는 문화관광부내에 문화콘텐츠진흥과(이하 콘텐츠진흥과)를 설치하고 만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동안 출판신문과에 할당(?)되어 천덕꾸러기, 찬밥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출판만화가 정부지원 육성산업의 하나로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의 뿌리로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문화콘텐츠진흥과, 진흥원 설립에서 한국만화산업발전협의회 구성까지


2001년 만화계가 대여점 문제를 화두로 결론 없는 선문답을 끝없이 -지금도- 주고받고 있던 사이, 우리만화정책의 근간이 뒤바뀌는 중대한 변화 몇 가지가 일어났다. 문화관광부내에 문화콘텐츠진흥과가 5월에 설치됐고 8월에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이 설립 된 것이다. 문화콘텐츠진흥과가 ‘출판만화진흥과’가 아닌 이상 부서 내의 사업 우선순위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부서의 등장은 정부가 ‘만화산업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최초의 긍정적 제스츄어로 만화계에 받아들여졌다. 언 발 오줌 누기식 지원책과 철저한 무관심 때문에 문화관광부와 줄 곳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던 주요 만화단체들은 콘텐츠진흥과와 진흥원의 탄생에 상당한 기대를 걸게 된다. 또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민, 관 합동의 틀 거리를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한국만화산업발전협의회’(이하 만화발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었다.

만화발전협의회는 2001년 9월 우리만화연대 주최로 문화콘텐츠진흥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천만화정보센터, 한국만화가협회 등 5개 단체가 참석한 만화기관, 단체 간담회 형식으로 개최됐고 문광부 주도로 콘텐츠진흥원, 만화출판인협의회, 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등도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만화 관련 기관, 단체를 총 망라하는 기구로 확대 개편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화발전협의회는 국내 주요만화사업을 의제로 다루면서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통해 각 기관 단체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라 기능이 본격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산개해 있던 만화계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화 아직도 사서보나요?


끝없는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올 줄 모른다’는 말은 오늘날 한국만화시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회자되어왔다. 30만부 안팎을 발행하던 모 잡지가 1만부 찍기도 힘들어졌고 ‘성인만화’는 이제 스포츠신문이나 인터넷음란만화사이트에서나 만날 수 있는 현실이고 보면, 작가에게든 독자에게든 한국출판만화시장의 불경기는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하겠다.

그 원인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상들로 집약된다.
첫째는 지난 일년 내내 만화계를 휩쓸었던 문제이기도 한 한국만화시장의 대여점 독과체제다. 서점판매에 비해 대여율이 월등하게 높은(한 조사에 따르면 만화책을 전혀 구입하지 않는 만화독자가 66에 이른다고 한다) 현실에서 만화시장이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대여점은 도서대여점이라는 형태로 처음 생길 때부터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초창기 만화출판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한동안 잡지 대여를 거부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으나 대여점이 전국적인 라인업을 구축하며 일정부수를 지속적으로 소화해 주자 입장을 번복해 버리게 된다. 나아가서 대여점용 단행본 전문 출판사까지 앞다투어 설립하며 밀어주고 당겨주는 밀월관계를 꽤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세미나나 토론회 때마다 문제제기가 되고 법률 등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제재는 불가능했다. 대여점은 유사이래 한국 만화의 근간을 이뤄온 대본소 시스템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뿌리를 치료하지 않는 한 혁명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심각한 문제는 대여시스템이 창궐하면서 한국만화의 작품수준이 형편없이 곤두박질 쳤다는 사실이다. 이는 독자의 이탈을 낳고 독자의 외면은 시장의 침체를 부르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검열에 속고 게임에 울고...


둘째 만화 유사이래 끊임없이 작가와 시장을 괴롭혀온 것은 ‘청소년보호법’등 규제관련 법규와 검열이다. 미성년자 보호와 아동복지라는 명분아래 검열과 억압의 소용돌이 속으로 작가들을 몰아 넣었던 각종 규제들은 지난 반세기 한국만화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민주화와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진일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신화작가 이현세와 스포츠신문 연재작가 기소’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유독 만화에 대한 사법당국의 시각이 여전히 전근대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냈다.
만화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청소년을 음란과 폭력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파렴치한 악덕 상인으로 낙인찍혔고 자기검열이라는 지병을 얻어 신음 할 수밖에 없었다. 창작자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 받는 것만큼 혹독한 시련은 없다. 한국만화가 재미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발달로 인한 만화대중의 급속한 이탈은 만화시장 붕괴의 최대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가장 왕성한 구매집단인 10대가 게임, 영화, 음반, 인터넷에 한정된 용돈을 쏟아 붇느라 만화책 살 여유도, 볼 시간도 더 이상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은 스토리, 캐릭터, 연출 등 만화가 갖고 있는 장점에 사운드를 덧칠하고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무장하여 청소년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국내에서 200만장을 팔아치운 스타크래프트를 국민 게임이라고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200만권 돌파한 열혈강호를 국민만화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당하는 것인 우리만화의 현실이다.

이밖에도 불합리한 유통구조, 온라인 만화의 급성장, 일본만화의 유입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만화시장불황을 선동해 왔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오늘날 한국의 출판만화 붕괴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 규명될 수 없는 고도의 복합적 원인들에 둘러 쌓여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우리만화는 지금 합병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자유의 검은리본 회원들의 반대여점, 반청보법 시위현장



부침 심한 만화출판계 : 성인만화잡지의 몰락

출판사들의 부침은 만화계 불황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2001년 11월 만화가협회에서 발표한 통계를 토대로 최근 현황을 가감하면 우리나라의 만화잡지는 아동, 순정 청소년지를 통들어 17종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준성인지였던 나인마저 없어져 성인만화잡지는 단 한 종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그사이 청년만화를 표방하면 국내최초로 창간 기자회견까지 대대적으로 열었던 웁스는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스러져갔다.

이로서 우리나라 성인만화는 인터넷과 스포츠지들이 양분하는 구도가 됐다. 성인만화잡지의 몰락은 협소한 시장규모에도 원인이 있지만 독자들의 기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잡지사들의 안일한 대처가 결정타였다. 주간만화, 매주만화, 빅점프, 트웬티세븐, 미스터블루로 이어지는 명맥은 1류작가에서 2류작가로 다시 3류작가로 지면을 때우면서 차츰 소멸되어 갔다. 특히 성인만화의 몰락은 만화가 십대의 전유물임을 부각시킨다는 측면에서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만화웹진 카툰P를 운영하고 있는 카툰프로젝트가 인터넷 포털 야후코리아와 손잡고 만든 ‘야후매니아’다. 익히 헤비메탈 등에서 봐 오던 현란한 칼라만화의 향연을 재연한 ‘야후매니아’는 지금까지 3호를 발행하며 언더와 오버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발행주기, 빈약한 작가군, 모호한 정체성 등,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광고보다 더 많다는 것이 불안한 미래를 드러낸다.


온라인 만화의 격랑

한때 붐을 이루던 온라인 만화는 올해 초 코믹스투데이와 연재작가간의 극심한 마찰을 정점으로 한풀 꺽인 모습이다. 영어와 일본어 심지어 중국어까지 서비스하며 한국만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코믹스 투데이는 벤처기업의 전반적인 불황속에 모회사의 경영부진으로 사실상 신규만화의 업데이트를 포기하고야말았다. 이 과정에서 원고료를 지급받지 못한 작가들과 업체간에 노사분규(?)가 일어나 만화계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코믹스투데이는 아직도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다. 출판만화잡지는 신작 없이 유지할 수 없지만 온라인만화는 작가 없이도 꽤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여기에 치명적인 독소가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일까, 온라인으로 몰려갔던 작가들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화면에서 지면으로 속속 복귀했다. 출판만화의 대안으로 언더 만화의 해방구로 급부상했던 온라인만화가 하루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바뀐 것이다.

‘만화 아직도 사서보세요?’라는 경악스러운 카피로 독자들을 쓸어모았던 라이코스만화와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몇몇 인터넷업체들의 만화가 신간보다는 구간 위주인 점도 만화불황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화계 안팎의 시련과 부침은 디지털시대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대안모색 : 만화인의 힘

지난 4, 5월 만화계는 대여점 사태에 이어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국민적 독서 붐 조성에 한몫하고 있는 MBC 오락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코너에서 만화를 저급한 수준의 매체인양 희화화 한 것 때문에 만화가는 물론 독자, 네티즌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급기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사태에 이르고 가까스로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이 사건은 만화에 대한 일반대중의 편견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조롱했다는 점에서 만화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치명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다리를 생각 없이 확 밟고 지나간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두 단체의 역할에 주목하고 싶다. 젊은 프로만화가 중심의 젊은작가모임(이하 젊작모)과 만화가 지망생들과 독자중심의 자유의 검은리본(자검댕)이다. 두 단체는 이 문제에 대해 최초의 조직적 저항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향후 전개된 사태해결 과정에서 발빠른 행동력을 과시했다. 특히 젊작모의 활약이 돋보였다.

두 단체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우리 만화계에 휘몰아쳤던 대여점 파동을 거치면서 온라인을 통해 급성장했다. (자검댕이 반대여점 운동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필자가 두 단체와 한국만화의 부흥을 연결시키는 이유는 최초로 만화생산자와 소비자가 조직적 운동을 통해 만화계 문제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만화를 위해하는 요소들과 싸우는 ‘면역항체’로서의 기능을 만화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환자가 살려는 의지가 없다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만화계 최대의 불황이라고 모두가 좌절하는 시기에 들불처럼 일어난 반대여점 운동을 통한 ‘한국만화 살리기’와 ‘우리만화 제대로 보기’의 촉매제가 된 느낌표 사건은 우리 만화인의 저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힘의 결집이 최종적으로 뜨거운 창작열기로 이어져 양질의 우리만화를 생산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결실이 될 것이다.


서울애니메선터와 부천만화센터

만화계가 자생적 조직들을 통한 생존의지를 보이는 것과 함께 정부를 비롯한 각 기관들 역시 예년과 다른 모습을 통해 우리만화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행정부처인 문광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이하 서울애니센터), 부천만화정보센터(이하 부천만화센터)가 만화사업의 정책입안과 집행의 중추 기관으로서 각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설립하고 서울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애니센터는 1999년 5월 문을 열어 2002년 5월 24일 만화의 집을 개관하기까지 전시, 교육, 창작지원, 해외진출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만화의 집 개관은 그동안 애니메이션 쪽에 편중되어 왔던 불균형을 해소하고 만화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출판만화 관련 시설이 별도로 건립되어 운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화계에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전시실, 열람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없어 교육, 창작지원시설 등이 보강되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4년째 맞이한 사전제작지원공모가 만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며 해가 거듭될수록 높은 참여율과 수준높은 작품들을 배출하고 있어 최대 성과로 꼽힌다. 서울애니센터는 대표적인 만화단체들이 입주해 있어 만화계와의 의사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장점이다.

1998년 12월에 설립된 부천만화센터는 만화정보관, 만화축제, 공모전, 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한국만화박물관과 만화규장각 사업이 단연 돋보인다. 자료축적에 있어 거의 빈사상태에 가까운 국내만화의 현실에 비춰 볼 때 박물관과 규장각을 통한 아카이브작업은 우리만화의 착근을 돕는 거름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4회째를 맞이한 부천만화축제 역시 알찬 지역문화행사로 자리잡고있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한 부천만화축제는 아직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에 가려져 있지만 유럽만화전, 언더만화전 등 특화된 기획전시를 통해 성과들을 축척하고 있어 연수가 쌓이면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만화전문축제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만화기획자가 절대 부족한 우리만화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만화PD과정을 개설한 것 역시 눈길을 끈다. 서울에 집중된 만화문화를 지방의 독특한 색깔로 이겨내기 위한 참신한 기획으로 돋보인다.


출판만화 산업중장기발전종합계획 마련 중


문광부는 콘텐츠진흥과와 진흥원의 설립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준비중이다. 이르면 오는 7~8월중에 발표될 출판만화 산업중장기발전종합계획은 침체에 빠진 한국만화에 대한 종합 처방전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주목된다.

이 계획에는 출판만화의 제작, 수입, 유통 및 소비현황 등에 대한 조사 연구와 만화산업의 규모와 종사인력에 대한 현황파악이 들어 있어 통계에 목말라 있던 만화계에 귀중한 자료로 쓰여질 전망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만화산업의 중장기 발전정책을 수립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등 유관산업과의 연계협력방안도 마련한다고 하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간의 상호협력체계에 대한 우려와 만화계 현장전문가들의 의견수렴 통로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불만은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초를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는 콘텐츠진흥원 주도의 한국만화특별전과 서울애니메이션 중심의 한국만화작가관이 겹쳐있어 어떤 형식이던지 정리가 불가피하다. 또한 지난해 앙굴렘페스티벌시 한국공동관을 운영하며 불거져 나왔던 문광부와 서울애니센터의 몇몇 설전들은 향후 한국만화산업발전협의회의 행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콘텐츠진흥과 용호성사무관에 의하면 현재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만화특별전은 국내유럽만화최고권위자로 알려진 성완경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을 추진위원장으로 국내만화의 해외진출 거점 확보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화계 일각에서는 짧은 준비기간으로 말미암아 부실한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가지 더 살펴볼 부분은 오는 10월과 11월에 걸쳐 펼쳐질 만화의 날 기념행사다. 지난해 한국만화가협회 주최로 치러진 제 1회 만화의 날 행사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만화의 날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로 이관되어 만화관련 주요 기관 단체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만화계 전체의 축제로 거듭나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11월 3일 만화의 날 본 행사를 정점으로 만화의 주간 선포,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출판만화대상시상, 만화열차운행, 만화의 거리 선포, 우리만화연대 10주년 기념전 등 각종 만화관련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보다 적극적으로 환기시키며 각 행사간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앙굴렘 만화축제 조직의원회측과 2003년 한국만화특별전에 관해
협의하고있는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단장 일행




만화출판시장에 나타나는 희망의 조짐들


최근 우리 만화시장에는 대대적인 복간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7~80년대 유행하던 만화가 하나둘씩 신간 코너를 차지하더니 최근에는 90년대 선 굵은 작품들까지 속속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기특한(?) 점은 복간 작품들이 하나같이 서점용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간이 아닌 구간의 복간이라는 점에서 우리 만화계의 허약한 기반을 다시금 되새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주축으로한 학습만화 시장의 성장도 막막한 출판만화계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어린이용 학습만화는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아동도서부분 상위권을 만화로 채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계 전반에 활력을 주고 있어, 당분간 일반 출판사들의 만화시장 진출러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년간 학습만화를 기획 해온 한 편집자는 “우리만화계의 유일한 경쟁품목은 학습만화‘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학습물은 순수 창작만화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창작만화와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출간된 이희재의 만화삼국지는 기획 학습물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유럽만화앨범 출간붐도 만화시장의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다. 초창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은 예술적인 취향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땡땡, 아스테릭스 등 유소년을 겨냥한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모 출판사는 유럽아동만화 앨범의 출간에 이어 윤승운 선생의 요철발명왕 신작을 앨범으로 출판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출판사들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대형 3사에 집중되어 있던 만화출판의 저변, 경향을 확장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월 100여권 내외의 박리다매식 메이저 출판에서 벗어나 작품 하나 하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결론은 작가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미성년자보호법과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불량만화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되어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제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불량만화생산자로 낙인찍혀 지난 97년 `음란.폭력 만화를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만화가들은 무죄판결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천국의 신화는 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사법부의 이러한 판단은 창작의 자유를 진일보시키는데 일조했다.

사실 그 어떤 화려한 정책이나 과감한 지원책도 그것이 만화가 개개인의 창작의욕을 북돋고 행복한 작업하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만화가는 규제와 억압, 검열과 심의의 족쇄에 갇혀 자유로운 창작의욕을 상실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만화계는 정부의 의욕적인 지원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 작가와 독자들의 끈끈한 고리로 연결되어 새롭게 발돋움 하려하고 있다. 이 모든 노력과 열정들이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주요만화기관, 단체 정책, 사업 일람 :::::


1) 문광부(문화콘텐츠진흥원)

- 출판만화산업중장기 발전 종합계획
- 온오프라인 유통 활성화지원,우수만화제작사지원
- 만화,캐릭터,애니 연계공동제작실운, 해외공동제작지원 현지어버전 제작지원,
-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참가지원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 오늘의 우리만화선정 만화의날(조직위원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국고지원)

2) 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만화의 집 운영, 만화작가교육과정 운영
- 출판만화, 시나리오 사전제작지원, 창작지원실 운영 만화모형공모전, 각종 만화기획전시

3) 부천만화정보센터
- 한국만화박물관 운영, (주)부천카툰네크워크 운영 전국학생만화공모전,
- 웹진 고구마, 만화의 거리조성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축제,
- 교육과정 운영, 창작지원실 운영, 만화도서 출간

4) 한국만화가협회
- 코믹뱅크, 만화산업대토론회, 아시아 만화인대회,, 여름만화학교,
- 원로만화가 육성채록집 발간, 한일만화가 연하엽서교류전

5) 우리만화연대
- 우리만화소식 발간, 만화전문가교육과정운영, 만화교원연수,
- 어린이통일만화그리기대회, 노동만화전 만화인크로키교실,
- 제주어린이 만화교실, 기획전시,

필진이미지

김병수

만화가
상명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 교수, 前 목원대 웹툰애니메이션·게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