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고양이만의 힐링 방식이 매력적이에요” : [웹투니스타_11] ‘탐묘인간’의 soon 작가

‘한 마리의 고양이는 또 하나를 데려오고 싶게 만든다’고 했던 헤밍웨이. 그는 무려 서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헤밍웨이와 같은 열혈 애묘인은 물론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마저 사로잡은 고양이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웹툰 ‘탐묘인간’이다.

2013-09-24 홍지연

‘한 마리의 고양이는 또 하나를 데려오고 싶게 만든다’고 했던 헤밍웨이. 그는 무려 서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헤밍웨이와 같은 열혈 애묘인은 물론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마저 사로잡은 고양이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웹툰 ‘탐묘인간’이다.
실제로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꾸밈없이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찻잔도 초밥도 모조리 고양이로 보이고, 박스를 보면 자연스레 고양이가 생각나며, 고양이의 발을 마치 종교처럼 숭앙하는 ‘묘족교’에 빠진 이라면, ‘길냥이’가 반가워 무작정 달려가는 ‘탐묘인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고양이 공감대백과’다.
비록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할 일도 못하게 귀찮게 하지만 말이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돌아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들 때면 문득 깨닫는다. 보드랍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숨소리가 안겨주는 그 무엇을. 콩테로 슥슥 그려낸 정겨운 그림체의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고양이에 전혀 관심없는 이들까지도 단숨에 사로잡아버렸다. 아마도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생명과 삶의 의미까지 끌어안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통해서일 것이다. 최근 시즌 4를 마치고 작품의 마지막이 될 시즌 5를 준비중인 soon 작가를 만났다.

두 마리 뮤즈, ‘미유’와 ‘앵두’

“미유는 흰색과 까만색의 젖소 무늬, 링이 있는 녹색 눈, 코에 대칭점이 포인트인 녀석이고, 앵두는 양말 신은 카오스 삼색 무늬, 처진 형광 연두색 눈이 매력인 녀석이에요. 성격도, 하는 짓도 천차만별이어서 같이 산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매일 새로운 느낌입니다. 미유는 저를 너무 좋아하고 늘 챙겨주는 한결같은 성격이에요. 앵두는 그냥 천방지축, 하는 짓이 딱 막내 같다가도 종종 애교로 웃음을 줍니다.”

10년 전쯤, 슈퍼 갔다 오는 길에 주워 여태 함께 살고 있다는 ‘미유’와 인터넷고양이 카페에서 입양한 ‘앵두’. 작가 soon이 ‘탐묘인간’을 그리게 한 뮤즈들이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녀석들. 각기 첫째, 둘째라 불릴 만큼 자식처럼 아끼는 놈들이다. 왜 그토록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묻자 금세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고양이만의 힐링 방식이 매력인 것 같아요. 불러도 아는 척 하지 않고 제멋대로고, 이리 오라고 해도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우울하거나 힘들 때 슬며시 다가와 주는 그런 고양이만의 은근한 매력이 있어요.” 
그 둘과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짧게나마 개인 블로그에 하나씩 옮기기 시작한 게 2006년 초다. 매일 비슷하다 못해 나른하기까지 한 일상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꽤 인기를 모았다. 애묘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하는 일상이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발랄한 표현, 정겨운 그림체로 그려졌다. 곧 한 출판사로부터 책으로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포털사이트 연재는 책 판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다음 ‘도전만화가’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곧바로 담당 PD로부터 연락이 온 것. 지금의 뜨거운 인기를 그녀는 실감하고 있을까.

 

 
 
 
 
 
 
 
 
 
 
 
 

“인기가 있다면 그건 아마 제가 고양이를 오래 키우다 보니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고양이를 키우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평소에는 인기를 거의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최근에 출판사를 통해 교보문고 사인회를 제안 받았을 때 그래도 제 만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꽤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오래 전 스며든 꿈에 다가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권교정, 김진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 그렇게 만화가라는 꿈도 길러졌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너무 좋아하고 만화가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 실기시험을 치기 귀찮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먼저 합격한 디자인과로 진학하긴 했지만요. 그렇지만 정말 (만화가가) 될 거란 생각은 전혀 안해 봤어요.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했고요. 그냥 선망의 대상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선망만 하고 말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잠깐 샐러리맨으로 살기도 했다. 이후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는데, 그런 중에도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5년에는 KTF와 데일리줌이 주최했던 만화공모전에서 ‘맛김아 죽지마’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만화가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그런데 두 마리의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그녀는 어느새 만화가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도 신기할 뿐이다.

  작가가 된 후로 매일 수많은 댓글을 접한다. “악플에 울거나 쉽게 씌여진 댓글 한 줄에 일희일비 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래서 더욱 웹툰은 매력적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독자와 바로바로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서로의 고민과 자랑을 한아름 내놓듯이 댓글들에도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주로 ‘빵 터지는’ 센스 있는 댓글들이 줄을 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은 고양이를 추억하는 한 네티즌의 사연이다. ‘탐묘인간’을 보며 새삼 자신의 고양이를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그녀를 안타깝게 했다.

 
 놀라운 것은 이렇듯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울고 웃고,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soon을 더욱 만화가로 살고 싶게 한다.
  “언젠가는 작품 때문에 고전자료가 필요했었는데 한국고전번역원의 연구원으로부터 구하기 힘든 자료를 얻기도 했어요. 의외로 내 만화 독자층이 다양하구나 싶어서 신기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탐묘인간’을 보는 것을 알 때, 그림으로 위안을 줄 수 있을 때 만화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작가가 된 이후로 누군가를 만날 때 자연인이 아닌 웹툰 작가로 먼저 알려지는 게 싫어서다. “작가로서 누군가를 만나기보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지고 싶습니다. 사인회나 다른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생활툰 넘어 정극에도 도전

  “‘탐묘인간’은 시즌 5로 다음에서의 연재가 끝납니다. 소재가 이미 진작에 고갈되었기 때문인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소재를 충분히 모았을 때 재연재를 할 계획입니다.”

아쉽게도 ‘탐묘인간’ 연재는 곧 끝이 날 예정이다. 다만 짧은 에피소드 정도는 그녀의 블로그(ah1983.egloos.com)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현재 부산의 한 공동작업실에서 작업중인 soon. 그토록 바라던 만화가였지만 생활로 접한 만화가의 삶이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여기저기 디스크와 관절염을 달고 있고, 그로 인해 생활툰 작가치고는 본의 아니게 휴재도 많이 했다. 그래도 언제나 참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2012년 출간된 첫 번째 단행본에 이어 두 번째 ‘탐묘인간’ 단행본(‘탐묘인간 new 1권’)이 곧 발행돼요. 다음 연재분 중 ‘시즌 1’ 내용이 담기죠. 책 콘셉트는 ‘묘족교’고요, 미공개 원고 20페이지가 부록으로 들어가는 데다 작품 속 ‘나른신’이 고양이를 만든 태초의 비밀도 소개됩니다.기대해 주세요.”

  잊고 살았던 만화가라는 꿈을 일깨워준 고양이. 하지만 앞으로 그녀는 고양이 만화만을 그리는 작가로 남지는 않을 참이다. 또, 생활툰을 넘어 정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고양이 만화만을 그리는 작가로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장은 정극을 바로 시작할 정도로 내공이 쌓이지는 않은 상태라 당분간은 생활툰과 정극의 중간 정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작품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차기작은 내년 상반기쯤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국정서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무언가가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고요. 팬 여러분께 늘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 덕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