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미즈시로 세토나

시대는 점점 세상사에 대해 관대해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도 일종의 코드로 이야기될 만큼 개방적(?!)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이야기할 작가가 ‘미즈시로 세토나’다.

2006-11-01 김미진




시대는 점점 세상사에 대해 관대해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가령, 범죄(?)였던 미니스커트와 장발이 유행이 되고 어지간히 수위는 방송에서 문제도 되지 않는 시절이 된 것이다. 비유의 대상이 고작해야 짧은 치마와 뽀뽀 정도라서 유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시작은 항상 미비하다는 사실. 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지니 이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도 일종의 코드로 이야기될 만큼 개방적(?!)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이야기할 작가가 ‘미즈시로 세토나’다.


특별한 표현 속에 담긴 보편적인 주제

왼쪽, <그녀들의 X-DAY> 오른쪽, <방과 후 양호실>

왼쪽, <그녀들의 X-DAY> ㈜서울문화사, 총2권(완결)
오른쪽, <방과 후 양호실> ㈜서울문화사, 총5권(미완)

그러나 비록 그녀의 굵직한 대표작들이 동성애를 통해 구현되었을지라도, 실상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크게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그녀들의 X-DAY> <방과 후 양호실> <다이아몬드 헤드> 등 그녀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학교가 배경이 되고,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고민, 이를 테면 연애(<그녀들의 X-DAY>의 리카), 친구들과의 교우관계(<그녀들의 X-DAY>의 유미히코, 의 이카와 사쿠라) 자신의 정체성(<방과 후 양호실>의 마시로와 <동서애>의 주인공들) 등에 관한 고민들로 힘겨워한다. 이들의 고민은 작품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기도 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모두가 겪게 되는 통과의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등장인물들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는 동안 독자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동화되어 간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의 전개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연출 속에서도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녀가 전하는 이 같은 메시지 때문이다. 요컨대,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성장기에 겪었던 고민과 아픔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일테면, <방과 후 양호실>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시로가 상반신은 남자, 하반신은 여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야기되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실상 사춘기 시절에 청소년들이 겪는 자아에 대한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즈시로 세토나는 그렇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공간’이 있고 ‘인물’이 있다

왼쪽, <메종 드 뷰티즈> 오른쪽,<1999년7월~상해>

왼쪽, <메종 드 뷰티즈> 대원씨아이㈜, 총3권(완결)
오른쪽,<1999년7월~상해> ㈜캄미디어, 총4권(완결)‘

학교가 존재하고 그곳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야기로 전개 된다’는 것이 그녀 작품의 첫 번째 특징적인 전개방식이라면, 또 다른 특징은 ‘특정 공간’이 존재하고 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들의 X-DAY> <방과 후 양호실> <다이아몬드 헤드> 등이 전자의 경우라면 ‘카사 사쿠라이’라는 임대 아파트를 배경으로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메종 드 뷰티즈>와 ‘상해’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을 전하는 <1999년 7월 상해>는 후자의 전형이다. 그녀는 이처럼 특정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고민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우리는 사랑, 로맨틱, 연애 등의 단어들이 너무나 식상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 TV 드라마, 만화 등 어떤 장르를 들여다보더라도 사랑은 흘러넘친다. 하지만 사랑이 주류가 되어버린 시대에도 동성애는 여전히 비주류다. 어쩌면 이성애가 식상해져버렸기 때문에 보다 자극적인 소재로 동성애가 채택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여전히 주제는 사랑이 아니던가. 미즈시로 세토나가 말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