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타카하시 루미코

“단 1시간이라도 좋으니…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요.” 낯이 뜨거워진다. 이 대사가 나온 하나의 만화로 인해 ‘과부 신드롬’이 일어났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물론 아무나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세계를 통틀어 딱 한 명뿐이다. 1억 4271만 엔. 2004년 고액납세자 순위 1위. ‘밀리언셀러 메이커’, 혹은 ‘여왕’. 그렇다.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 여사다.

2006-11-01 백인성




타카하시 루미코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

“단 1시간이라도 좋으니…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요.” 낯이 뜨거워진다. 이 대사가 나온 하나의 만화로 인해 ‘과부 신드롬’이 일어났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물론 아무나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세계를 통틀어 딱 한 명뿐이다. 1억 4271만 엔. 2004년 고액납세자 순위 1위. ‘밀리언셀러 메이커’, 혹은 ‘여왕’. 그렇다.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 여사다.

물론 처음부터 인기작가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니혼여자대학 문학부 사학과, 동인 시절부터 특유의 코믹함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녀지만 정작 시작은 미약했다. 78년 「못말리는 녀석들(勝手なやつら)」로 매년 실시되는 쇼카쿠간 신인코믹대상 가작으로 입상하며 데뷔한다. 앞으로 나아가게 될 떠들썩한 행보와 대비되는, 조용한 등단이었다.

대학에서 틈틈이 작업해 80년에야 발표한 「시끌별 녀석들(우루세이 야츠라)」. 그녀가 거둔 최초의 상업적 성공이자, 그녀의 코믹 센스를 한껏 발휘한 히트작으로 기록된다. 단행본으로만 2300만권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81년 26회 쇼카쿠간 소년부문과 87년 18회 세이운상 만화부문에서 루미코에게 영광을 안겼다.


왼쪽, <도레미 하우스> 오른쪽, <이누야샤 (犬夜叉)>
왼쪽, <도레미 하우스> ㈜서울문화사, 총15권(완결)
오른쪽, <이누야샤 (犬夜叉)> ㈜학산문화사, 총43권(미완)

이어 주간지 ‘빅 코믹 스피릿’에 연재되었던 「도레미 하우스(메존일각)」는 TV시리즈와 실사영화, OVA로 모두 만들어지는 성공을 거둔다. 그녀의 대표작 「란마1/2」는 ‘소년 선데이(少年サンデ-)’에 87년부터 96년까지 연재되었으나, 한국에서 ‘음란/폭력만화’로 낙인찍히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2002년 「이누야샤」로 제47회 쇼카쿠간 만화상 소년부문을 수상하며,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세간에 다시 확인시켰다. 끝은 창대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만화에서 재미를 느꼈다.


왼쪽,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시리즈>/오른쪽, <란마 1/2>
왼쪽,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시리즈> ㈜학산문화사, 총3권(완결) / 오른쪽, <란마 1/2 (Ranma 1/2)> ㈜서울문화사, 총38권(완결)

장르를 넘나드는 그네의 필력과 분위기를 대할 때마다, 언제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특히 「인어 시리즈」와 「란마1/2」을 대비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웃음이라곤 한 컷도 들어있지 않은 호러, 그리고 적절한 전투신이 배가된 캐릭터들의 코믹성. 그녀가 우메즈 카즈오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한 작가가 이처럼 다양한 장르에 전문성을 가진다는 점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어설픈 감은 그리 없다는 것은 놀랍다. 그래서일까. 한 만화가는 그녀를 ‘천재’라고 지칭하곤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만화는 모든 상상력을 끌어들인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작품들은 항상 그 말에 가장 충실해 왔으니까. 「시끌별 녀석들」을 다시 펼쳐본다. 20년 전 세간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었던 만화. 상상할 수 있었던 모든 소재와 내용이 들어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요즘 들어 필력이 떨어졌다는 혹평이 일각에서 들려오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그녀의 집필이 멈출 날은 아직 멀었다는 점. 데츠카 오사무의 뒤를 잇는 일본만화계의 자존심, 아직 ‘여왕’의 타이틀을 떼기엔, 그녀는 아직도 너무 젊기에 그러할 테다.


* 작가 홈페이지 : www2j.biglobe.ne.jp/~k_asuka/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