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키다리스튜디오 해외전략사업본부 김종욱 상무에게 듣는 글로벌을 위한 웹툰 산업의 전략
현재, 키다리스튜디오는 한국의 레진코믹스·봄툰뿐 아니라 북미·일본·유럽·태국 등이 운영되고 있고, 웹툰 외에도 CP 유통, MD·굿즈, 영상, 숏드라마 등으로 I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도 공식 출시했으며, 콘텐츠→플랫폼→IP 커머스(영상·게임·굿즈)의 선순환을 공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회사이다.
그동안의 글로벌 사업의 경험으로 현재 세계 각 지역의 웹툰 산업의 현재와 전망을 들어본다.

Q. 키다리스튜디오는 글로벌 플랫폼뿐 아니라 영상, 영화, 마케팅, 굿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이 웹툰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저희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시작해 해외에 10개 이상의 플랫폼을 오픈했습니다. 2024년까지 글로벌 사업은 플랫폼 중심이었습니다. 한국 IP를 현지화해 자사 플랫폼에 서비스하고, 유통은 웹툰 시장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각 사업의 색깔이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웹툰 플랫폼들이 해외에 과잉 진출했던 시기를 지나면서 시장이 정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부터 철수할 곳은 철수하고 사업을 축소하면서 현재 해외에 가장 많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은 네이버웹툰이고, 그다음이 저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의 강점은 특화된 장르와 카테고리입니다. 해외에서는 BL과 성인 장르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고, 결국 유료 구매가 가능한 IP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봅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IP를 기반으로 하지만 종합 콘텐츠 회사를 지향합니다. 특히 2차 IP 사업 가운데 굿즈가 2023년 이후 매년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현재 굿즈사업본부의 단일 매출이 300억 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특히 저희가 강점을 가진 BL은 팬덤의 성향이 K-POP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팬덤의 규모가 아주 크지 않더라도 이들을 결집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굿즈를 넘어 올해 ‘레진 스낵’이라는 숏폼 플랫폼도 론칭했고, BL 특화 챗봇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IP입니다. 2024년까지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본의 슈퍼 IP나 S급 IP처럼 하나의 IP를 다양한 2차 콘텐츠로 확장해 팬덤을 강화하고 넓혀가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Q. 레진은 태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지역에 진출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보다 언어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팬덤이 형성되는 경향도 나타나는데요. 실제 글로벌 사업을 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일반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무역상사라면 국가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맞습니다. 콘텐츠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레진US’라고 하면 미국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콘텐츠는 결국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비합니다. 따라서 국가보다 언어 시장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웹툰 업계는 자금력이 좋았고 해외 진출에 대한 투자도 많았기 때문에 우선 해외 시장에 깃발을 꽂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합류해 실제 사업을 해보니 결국 국가가 아니라 ‘언어 시장’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을 타깃으로 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계층과 세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나 독일의 50대 이상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젊은 세대는 상당히 능숙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레진US가 레진FR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레진US 매출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미국 이외 국가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직접 체감한 사례가 프랑스 굿즈샵입니다. 2025년 1월부터 프랑스에서 굿즈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많을 때는 굿즈 매출이 월 플랫폼 매출의 20~30%에 달합니다. 한국에서는 플랫폼 매출의 10%만 나와도 굿즈 매출이 상당하다고 보는데, 프랑스에서는 현지 플랫폼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의 굿즈를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확인해보니 이들이 레진US 이용자였습니다.
결국 언어권별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겠지만, 속도를 조절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글로벌 사업 역시 수익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통폐합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네요.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국가에서는 콘텐츠 수량이나 마케팅 등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반면 대만, 일본, 미국은 거의 한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어로 보면 영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권에서는 대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9금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서비스하기 어렵습니다.
Q. 지역별 매출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가별 매출을 보면 한국을 제외하면 단연 1위는 US입니다. 작년부터 대만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과 태국 플랫폼도 지속적으로 두 자리 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24년 이후로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어, 효율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여 운영 중입니다.
Q. 일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쭙겠습니다. 레진코믹스 일본 서비스가 내년 1월 종료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일본 정부도 콘텐츠 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슈퍼 IP 육성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나 준비가 있나요?
일본은 제 담당이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회사 전체적인 방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원래 레진을 운영하다가 2022년 벨툰을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 플랫폼을 확대하자는 기조였기 때문에 BL과 성인물을 함께 서비스하던 레진JP를 성인 중심으로 전환하고, 벨툰은 BL 전문 플랫폼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해보니 일본의 성인물 독자들은 망가에서 웹툰으로 많이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탑툰이라는 경쟁자도 있었고요. 반면 BL은 일본에 야오이라는 기존 장르가 있음에도 한국 BL에 상당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벨툰 매출이 레진JP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역전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통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BL 중심으로 포지셔닝하게 되는 건가요? 일본의 야오이와 한국 BL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데, 일본 BL 시장의 특징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제작 측면에서는 제작자들이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희는 스크롤 방식의 컬러 웹툰이기 때문에 기존 일본 만화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10~20대 여성들이 한국 BL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부터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의 목표를 글로벌 시장으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까지만 해도 제가 유럽 사업을 담당하면서 일본 웹툰 제작사들로부터 저희 유럽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일본 내부에서 자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한국 웹툰 플랫폼 업계의 새로운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태국 사업부도 통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유료화 모델을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은 지역인데,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현재 동남아에서는 태국에만 플랫폼이 진출해 있습니다. 틱톡이나 유튜브 데이터를 보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조회수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료로 콘텐츠를 구매하는 문화가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았고, 인구는 많지만 소득 격차가 크기 때문에 시장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태국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원래 코미코 태국을 인수해 성인물을 서비스하고, 한국에서 운영하는 봄툰의 태국 버전은 BL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성인 웹툰을 독립적으로 소비하는 여성층은 크지 않았고, 주로 BL을 보던 여성 독자들이 취향을 넓혀 성인물을 함께 소비하는 형태였습니다. 별도의 플랫폼을 운영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아 지난해 8월 플랫폼을 통합했습니다.
대신 현지 법인은 프랑스 모델을 적용해 작년부터 굿즈 전문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사무실도 쇼핑몰로 이전해 굿즈 팝업스토어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가 상당히 좋습니다. 지난해에는 법인 직원 50명이 플랫폼을 운영해 월 2억~2억5천만 원 정도의 매출을 냈다면, 현재는 5명이 운영하는 굿즈샵에서 월 최대 2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Q. 미국은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상화 시장이 특히 큽니다.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영상화나 애니메이션 등 2차 IP 사업을 확대할 계획도 있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부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레진US는 영어 플랫폼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큽니다. 다만 실제 레진US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장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US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장의 범위가 워낙 넓고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지만, 2차 IP를 비롯해 영화·영상화나 출판과 잘 연결한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매출과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한지, 설립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을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프랑스는 자국 만화인 ‘방드 데시네(BD)’의 전통이 강한 시장입니다. 몇 년 전과 비교해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 웹툰의 위치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제가 유럽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고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2021년부터 네이버웹툰, NHN 포켓코믹스, 픽코마 등 많은 플랫폼이 프랑스에 진출했습니다. 프랑스에는 오래전부터 BD라는 만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웹툰 시장 역시 충분히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프랑스 플랫폼인 ‘오노’ 담당자를 최근 출장에서도 만나봤는데 웹툰 시장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군요. 사업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월 신작도 10편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웹툰의 주요 독자층인 10~20대 여성들이 책에서 영상이나 디지털 콘텐츠로 이동해야 하는데, 프랑스에는 여전히 전자책을 포함한 도서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문화가 강합니다. 휴가를 갈 때도 가족들이 각자 읽을 책을 챙겨가는 문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웹툰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오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웹툰 플랫폼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독점보다는 같은 작품을 여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방식이 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해졌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작품들이 비슷하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차별화 방안으로 주목한 것이 ‘소장하는 문화’입니다. 저희 플랫폼의 작품을 직접 출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를 통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최근 3년간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웹툰의 출판을 상당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Q. 해외에서 직접 작가를 육성하지 않더라도 웹툰이나 작가 아카데미 같은 교육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나요?
교육 사업을 전문적으로 구축하려면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 웹툰 기업들의 규모와 여력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에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만화 시장이 큽니다. 독일은 출판 시장 자체가 세계적으로 큰 국가이고, 웹툰 시장의 성장은 느리지만 만화 출판 시장으로 보면 상당한 규모입니다.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만화·웹툰 분야에서 독일 쪽 매출이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또 독일 정부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화입니다. 다른 국가들이 AI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도 독일은 여전히 디지털화가 주요 과제입니다. 국토가 넓고 경제력 있는 중소도시가 분산돼 있어 IT 인프라를 특정 도시를 대상으로 집중해 구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태국 등 아시아권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강한 반면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산업 정책을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헤센주와 지방정부는 웹툰 아카데미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헤센주에는 한국 교민이 2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어 한국 제품과 문화, 콘텐츠를 비교적 빠르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도 웹툰 아카데미를 운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제작사 대표나 전문가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한국과 독일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입니다. 언어와 시스템의 장벽이 있습니다. 독일은 투자 여력은 충분하지만 일본과 비슷하게 사업을 상당히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사업계획서부터 매우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Q. 앞서 ‘슈퍼 IP’라는 개념을 말씀하셨습니다. 슈퍼 IP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지원 정책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본에는 제작위원회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의 IP가 만들어지면 만화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영상, 굿즈 등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함께 세웁니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까지 계획하고, 내부 인력뿐 아니라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습니다.
그런데 비단 저희 회사뿐 아니라 한국 웹툰 업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레드아이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상당히 잘하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정부나 정책 차원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것은 결국 불법 사이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불법 사이트가 계속 생기고 있지만 해외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서비스되는 작품들도 해외 불법 사이트에 실시간에 가깝게 풀립니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처럼 시장 규모가 크고 구매력이 있는 국가에서는 불법 사이트가 있어도 일정 수준의 유료 구매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아직 웹툰 유료 이용자가 많지 않은 유럽이나 특히 동남아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웹툰 자체의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보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도 프랑스에서 불법 사이트 문제만 해결돼도 플랫폼별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해외 시장에서 불법 유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