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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늘의 우리만화] <아티스트> 마영신 작가 인터뷰 '발효된 에너지로 만든 작품'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여전히 원고지에 펜촉으로 작업하는 만화가 마영신입니다.

2019-12-10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궁금한 이야기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여전히 원고지에 펜촉으로 작업하는 만화가 마영신입니다.

Q. <아티스트>로 이번 2019 우수만화도서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아티스트 곽경수 형님께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Q. <아티스트>는 작가님께서 데뷔 후 12년 동안 보고 겪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그리신 작품입니다. 예술가들의 모순적인 면모를 볼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하셨다고 밝히신 적이 있는데요, 당시부터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던가요?
A. 모순적인 예술가들의 에너지가 제 몸 안에서 썩고 썩어서 발효가 되었어요. 그때 이걸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아티스트를 만들었습니다.

Q. 작품 하나를 기획하시기까지 주로 어느정도 기간이 걸리시나요?
A. 연재를 하는 와중에 다른 작품에 쓸 글감이나 아이디어는 자연스레 조금씩 쌓입니다. 차기작 기획이나 시놉시스 정도는 1년 정도 연재가 끝나면 여러개 나와 있는데 거기서 더 다듬고 버리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 수록 기획 기간은 늘어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재료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Q. ‘오락실(남자 예술가들의 모임)’ 멤버 중 아직 성공하지 못한 40대 세 명이 주인공입니다. 그것도 아주 지질한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셨는데요. 지질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A. 앞에서 말했듯이 발효가 되어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입니다. 장사를 할까 하는 마음이었다면 절대 만들지 않았겠죠.

△ 마영신, <엄마들>, 휴머니스트, 2015.

Q. 실제 경험을 토대로 그린 만화입니다. 작가님의 어머님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 <엄마들>도 그렇고 일상 생활을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A.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만든다고 해도 허구가 많이 섞입니다. 우선 동의를 얻고 원고료도 어느 정도 주고 글을 받습니다. 받은 글에서 한문장이라도 건지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부탁드리기 때문에 스토리마다 다르지만 받은 글이 햄버거로 치면 고기일 수도 있고 양파 정도 일 수도 있습니다.

Q. <아티스트> 연재후, 혹은 우수만화도서에 선정된 후에 누군가에게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 하고 연락이 온 적은 없으신지요?
A. 곽경수를 예로 들면, 곽경수는 여자들 모습도 꽤 넣었습니다. 제 모습도 넣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자기 모습이라 생각해서 연락오면 그게 더 웃기겠네요.

Q. 예술가 지인 분들에게 받은 <아티스트> 후기 중 인상 깊은 후기가 있었나요?
A. 잘 모르는 분이 다짜고짜 저한테 '보다가 말았다'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말한 거 같은데... 저도 그 쪽 음악 10초 듣다가 말았어요. 라고 답했으면 아티스트에 나오는 한장면 같았겠네요.

ABOUT 아티스트
Q. ‘신득녕’은 ‘곽경수’와 ‘천종섭’ 캐릭터에 비해 응원을 많이 받은 캐릭터입니다. 득녕이만 (비교적) 긍정적인 캐릭터로 표현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저는 신득녕을 긍정적으로 표현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신득녕이 스스로 이야기 속에서 방어를 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독자들의 해석까지 더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신득녕은 특히 마지막 장면을 차지하며 아리송한 메시지를 던지며 열린 결말을 내리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하얀 배경에 득녕이 홀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끝나는 장면이 여운에 남습니다. 득녕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 득녕이는 마지막에 동서남북을 강하게 바라봅니다. 그것이 좌, 우를 가리지 않고 본인을 중심으로 세상을 감시하는 태도일 수도 있죠. 아리송하면 아리송하게 느끼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사람이 나이가 들거나 처한 상황에 따라 역사적 인물이 다르게 다가오는 법이니까요.


Q. 곽경수는 사람들의 얄미운 모습을 하나씩 섞어 놓은 느낌입니다. 곽경수 캐릭터의 모티브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빅맨'이라는 절판된 얇은 만화책이 있는데 '빅맨'이 곽경수가 첫 등장하는 만화입니다. 예전에 어떤 중년의 예술가가 작은 성공을 하려고 발악하고 여자한테 집적대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근데 물건이 크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 캐릭터를 짜는데 바다코끼리가 성적 욕망에 가득차서 큰 몸뚱이를 움직이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바다코끼리가 코도 커서 자연스럽게 곽경수가 탄생했습니다. '빅맨'은 '연결과 흐름' 단행본에 실려 있습니다.

Q. ‘오락실’은 남자 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여자 예술가들의 모임 이야기는 어떨지도 궁금해지는데요.
A. 모르는 이야기는 건들지 않습니다. 취재할 여자 예술가들도 잘 모르고... 이 참에 여자 버전 아티스트 누가 만들면 좋겠네요.

Q. 신득녕 캐릭터는 두상이 특이합니다. 득녕 캐릭터 디자인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A. 그냥 나온 겁니다. 머리를 많이 쓰니까... 연결과 흐름이란 중편을 보시면 과장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득녕이가 거기서 나온 캐릭터라 과장된 외형을 가졌네요.

Q. 신득녕이라는 이름도 독특합니다. 어떻게 떠올리신 이름인가요?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작가님 만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A. 학창시절의 친구들 이름이나 스쳐지나가는 이름들 중에 특이하면 기억하는 편입니다.


Q. 원색을 많이 사용한 쨍한 색채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색감 사용에도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A. 유치한 아이들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Q. 작가님께서는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A. 20대이면 명쾌하게 대답하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80세가 되어서도 구리지 않게 작품 발표하는 만화가이면 욕심이 큰가요. 일단은 환갑까지 지금처럼 고고씽하면 좋겠네요.

Q. 혹시 차기작은 구상 중에 있으신가요?
A. 올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쯤에 아티스트 후속 편인 '곽경수의 길'을 연재합니다. 20화 안쪽으로 예상되는데 곽경수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아티스트의 뒷 이야기도 같이 진행됩니다. 아티스트 결말에 흡족하시지 못한 분들이 만족할 거라 예상됩니다. 만화가 끝나면 빅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토리로 참여한 '너의 인스타'가 내년 봄에 책으로 나옵니다. 반지수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이 일품인 예쁜 그림책 같은 만화입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만화책도 나옵니다.

Q.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중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A. 무슨 장르다 생각하고 만든 적은 없어서 기회가 되면 작정하고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지금 숙성 중인 이야기는 살짝 스릴러 장르에 가까울 것 같네요.

Q. 반면 도전하기 가장 조심스러운 장르는 무엇일까요?
A. 제 그림체를 보시면 어떤 장르를 못 하는지 이미 답이 나와있습니다. 그림체 때문에 이야기도 그렇게 한정 짓는 거 아닌가 해서 스토리 작가로 협업할 기회가 있으면 할 생각입니다. 물론 BL, 순정 같은 장르는 못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12월 연재 예정인 '곽경수의 길' 미리보기 4천원도 안 나옵니다. 질러주세요. 책도 좀 사주시고요. 원화 판매도 하고 있으니 주식 사시지 말고 원화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