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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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백스테이지 편

웹툰 PD는 작가의 성공을 목표로 신인 발굴부터 기획, 제작, 유통, 2차 가공까지 웹툰 제작 전 과정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지는 핵심 조력자이다.

2025-12-01 배현지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

5화-백스테이지 편

 

보통 대중들은 대중 예술을 볼 때,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에게만 관심을 둔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거의 배우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된다. 때로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에게 시선이 가기도 하지만,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스태프들이나 유통에 관여하는 유통사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은 웹툰을 볼 때, 웹툰 캐릭터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그 다음으로는 웹툰 작가에게 관심을 둔다. 웹툰은 독자가 댓글을 통해서 작가와 소통하기도 쉽고, 웹툰 작가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웹툰 작가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보다 대중이 인지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하지만 웹툰이 제작되고 유통되는 과정에는 웹툰 캐릭터들과 웹툰 작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웹툰 플랫폼이 존재해야 웹툰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리고 웹툰 플랫폼까지 웹툰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웹툰을 제작해서 플랫폼에 공급해 줄 제작사가 필요하다. 이 플랫폼과 스튜디오에서 작가들과 작품들을 관리하는 것은 웹툰 PD들의 영역이다. 그리고 웹툰이 플랫폼을 통해 무사히 공개된 후, 작품을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출판사가 관여하게 될 것이고, 유통 과정에서 서점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특히 독립 만화만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독립 서점은 독립 만화 작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준다. 또한 작품이 해외로 수출될 경우, 웹툰 번역가도 필요하다. 현재 웹툰은 활발하게 해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웹툰 번역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웹툰만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들도 있다.

이렇게 웹툰의 기획부터 제작, 유통 등의 전 과정은 작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자들은 전면적으로 이름을 드러내는 웹툰 작가에게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보는 웹툰은 작가 외에도 웹툰 업계의 백스테이지에서 활약하는 만화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까지 무사히 도달하고 있다. 작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이 요구되는 업무를 할 사람이 있어야만 작가가 웹툰 작업에만 더 집중할 수 있다. 아마 이렇게 백스테이지에서 일하는 만화인 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직업은 웹툰 PD일 것이다.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의 백스테이지 편에서는 웹툰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가의 성공을 위해 일한다" - 웹툰 PD

웹툰 한 작품이 완결되면, 작가들은 마지막 화를 업로드한 후에 후기까지 그려서 업로드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독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작가들은 완결 후에 보통 꼭 후기를 올린다. 이 후기에 늘 등장하는 것이 ‘담당자님’, ‘PD님’, ‘편집자님’이라는 존재다. 작가들은 후기 만화에서 언제나 담당자님에게 감사함을 표현한다. 가끔 생활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만화에 담당자님과 만났다는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때 독자들은 웹툰 작가 외에도 담당자, PD라는 사람이 웹툰 제작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담당자님, PD님이라는 분들은 대체 뭘 하는 사람들일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된다. 무려 200개가 넘는 웹툰과 웹소설 IP를 보유한 스튜디오인 씨엔씨레볼루션에서 로맨스, BL 등 여성향 작품을 주로 담당하는 박은별 PD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PD는 producer, 즉 제작자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원래 방송계에서 쓰는 용어였다. 하지만 출판만화 시절에 주로 ‘편집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만화 매니지먼트 업종이 웹툰 시대가 오며 서서히 ‘웹툰 PD’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어 현재는 널리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웹툰 PD라는 직업은 간단히 말해서, 웹툰을 제작하고, 매니징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웹툰 PD는 한 명당 준비, 기획 중인 작품을 제외하고 5~6 작품 정도를 담당하게 되는데, 담당하는 작품별로 작가 섭외, 작품 기획, 작가 관리 및 지원, 작품 피드백 및 편집, 유통관리 등 웹툰 작품이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관리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작가 섭외 단계에서 웹툰 PD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졸업 전시회, 작가의 개인 SNS, 창작 플랫폼, 담당 작가를 통한 소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인 작가들을 접한다. 업체에 따라 공모전이나 투고, 기타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신인 작가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씨엔씨레볼루션의 경우에는, 창의인재, 잡카데미 등의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교육생 중에서 회사의 작품과 결이 맞는 교육생에게 컨택하는 방식으로도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PD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어떤 장르, 어떤 컨셉, 어떤 키워드, 어떤 셀링 포인트를 가진 작품을 만들지 제안을 한다. 노블코믹스를 제작하게 될 경우, 좋은 IP를 찾는 것도 PD의 역할이다. 해당 IP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각색의 방향성을 정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가와 작화가를 섭외한다. 이러한 초기 기획 단계 이후에 작가가 나타나서 본격적으로 작품 기획이 시작되면, 웹툰 PD는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와 구조가 스토리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작가의 의도가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될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때 작가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작가의 요구나 성향에 따라 공동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작품 논의에 참여하거나 작품 일부분을 창작하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튜디오에 따라서 PD에게 더욱 적극적인 기획과 창작 능력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작품이 제작되면, 플랫폼을 통해서 작품을 판매하게 된다. 플랫폼에 작품을 판매할 때에, 기본적으로 작가는 저작권을 가지고 상대에게 전송권, 유통권 행사를 허락하는 계약을 맺게 된다. PD는 이러한 계약 단계에서도 계약 주체 간 소통과 조율을 매개하고, 작품이 제작/유통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이 연재에 들어가게 되면 PD는 더 바빠지게 되는데, 작품 런칭 준비 기간에는 특히 야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밤에 업데이트가 되는 웹툰의 특성상, 야간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작품이 잘 업데이트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담당 PD의 역할이다. 또한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연재 중간에 시즌이나 회차를 늘리고 줄이는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실시간으로 작가의 스토리와 원고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야 하므로 연재 중에 더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작업 파트가 세분된 작품의 경우에는, 정해진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 단계의 제작 속도를 관리하는 것도 PD가 해야 할 일이다. 아마 웹툰 PD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이미지가 ‘마감을 독촉하러 오는 담당자’ 같은 이미지일 텐데, 실제로 이렇게 제작 속도를 관리해서 마감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작품이 무사히 완결된 후에도 PD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작품이 수출을 위해 번역되거나, 드라마화, 영화화 등 이차적으로 가공될 때, 설정집을 제작하고 내용을 검수하는 것 또한 PD의 역할이다.

앞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웹툰 PD라는 직업은 사람과 작품을 관리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많은 사람과 작품을 관리하는 일인 만큼, 갑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 웹툰 PD 일의 어려운 점이다. 참여한 작품이 기대보다 아쉬운 결과를 내게 되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힘든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은별 PD는 만화가 만들어지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는 PD의 장점에서 훨씬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박은별 PD는 PD가 작가보다 좋은 점은, 애써 주시는 작가들 덕분에 PD는 같은 기간에 더 많은 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품 하나에만 깊이 몰입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작가보다는 웹툰 PD가 더 적합한 직업일 것 같다고 생각된다. 한 작품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서 자신의 상상을 작품에 더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도 PD 일의 큰 장점인데, 박은별 PD는 작품의 초기 원안, 중간 수정본, 그리고 최종본까지 전부 아는 사람이 세상에 작가와 PD, 둘만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박은별 PD는 현재 이렇게 진심으로 직업을 즐기며 웹툰 업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실제로 자신이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박은별 PD는 대학교에서는 만화와 완전히 관련 없는 공부를 했고, 취업을 준비할 때도 공무원 시험을 중점으로 준비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만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작가마다의 개성이 지면에 표현되는 방식, 다양한 이야기 구조 등에 깊은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만화 만드는 일에 대한 욕구를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웹툰 스튜디오의 채용 공고를 발견하여 지원했고, 결국 합격하게 되어서 지금까지 웹툰 PD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은별 PD는 자신이 우연히 꿈을 이룬 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를 많이 읽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어려서부터 취업 준비를 해온 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별 PD는 본인도 다른 전공을 공부하다가 웹툰 PD가 된 만큼, 웹툰 PD가 되기 위해서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동료 PD들 중에도 비전공자가 많다고 한다. 물론 작가들 중에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의 작가들이 많기 때문에, PD 또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하여 전공지식이 있다면 작가와의 소통에 유리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PD의 업무는 제작 측면의 전문지식 이외에 요구되는 역량도 많기 때문에, PD로서의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무조건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쪽 전공을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학교나 회사에서 운영하는 PD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방법을 통해서 직업에 관한 전문적 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좋은 PD의 핵심 역량은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작가나 동료와 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문학과 비문학을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여러 영역의 지식과 경험을 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익히고 자신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는 것도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여러분이 PD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쌓다가 본격적으로 웹툰 PD가 되기 위해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면, 먼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만화가 어떤 것인지 파악해 보고, 그러한 성향의 만화는 어떤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지, 어떤 제작사에서 제작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했다면, 취업의 목표를 플랫폼으로 할지, 제작사로 할지 고민해 보고, 목표에 따라서 요구되는 실무 지식을 습득해 두어야 한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PD는 주로 작가관리 위주의 업무를 담당하고, 제작사에서 일하는 PD는 제작 전반의 일을 관리하기 때문에 어떤 곳에 취업하느냐에 따라 PD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크게 달라질 것이고, 취업 준비 단계에서 이것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만화에 대한 이해의 경우, 박은별 PD는 무조건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종종 비슷한 것을 만들게 될까 봐 작품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품을 많이 읽어야 어떤 것이 비슷하고, 어떤 것이 장르 문법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든 창작은 기본적인 문법 위에서 진행되어야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 수 있다. 그러니 남이 만든 이야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읽고, 읽은 것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해 보아야 한다. 이 작품은 ‘왜’ 재미가 있는지/없는지, 사람들이 ‘왜’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싫어하는지 파악하고, 파악한 내용을 전략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작품의 셀링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는 단순히 스토리가 좋다, 그림을 잘 그린다, 컨셉이 독특하다 수준의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스토리의 어떤 지점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스토리나 캐릭터의 어떤 지점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그림의 어떤 부분이 독자의 니즈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어떤 컨셉이 최근의 흐름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박은별 PD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을 볼 때 몇 가지 요소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바로 ‘뚜렷하고 간결한 동기, 초반의 적절한 정보량, 명확한 셀링포인트(비주얼, 컨셉의 매력도, 캐릭터 간 관계성 등)’인데,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잘 된 작품의 성공요인을 분석해 보는 것이 어떤 전략이 작품 제작에 유리한지에 대한 좋은 공부방법이 된다. 다만 보통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 더 이상 그 일을 즐길 수가 없다고 많이들 말하는 것처럼, 박은별 PD 또한 PD가 되기 전이었다면 비상업적이더라도 취향에 맞아서 재미를 느끼며 봤을 작품들을, PD가 된 후에는 자꾸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보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작품 평가와 피드백을 위해서 연출 방식과 스토리 전개 구조 등은 기본적으로 공부해 두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박은별 PD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창작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때 콘티를 연습하고 다른 작품을 분석해 본 경험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최근 회사에서 진행한 작법 강의를 청강했던 경험을 통해서 스토리 구조에 대한 작법이론을 접하고 실무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전공자라면 대학교를 다니며 창작과 작법이론을 배울 기회가 많겠지만, 다른 전공을 공부하느라 대학교에서 이러한 전문지식을 쌓을 기회가 적었던 학생은, 박은별 PD처럼 개인적으로 직접 만화를 창작해보기도 하고, 작법공부를 해두는 것도 웹툰 PD로서의 역량을 쌓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D는 이렇게 만화 제작에 전반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일반 독자들이 PD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은 후일담에서뿐이다. 그리고 만화가들은 작품 제작 내내 PD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후일담에서 PD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PD가 작품 제작을 도와준 이야기를 많이 그리고는 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작가의 후일담을 통해 PD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PD는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에 뭔가 더 신비롭고 대단한 인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PD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다’ 하는 유명작의 비하인드 일화들이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러한 일화들을 많이 들어왔고, PD들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보았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 내용을 칼럼에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보다도 개인적인 궁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PD가 작품 내용을 크게 수정해서 작품이 더욱 히트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박은별 PD는 이러한 일화를 PD의 무용담으로써가 아니라 작가의 입장으로 초점을 바꿔보면, 이것은 작가가 PD의 수정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사실 PD의 제안이나 조언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작가의 자유다. PD가 작가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부분을 모두 고치라고 작가를 열심히 설득했든, 이 내용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내용을 완전히 수정해 달라고 권유를 했든, 작가가 본인의 지향점과 다르다고 판단하여 제안을 거절한다면, 이러한 제안은 없던 일이 된다. 박은별 PD의 경우에는 작품에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스토리 기획, 트리트먼트 단계까지 작가와 서로 수정해 가며 진행하는 작품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PD의 참여방식은 작가의 요청과 제안을 했을 때 작가의 반응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불 수 있다. 작품, 특히 오리지널 작품은 작가의 것이다. PD가 백스테이지에서 얼마나 노력을 했든, 작품의 글/그림에는 작가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다. PD가 어떤 의견을 관철했든, 그것은 작가의 성적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PD가 작품의 외부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PD의 일은 작가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작가에게 성과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PD의 의견에 기반해서 작품이 히트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한 작가의 결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나도 PD보다는 작가에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박은별 PD의 이러한 PD로서의 관점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관점이었다. 사실 나도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때,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점들과 나도 몰랐던 나의 장점을 찾아내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 대단하고 고맙다고만 생각해 왔지, 그 피드백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해서 작품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인식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박은별 PD는 재직 중인 회사 대표의 말을 빌려, PD라는 직업에 대해 ‘작가의 성공을 위해 일한다’라고 표현을 했다. PD의 의견 덕분에 작품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작품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한 작가의 의견이라는 관점은 이 ‘작가의 성공을 위해 일한다’라는 표현을 설명해 주는 답변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자기 혼자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타인에게 조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성공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웹툰 PD는 웹툰 작가와 웹툰 캐릭터들이 무대 위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독자의 눈에 띄지 않는 무대 뒤편에서 바쁘게 활약하는 사람들이다. 박은별 PD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일하는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모든 답변들을 통해 여러분이 웹툰 PD라는 길에서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확장성을 가진 세계관이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서 함께 일하는 모든 작가들에게 괄목할 성과를 만들어준다는 박은별 PD의 꿈이 이뤄지기를, 그리고 박은별 PD가 더 많은 작가들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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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