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AI와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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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웹툰 시장에서 AI 활용의 사례 분석

웹툰 산업은 제작 효율을 위해 AI 도입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창작 구조가 ‘감독형·반자동형’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2025-11-21 손동주

만화, AI와 손잡다

4화-웹툰 시장에서 AI 활용의 사례 분석

웹툰 산업과 AI 기술의 만남

지난 10여 년간 웹툰 시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핵심축으로 성장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2024 콘텐츠 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2013년 약 1,500억 원(2013 만화산업백서)에서 202321,890억 원을 기록하며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9.7% 성장이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웹툰이 단순한 디지털 만화 형식을 넘어,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된 /싱글 소스 멀티 유즈(one/single source & multi-use, OSMU)’1)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조석 작가의 이태원 클라쓰2)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2020년 방영 당시 JTBC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사회적 화제를 모았다. , 웹툰 스위트홈3)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돼 글로벌 70여 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고, 윤태호 작가의 미생4)은 드라마화 후 직장인 공감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며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웹툰은 원작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문화 콘텐츠의 파급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세로 스크롤 형식의 디지털 만화는 일본·미국·유럽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서사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Grand View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828천만 달러(한화 약 115천억 원)로 추정되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7.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성장률을 기반으로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453억 달러(한화 약 62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의 고도화와 함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플랫폼의 콘텐츠 수급 압박, 독자의 기대 수준 상승, 제작비와 인건비 상승은 작가와 제작사 모두에게 지속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고민하게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AI)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다가왔다.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제작 공정을 단축시키고, 번역·채색·배경 제작 등에서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AI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지원해 창작자가 핵심 서사와 감정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창작의 영역을 확장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제작 패러다임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연재한 1~3회 칼럼에서 우리는 이 변화의 여러 측면을 살펴보았다. 1회에서는 AI 웹툰의 현실과 가능성을, 2회에서는 AI 창작물의 저작권과 윤리 문제를, 3회에서는 AI와 작가의 공존 모델을 조명했다. 이번 4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웹툰 산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활용이 시장과 창작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의 현황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웹툰 산업이 AI와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회와 위험이 무엇인지를 진단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웹툰 제작 과정에서 AI 활용 영역

웹툰 제작의 각 단계에서 AI는 점점 더 정교하고 필수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기획자·작가·편집자·어시스턴트가 분업으로 수행하던 작업이, 이제는 AI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 및 콘셉트 단계다. 대화형 AI는 프롬프트나, 스토리 생성 도구는 작가가 설정한 키워드와 장르, 캐릭터 프로필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놉시스와 대본 초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기존에 떠올리기 어려웠던 서사 구조나 캐릭터 관계 설정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 일부 플랫폼은 AI가 생성한 수십 가지의 시놉시스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기획 초기 단계의 창작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다.

두 번째는 작화·채색·배경 제작 영역이다. 이미지 생성 AI는 콘셉트 아트 제작, 복잡한 배경 디자인, 인물 표정 시안 등에 활용된다. 특히 장면 전환이 많은 액션·판타지 장르에서 배경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작가는 핵심 장면의 디테일과 감정선 표현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자동 채색과 스타일 전환 기술을 통해, 동일 작품 내에서 일관된 톤과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가능케 한다.

세 번째는 편집·후반 작업이다. AI 기반 편집 툴은 컷 분할을 자동화하고, 대사 폰트 크기·간격을 최적화하며, 장면 구성의 가독성을 높이는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표정 수정과 배경 톤 보정 기능은 특히 마감 직전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감정이 서사와 맞지 않는 경우, AI가 즉시 다른 표정을 제안하거나 배경의 명암 대비를 자동 조정해 장면 분위기를 통일시킨다.

마지막은 유통 및 독자 분석이다.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AI가 독자의 장르 선호도와 구독 패턴을 학습해 개인 맞춤형 작품을 제안한다. 또한 실시간 독자 반응 분석을 통해 시리즈의 전개 방향을 수정하거나, 특정 장면의 연출을 강화하는 데이터 기반 제작이 가능해졌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작품별 구독 유지율을 예측해, 다음 시즌 제작 여부나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결국 AI는 웹툰 제작의 전 과정을 아우르며, 창작자의 아이디어 발굴에서부터 최종 독자 경험까지의 흐름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보조를 넘어, 웹툰 산업의 제작·유통·소비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웹툰 제작과 AI의 조우

웹툰 제작 과정에 AI가 결합하면서, 기존의 분업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창작자가 머릿속에만 그리던 아이디어를 AI가 구체화하는 역할이 커졌다. 과거에는 여러 날이 걸리던 시놉시스 작성이, 이제는 생성형 AI를 통해 몇 분 만에 다수의 대본 초안과 캐릭터 설정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작가가 새로운 플롯 구조나 캐릭터 관계를 실험할 수 있는 창구를 넓혀준다. 작화 단계에서는 이미지 생성 AI가 중심에 섰다. 복잡한 배경, 장면 콘셉트 아트, 세밀한 인물 표정 시안까지 AI가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작가는 디테일 보강과 감정선 연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자동 채색 및 스타일 변환 기술은 장르별 톤과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후반 편집 단계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컷 분할, 대사 폰트 최적화, 장면 구성 추천 등 AI 기반 편집 툴은 반복 작업의 부담을 줄이고, 독자의 시선 흐름에 맞춘 화면 설계를 돕는다. 표정 수정과 배경 톤 보정은 마감 직전에도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유통과 독자 분석에서 AI의 활용은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독자의 장르 취향, 시청 시간대, 결제 패턴 등을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작품을 추천하고, 작품별 구독 유지율을 예측해 시즌 연장 여부나 마케팅 전략을 결정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제작 단계로 다시 환류돼, 다음 회차의 전개나 장면 연출에도 직접 반영할 수 있다.

이처럼 기획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쳐 AI가 개입하는 현재의 제작 구조는, 단순히 효율화라는 한계를 넘어 웹툰 산업의 창작·편집·유통 전반을 재설계하는 변혁의 동력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작가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더 높은 차원의 기획과 표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외 AI 웹툰 실험의 현장

웹툰 산업은 지금 창작과 기술의 충돌이 아니라 제작 공정의 재구성이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AI는 콘티, 채색, 번역, 추천, 저작권 보호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 결과물은 찬사와 반발, 성과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실험을 살펴보면, 산업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국내 대형 플랫폼들은 AI를 우선 창작 보조가 아닌 운영 인프라에 접목했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부터 불법 유통 추적·차단 시스템인 툰레이더(Toon Radar)’를 운영하며, 업로드 원본에 보이지 않는 식별 정보를 삽입해 초기 유출자를 추적해왔다.

최근에는 AI를 결합해 불법 복제 탐지와 억제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카카오는 번역, 현지화, 유통 관제에 AI를 활용하고, 북미 플랫폼 타파스를 거점으로 해외 해적판 대응망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크리에이터 수익 보호를 내걸고 저작권 침해 단속 성과로 7개월간 불법 웹툰·웹소설 약 2858만 건을 삭제했다고 와우테일이 전했으며, 2025년에는 AI 기반 숏폼(short-form) 전환 도구 헬릭스 숏츠(Helix Shorts)’5)를 선보여 완성된 웹툰 에피소드를 짧은 영상으로 자동 변환·추천하는 실험에 착수했다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이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리포맷 혁신과 달리, 창작 공정에서의 AI 활용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3년 시험 공개한 이미지 보정·생성형 도구 툰 필터(Toon Filter)’는 출시 일주일 만에 2,0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며 신규 사용자 수를 약 5배 늘렸다. 그러나 서비스 취지에 동의한 10명의 작가가 스타일을 제공하고 사전 동의 없는 활용을 제한하는 방침까지 마련했음에도, ‘창작자 저작권 침해 우려라는 역풍이 거세게 일었다.

더구나 국내의 한 신규 연재작은 AI 보정 이미지를 사용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무직전생(Mushoku Tensei)6)과 패널·구도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AI=표절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데이터세트(DataSet)7)와 학습·출력 과정의 불투명성이 얼마나 빠르게 신뢰를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플랫폼이 강조하는 도구로서의 AI’가 현장에서 대체로서의 AI’로 오인되는 순간, 시장은 즉시 반발한다.

해외에서는 일본이 상업 출판을 통해 AI 단행본 만화를 선도적으로 선보였다. 루트포트(Rootport)20236주 만에 108쪽 풀컬러 AI 만화를 완성·출간했고, 다수의 매체가 이를 세계 최초 수준의 AI 만화로 소개했다. 그는 텍스트 to 이미지생성 결과를 큐레이션하고 편집하는 감독형 창작방식을 통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 작가도 만화를 제작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재 웹툰 제작 현장에서 AI 활용은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반자동 제작(semiautomatic production)’8)에 가깝다. 작가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적합한 컷을 선별해 리터칭과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거친 뒤 다시 학습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창작자는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전체를 지휘하는 감독이자 큐레이터, 편집자의 위치에 선다.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운영하려면 캐릭터와 배경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룩북(lookbook)’9) 데이터베이스와 템플릿 프롬프트 등 별도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결국 속도는 AI, 의미는 작가라는 분담 원칙이 명확히 세워져야 한다. 프롬프트 작성 기록과 편집 이력을 보존하고, AI가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 설계나 관점 전환, 감정의 흐름을 인간이 직접 설계하는 조직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협업 체계가 구축된다.

국내외에서 이어지는 논쟁은 세 가지 최소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투명성이다. AI가 어느 범위에서 사용되었는지, 예를 들어 생성, 보정, 채색, 배경, 효과 중 어떤 단계가 AI에 의해 처리되었는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둘째, 라벨링이다. 에피소드나 컷 단위로 AI 사용 여부를 표기하고, 인간 편집자의 기여도를 병기함으로써 창작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동의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에는 반드시 권리자의 사전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수익 배분 규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이 발표한 ‘AI와 저작권에 관한 견해10) 이러한 논의에 구조적 프레임을 제공하고, 한국 대형 플랫폼은 안티-피러시(Anti-Piracy)’11) 기술 인프라를 강화하며 산업 신뢰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제도적 프레임과 기술적 인프라가 동시에 전진할 때만 시장은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도 뚜렷하다. AI 기반 숏폼-웹툰 파이프라인이 신규 독자 유입과 연재 구독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전환율 데이터가 사업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해외 동시 연재에서는 문맥과 유머, 의성어·의태어를 포함한 창의적 번역의 자동화 수준과 현지 에디터의 역할 분담이 과제다.

AI 웹툰의 장기 연재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룩북 데이터베이스와 템플릿 프롬프트를 표준화한 스튜디오형 제작이 필요하며, 법과 정책도 라벨링 표준, 데이터 활용 동의 절차, 로그 보존 기한 등 구체적 자율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AI는 이미 한국 웹툰 산업에서 속도의 혁신을 현실로 만들었다. 제작 기간이 단축되고 공정이 유연해지면서 새로운 실험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창작 윤리의 영역은 여전히 공백에 가깝다. 속도와 효율이 기술의 장점이라면, 신뢰와 공정성은 산업 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 조건이다.

현재 한국은 저작권 보호 인프라, 일본은 정책 명문화로 각자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도구다라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라벨링, 로그 기록, 데이터 활용 동의와 같은 구체적인 실행 규칙이 마련될 때, AI는 창작자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자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한 섹션이 될 수 있다.

사례가 보여주는 기술·시장 변화

국내외에서 진행된 AI 웹툰 실험은 단순한 제작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 전반에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작 효율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루트포트의 사이버펑크 : 피치 존은 단기간에 장편 분량을 완성한 대표적 예다. TEZUKA 2023 프로젝트는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대한 장면을 신속하게 생성해, AI가 제작 속도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마감 압박이 심한 연재 환경에서 작가의 피로도를 줄이고, 더 많은 실험적 기획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액션·판타지처럼 시각적 디테일이 많은 장르에서, 배경·채색·컷 구성에 드는 시간을 AI가 줄여줌으로써 창작자는 핵심 서사와 감정선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동시에 창작의 문턱이 낮아졌다. 과거에는 그림 실력, 팀 구성, 제작 장비 등 물리적 조건이 창작을 제약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와 스토리만으로도 작품을 제작·발표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 이는 독립 작가와 신인 창작자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며, 플랫폼의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한다. 북미·유럽에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12) 모델을 활용해 제작·연재되는 사례나, 국내에서 미드저니(Midjourney)13), 클립드롭스(Clipdrop)14)를 활용하는 개인 작가들의 시도가 그 대표적 예다. 다만, 이에 따라 콘텐츠 공급이 과잉되거나 품질 편차가 심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독자 경험까지 바뀌고 있다. AI가 독자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전개 속도나 장면 구성을 조정하는 데이터 기반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는 독자가 단순 소비자를 넘어, 작품의 전개와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참여자로 변모하는 환경을 만든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맞춤형 추천과 다국어 번역 역시 독자의 선택권을 넓히며,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소비를 촉진한다. 특히 TEZUKA 2023 프로젝트처럼 기존 팬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독자를 유입하는 전략은, AI 활용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AI가 웹툰 산업에서 속도와 효율은 물론 접근성과 확장성까지 더해주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데이터 출처의 투명성, 창작 주도권 보장, 품질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AI의 도입이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머물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윤리적·법적 안전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사례에서 드러난 쟁점

AI 웹툰 제작 사례는 기술적 가능성과 시장 확장성만큼이나 복잡한 법적·윤리적 쟁점을 드러냈다. 그 핵심에는 데이터 출처의 불명확성이 있다. 생성형 AI 모델은 방대한 이미지·텍스트 데이터세트를 학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학습 데이터에 어떤 원작이 포함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적법하게 수집·활용되었는지를 검증하기 어렵다. 루트포트의 사이버펑크 : 피치 존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특정 작가의 화풍과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유사한 결과물이 생성될 경우, 이는 표절 의혹과 함께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의 불투명성을 비판받게 된다. 둘째는 저작권 귀속의 혼란이다. 현행 다수 국가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을 저작물 성립의 필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사람이 실질적으로 편집·수정·배열 등의 창작을 한 경우에만 해당 범위에만 권리가 인정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얼마나 개입해야 창작성이 인정되는가라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TEZUKA 2023 프로젝트처럼 기획과 최종 편집을 사람이 맡은 경우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프롬프트 입력 후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셋째는 표절과 창작 진정성 문제다. AI가 만든 이미지나 스토리가 기존 작품과 구조·구도·대사 표현에서 유사성을 보일 경우,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이것이 독창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특히 스타일 모방 논란은 단순한 법적 침해 여부를 넘어 창작의 윤리와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확장된다. 원작자의 허락 없이 특정 화풍을 학습시킨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유통하는 것은, 법적으로 표절을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쟁점들은 모두 투명성이라는 공통 해법으로 수렴된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허가 여부를 명확히 공개하고, AI가 개입한 범위와 비율을 창작물에 표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창작자·플랫폼·정책 당국이 참여하는 다층적 논의를 통해, AI 창작물의 법적 지위와 윤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창작의 신뢰와 가치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산업 전반이 속도보다 정당성을 우선하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웹툰 산업 변화 방향

AI 활용 사례들이 보여준 웹툰 산업의 변화 방향은 명확하다. 웹툰 산업은 이제 단순한 디지털 만화 제작의 차원을 넘어, 기술과 창작이 맞물린 복합적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AI는 기획·작화·편집·유통 전 과정에 적용돼 제작 속도를 높이고 진입장벽을 낮췄다. 덕분에 신인 작가는 시장에 쉽게 진입하고, 기존 작가는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 기획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도약이 곧바로 산업의 질적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례는 데이터 출처의 불명확성, 저작권 귀속 논란, 표절 문제 등, 법과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특히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창작물의 진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단순한 규제나 행정 절차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화적 과제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더라도 그 결과물에 인간의 창의성과 감수성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가 향후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웹툰 산업이 AI와의 공존을 선택한다면, 기술 혁신과 더불어 투명성·윤리성·창작자 권리 보호라는 세 축을 기반으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사용 과정의 공개, AI 개입 비율 표기, 그리고 창작자 교육과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AI는 작가의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독자 또한 그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AI가 웹툰 산업에 불러올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를 멈출 수는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창작의 본질을 지키면서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곧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신뢰를 얻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음 5회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AI시대 웹툰 작가의 미래와 역할을 살펴보고, AI시대에 요구되는 웹툰 작가의 새로운 역량과 정체성 변화 방향을 조망하고자 한다.



1) /싱글 소스 멀티 유즈(one/single source & multi-use, OSMU): 대한민국 매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하나의 매체를 여러 매체의 유형으로 전개하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3년 연차보고서에서 우수한 기획을 통해 제작된 1차 콘텐츠를 시장에 성장시킨 후 재투자 및 라이선스를 통해 2, 3차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정의

2) 이태원 클라쓰: 2017년 광진 작가가 다음 웹툰에 연재한 웹툰

3) 스위트홈: 2017년에 김칸비, 황영찬이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웹툰

4) 미생: 2012년에 윤태호 작가가 <만화 속 세상>에 연재한 만화
5) 
헬릭스 숏츠(Helix Shorts):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AI 기반 기술로, 웹툰을 짧은 영상(숏폼)으로 자동 제작해 주는 시스템

6) 무직전생(Mushoku Tensei): 리후진 나 마고노테(Rifujin na Magonote)가 집필하고, 시로타카(Shirotaka)가 삽화를 맡은 일본 라이트 노벨 시리즈

7) 데이터세트(Date Set): 분석 또는 처리를 위해 함께 구성되고 저장된 데이터의 구조화된 모음

8) 반자동 제작(semi-automatic production): 일부 공정은 자동화되고 다른 공정은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방식

9) 룩북(lookbook): 모델,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가 여러 옷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혹은 영상 모음

10) AI와 저작권에 관한 견해(AI著作権するについて): 2024년 일본 문화청이 발간한 보고서로 AI와 저작권에 관한 공개 의견을 수렴 결과를 작성한 초안으로 AI의 개발 및 활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쟁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

11) 안티-피러시(Anti-Piracy): 불법 복제·유통(해적판, piracy)을 방지하거나 차단하기 위한 기술과 시스템

1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2022년에 출시된 딥 러닝, 텍스트-이미지 모델

13) 미드저니(Midjourney): 인공지능 연구소이자 해당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14) 클립드롭스(Clipdrop)AI를 활용한 이미지 편집 및 디자인 도구(배경 제거, 이미지 업스케일(고해상도화), 텍스트 삭제),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이미지를 업로드하며 SNS 활동에 자주 사용



[Reference]

Agency for Cultural Affairs. (2024). AI著作権するについて(AI와 저작권에 관한 견해(초안)). Agency for Cultural Affairs. https://www.bunka.go.jp/seisaku/bunkashingikai/chosakuken/

Grand View Research. (2025). Webtoons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by Type (Comedy, Action, Sci-Fi, Horror, Romance), by Platform (Mobile & Tablets, Laptop & Computer, Television), by Revenue Model (Subscription-based, Advertising-based), by Region, and Segment Forecasts, 2024-2030. Grand View Research. https://www.grandviewresearch.com/industry-analysis/webtoons-market-report

네이버웹툰. (2023). AI로 웹툰 팬 사로잡은 네이버웹툰 툰필터’, 한국어로만 서비스하는데 80%는 해외 이용자. 네이버웹툰. https://webtoonscorp.com/ko/mediaDetail?seq=892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2013 만화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kocca.kr/kocca/bbs/list/B0000146.do?menuNo=204154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kocca.kr/kocca/koccanews/reportview.do?nttNo=852&menuNo=204767

정명화. (2024). 카카오엔터, 7개월간 불법 웹툰·웹소설 약 2858만건 삭제. 와우테일. https://wowtale.net/2024/02/19/71943/

카카오엔터테인먼트. (2025). 카카오엔터, AI가 만드는 웹툰 숏폼 헬릭스 숏츠론칭, 카카오페이지 이용자 전체 적용 완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https://kakaoent.com/pr/detail/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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