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역사를 픽션과 결합하는 방식 :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중심으로
서문. 과거와 현대의 결합, <조선왕조실톡>
지금까지 본 칼럼은 ‘시대극의 동시대성’을 주제로 인물이 역사적 사건을 관통하는 삶을 살거나, 과거의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작품을 다루었다. 작품들은 주인공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그들의 내러티브가 존재하며, 에피소드나 옴니버스가 아닌 ‘스토리’ 형식을 차용하여 작품 전체에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베르사유의 장미>, <정년이>, <26년>, <낮에 뜨는 달>, <녹두전>은 모두 작품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는 형태이다. 또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개인을 다룬다. 대부분의 시대극이 앞서 다룬 작품들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형식적인 측면 자체에서 독특한 시도를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품도 존재한다. 바로 ‘조선왕조실톡(무적핑크)’이다. 본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이며, 과거의 산물인 사료와 현대 문물의 상징인 스마트폰 메신저 형태를 결합한 작품이다. 본 작품은 ‘만화’로 분류되지만, 다른 작품과 달리 그림이 주를 이루지 않는다. 주를 이루는 것은 인물들의 메신저 대화이다. 본 작품은 ‘조선왕조실록’ 속 역사적 인물들이 ‘카카오톡’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선 왕조의 472년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 형식으로 구현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역사적 사건을 현존하는 일처럼 감각한다.
본 작품은 2014년에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 역사와 모바일 메신저라는 상반되는 요소의 조합으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연재 초기에 새로운 형태의 역사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여 역사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오갔다. 또한, 2015년에 본 작품이 드라마화되어 MBC 에브리원 ‘웹툰히어로-툰드라쇼’에서 방영되었다. 본 작품은 2010년대 중반에 신선하고 기발한 발상을 역사 개그툰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기에 본 작품은 역사를 만화로 결합하는 형태를 중점으로 분석하고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
김대범은 논문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역사 소재 활용 방식’에서 본 작품의 성공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사료인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독자에게 친숙한 형식인 ‘카카오톡’을 차용하여 만화를 전개해 나갔다. 이 때문에 작품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해도를 높여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낼 수 있었다. 둘째로 작가가 기발한 역사의 재해석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기반으로 독자에게 흥미를 끌 법한 에피소드를 제작하였다. 사료로 남지 않은 구간은 현대의 산물을 이용하여 과감하게 재해석했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재미를 유발했다. 또한,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항상 ‘기록에 있는 것’과 ‘기록에 없는 것’을 표기하여 독자가 역사와 허구를 구별하게끔 도왔다1). 이것이 바로 본 작품이 대중성을 확보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성공 요인이다.
만화적 상상력은 역사 속 인물들에게 현대의 문물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그들의 메신저를 관조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독특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역사적 인물이 현대인이 쓸 법한 말투를 구사하게 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본 작품은 개그물로서의 역할을 한다. 본 작품은 역사 만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으면서도 메신저 형식이라는 특징이 있다. 본 작품은 그림이 아닌 텍스트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카카오톡’ 메신저의 특징은 ‘타인’과 ‘나’의 대화라는 것이다. 1:1 채팅방이든 단체 채팅방이든 결국 ‘나’라는 주체가 주목된다. 즉, 메시지를 보내는 개인이 주목된다. 따라서 본 작품은 다른 시대극 작품과 다른 지향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텍스트 중점 만화인 본 작품은 어떻게 사료를 재구성하고 서사화하는가. 본 칼럼은 본 작품이 ‘대화형 메신저’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조망하고자 한다.
1. 조선 사람들, 'Talk'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본 작품은 ‘실존했던 역사’인 ‘조선왕조실록’에 ‘말도 안 되는 허구’인 ‘카카오톡’을 입히는 방식으로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다. 본 작품의 역사적 인물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메신저를 나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신문물이 분명한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거 인물이 현대 문물을 보고 신기해하는 장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메신저를 나눈다. 원래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했다는 듯이. 상식적으로 역사적 인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 사실에 반기를 들지 않고 오히려 작품의 특징이자 재미 요소로 수용한다. 커다란 허구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본 작품의 주요 특징은 시간적 제약을 탈피한다는 것이다. 본 작품은 ‘메신저’라는 수단을 통하여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허문다. 조선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메신저를 매개체로 현대화한다. 과거에 머물렀던 역사는 독특한 플롯인 메신저 대화 내용으로 구현된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현대 문물을 중심으로 재해석된 역사를 소비한다. 이에 따라 독자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세계를 체험한다. 거시사가 개인이 타인과 대화를 나눈 메신저 내용으로 재구성된다. 역사적 인물이 개인으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하는 역사적 사건이 실존 인물의 개별적 서사로 변모한다2). 특히 작품의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는 인물의 특징과 상태를 독자에게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한다.
본 작품은 ‘카카오톡’의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우선,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를 통해 역사적 인물의 상태나 관계, 특징 등을 드러낸다. 특히 상태 메시지는 인물이 처한 상황을 짧고 강렬하게 표현한다. 동시에 독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앞으로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지 기대감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주로 인물의 특징을 독자에게 설명하거나, 인물 사이의 관계를 요약하는 데 효과적이다.

기묘사화를 다룬 에피소드 ‘사랑해 광조야~기묘사화(상)’, ‘왜 이래 광조야~기묘사화(중)’, ‘안녕, 광조야~기묘사화(하)’(본 작품 71~73화)에서는 조광조와 중종의 관계, 심리 변화를 상태 메시지로 확연히 전달한다. 기묘사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중종이 경연에서 조광조에게 가르침을 받는 내용을 다룬다. 중종은 조광조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중종의 상태 메시지 창은 조광조 이름의 초성과 하트를 합한 ‘♥ㅈㄱㅈ♥’이다. 조광조는 ‘군신유의’를 상태 메시지로 지정한다.
기묘사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중종의 상태 메시지가 변화한다. 중종은 조광조를 저격한 말인 ‘나대지 좀 마;’를 상태 창에 걸어 놓는다. 하지만, 조광조는 여전히 ‘군신유의’를 유지한다. 이러한 변화를 에피소드의 맨 앞에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은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빚어질 갈등을 향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상태 메시지 창이 에피소드의 예고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중종은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었던 조광조에게 점점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다. 종묘 제사의 제물이었던 소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화근이 된다. 사림 언관과 조광조는 이 사건을 구실로 소격서 폐지를 중종에게 간청한다. 하지만, 중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림 언관과 조광조는 관직에서 물러가겠다는 뜻을 밝힌다. 결국 중종은 소격서 폐지를 진행하고, 조광조를 복직시킨다. 중종의 마음에는 조광조를 향한 증오가 싹트고, ‘♥조광조광조♥’였던 조광조의 저장명을 ‘조광조’로 고친다. 또한, '너 짜증나!'라는 중종의 말과 함께 ‘기묘사화 D-360'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인간관계가 틀어졌을 때 현대인들은 그 사람의 연락처를 차단한다. 혹은 애정 어린 표현으로 저장해 놓았던 친구 이름을 본명으로 고쳐 사무적인 관계라는 것을 증명한다. 본 작품의 기묘사화 편은 이러한 현대인의 특징을 중종에게 적용한다. 조광조의 친구 이름을 본명으로 고치는 행동은 현대 독자에게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종은 조광조에게 정이 떨어졌으며, 조광조는 더는 중종에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중종과 조광조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과정을 현대인이 SNS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모습처럼 묘사한다. 또한, 기묘사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예고장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기묘사화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때, 중종의 상태 메시지는 ‘…….’이다. 다른 공신은 ‘토사구팽ㅎ’을 상태 메시지로 내세웠고, 조광조는 여전히 ‘군신유의’이다. 중종의 상태 메시지는 조광조를 향한 마음이 변화함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 결국 기묘사화가 벌어지고, 중종은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린다. 본 작품의 기묘사화 편은 현대 문물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물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실존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세조가 있다. 세조의 프로필은 철퇴를 든 손이다. 철퇴에는 피가 붉게 물들어 있다. 이는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켜 왕좌에 오른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암울한 역사를 다룰 때는 인물의 뒷모습을 프로필로 내세우기도 한다. ‘도망가는 선조’ 에피소드에서 인물의 뒷모습을 찾을 수 있다. ‘도망가는 선조’(본 작품 85화)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궁을 떠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이다.
본 회차뿐만 아니라 다른 편에서도 선조는 프로필에서 앞모습을 내비치지 않는다. 조선이 임진왜란이라는 위기를 겪는 에피소드에서 선조는 뒷모습으로만 등장한다. 뒷모습을 프로필로 설정함으로써 인물의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들고, 독자들이 그의 심리를 유추하게끔 유도한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의 불안감과 긴박함을 조성한다. 본 작품에서 인물의 프로필 사진은 세조나 선조처럼 인물의 특징이나 당시 상황과 어울리는 이미지로 설정한다. 임금의 실제 어진을 프로필로 이용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도 있다. 태조와 세종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프로필 사진은 ’카카오톡‘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이자 사용자의 상태를 다른 이들에게 나타내는 수단이다. 본 작품은 프로필 사진을 영리하게 이용하여 역사 속 인물의 성격이나 역사적 사건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한다. 독자는 인물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복기하거나 역사적 인물의 성격을 유추한다. 또한, 인물의 특징을 반영한 상태 메시지를 통해 독자는 역사적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본 작품이 다른 시대극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대의 산물을 이용하여 독자가 과거의 인물에게 친숙함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작품에서 상태 메시지와 프로필사진은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한다. 작가는 이 장치를 통해 역사적 인물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또한, 역사적 인물과 현대 독자 사이의 간극을 좁혀 독자가 역사적 인물에게 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2. 조선왕조실톡의 서술 방식
본 작품은 만화의 범주 안에 들어가지만, 다른 만화와 달리 그림 중심이 아닌 텍스트 중심이라는 특징이 있다. 역사적 인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위주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이 때문에 작품은 희곡과 비슷한 경향을 지닌다. 본 작품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을 인물 간의 메시지로 재해석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조상들이 모바일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역사 기록은 ‘톡’이라는 문자 중심의 서사로 다시 한번 기술된다.
메신저 텍스트 위주로 전개된다는 본 작품의 특징은 앞서 칼럼을 통해 살펴본 시대극 작품과 차별화되는 요소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인물들은 메시지를 기반으로 소통하면서도 텍스트만으로는 감정이 충분하게 전달되지 않을 때는 이모티콘을 활용한다. 그림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이모티콘을 통해 비언어적 소통을 진행한다.
또한 이모티콘 이외에도 링크를 보내거나 ppt 파일이나 jwp 파일을 전송하여 업무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패러디한 SNS를 사용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조상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핸드폰의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은 본 작품의 재미 유발 요소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현대의 것을 사용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이질감 자체가 극적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기프티콘 기능 역시 그대로 차용한다. ‘100일간의 출산휴가’ 에피소드(본 작품 100화)에서는 주상전하(세종)가 아내가 임신한 관노비에게 30일간의 휴가를 주며 기프티콘으로 완도 미역과 기저귀를 선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본 작품은 현대인의 의사소통 방식인 메시지와 이모티콘, 기프티콘, 프로필 등을 사용하여 역사적 인물이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문자 중심의 작품인데도 인물의 감정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신저 내용을 중점으로 흘러가는 작품이지만, 영상 캡쳐본이나 인터넷 방송, 게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면도 존재한다. ‘회식의 제왕 세조’ 에피소드 (본 작품 56화)에서는 세조가 신하들과 연회를 자주 열었다는 정사를 각색하여 만든 회차이다. 본 회차는 세조의 연회석을 현대의 회식으로 비유한다. 또한, 이 장면을 누군가가 영상으로 찍었다는 콘셉트를 유지한다. 신하가 안면 장부(페이스북 패러디)에 ‘1462년 주상과 회식^^’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된 영상을 재생하고, 영상에서 세조의 연회가 흘러나오는 형식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영상 캡쳐본의 나열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는 오히려 세조와 신하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하기 위해 자막에 시선을 두게 된다.

또한, ‘[BJ흥부] 흙먹어봤니? [먹방]’ 에피소드 (본 작품 101화)에서는 BJ흥부가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콘셉트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본 회차를 연재할 당시(2016년) 유행했던 키워드인 ‘먹방’을 소재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조선을 배경으로 BJ 흥부가 일명 ‘생존 먹방’을 하는 내용을 다룬다. BJ흥부의 라이브 방송과 함께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댓글로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실제 인터넷 방송처럼 시청자의 반응까지 확인이 가능하게 설계했다. BJ흥부는 흙, 통나무, 돗자리를 먹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화면에 실수로 고기가 잡히고,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시청자들이 BJ흥부의 고기가 놀부의 시체라는 것을 깨닫고 경악하는 것으로 라이브 방송은 끝이 난다.
이는 임진왜란이 휴전 중이었던 1594년에 백성들이 기근에 시달리다가 인육까지 손을 댔다던 기록을 이용해서 만든 에피소드이다. 또한, BJ흥부의 ‘생존 먹방’ 재료인 흙, 통나무, 돗자리 역시 실제로 기근과 전쟁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이 먹었던 것들이다. 본 에피소드는 독자에게 친근한 라이브 방송을 이용하여 충격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것 역시 영상 캡처를 나열한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자막으로 제시되는 BJ흥부의 대사와 댓글 창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또한, ‘이순신 장군도 게임을 했다’ 에피소드(본 작품 20화)에서는 이순신이 승경도 놀이를 즐겼다는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본 회차에서는 연재 당시 유행이었던 게임 ‘모두의 마블’을 패러디한 ‘모두의 승경도 놀이’가 등장한다. 권율과 이순신이 승경도 놀이를 진행하는데, 마치 게임의 캡처본을 보는 것처럼 연출된다. 본 회차에서는 이순신이 승경도 놀이에서 권율에게 참패한다. 승경도 놀이에서 이순신은 임금의 미움을 사서 삭탈관직과 백의종군을 당하며 끝난다. 승경도 놀이 자체를 이순신의 미래를 예언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본 작품은 메신저 외에도 영상 캡쳐나 라이브 방송, 모바일 게임과 같은 현대 문물을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내세운다. 이는 메신저 형태라는 독특한 플롯을 적극 활용하여 만화적 연출을 가미한 것이다. 본 작품만의 연출적 특징이라고도 정의 내릴 수 있다. 본 작품의 개성은 역사적 인물이 현대 문물을 사용하는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본 작품은 다른 만화처럼 컷을 이용하여 연출하지 않고 현대에 유행하는 것들을 차용한다. 이러한 방법은 본 작품의 개성을 더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본 작품은 현대 문물의 특징을 영리하게 이용하여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나 영상, 라이브 방송은 과거에 존재하면서도 독자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이러한 형식은 역사와 현대를 잇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히 인물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공적이라고 여겨지는 역사적 사건을 사적인 것으로 변모시킨다. 과거의 존재를 증명하는 화석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역사는 본 작품을 통해 개별적이면서 현재에도 통용되는 것으로 변형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역사를 현재화함으로써 동시대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오늘날의 문화 콘텐츠인 웹툰을 통해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는 시도를 하고, 이 시도를 통해 독자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향유한다. 또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소비하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를 마주하는 법을 습득한다.
결론. '톡'으로 조선과 대한민국의 경계를 허물다
본 작품은 역사 기록을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 형식으로 구현하는 시도를 했다. 2014년도 연재 초기 당시 신선한 시도라는 평을 받았고,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소개되어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대중성을 확보하여 역사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작가는 차기작으로 ‘삼국지톡(무적핑크, 이리)’ 스토리를 담당했다. 이는 과거의 산물과 현대 문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본 작품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만화는 필연적으로 실화와 허구를 결합한다. 역사를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에게 극적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픽션을 가미한다. 본 작품도 그러하다. 역사적 인물에게 핸드폰을 제공하고, 독자가 그들의 대화 내용을 관조하게 만든다. 또한, 인물의 프로필을 이용하여 역사적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어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한 세종이 등장한다. 세종의 상태 메시지는 그의 업적인 한글 창제와 그가 고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살린 문구 ‘한글패치 배포 중', '고기팟 모집 중’이다. 이처럼 프로필은 독자에게 인물의 성격과 상태를 각인시키거나 당시 정치적 상황을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한다. 또한, 특정 인물을 떠올리면 프로필 사진이 연상될 수 있게끔 만든다. 이는 인물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해서 독자가 인물의 특징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본 작품은 역사적이지만 현대적이다. 작가는 역사와 현대의 경계를 부수는 데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역사적 인물이 핸드폰을 이용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하는 모습은 그들이 현대의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본 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조선과 대한민국의 틀을 허물어 동시대성을 확보한다. 역사적 사건을 메신저 형태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만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옛 조상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본 작품은 메신저 형태가 일대일, 혹은 다대일로 구성되는 특징을 적극 활용한다. 메신저를 이용하면 역사적 사건을 사건 자체가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둘 수 있다. 즉, 독자들은 쉽게 대화를 채팅창에 전송하는 주체에게 이입한다. 본 작품은 역사를 개인이 주체가 되는 개별적 서사로서 재해석한다.
본 작품은 개그 만화이면서도 사극 범주 안에 들어가는 시대극이다. 2014년에 처음 연재되어 2025년 10월에 완결되었다. 2014년 연재 초기 당시 본 작품은 역사 문화 콘텐츠로서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작가는 이후 ‘삼국지톡’, ‘세계사톡’ 등을 연재했다. 조선왕조실록뿐 아니라 고전 작품이나 다른 역사 기록을 메신저 형식과 결합해, 하나의 장르로 확장했다. 2014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여러 형태로 변형되며 2025년까지 통용되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만화를 창작할 때 중요한 것은 역사에 허구를 가미하는 상상력과 기획이다. 본 작품은 역사를 기반으로 메신저를 더하는 기획력을 선보여 대중적인 역사 만화로 자리 잡았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서 시작된 ‘톡’이 삼국지와 세계사로 뻗어나가기까지 했다. 본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시대극은 실제 역사와 픽션을 혼합하여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시대극은 과거를 그대로 구현하지 않고 허구를 섞어 역사를 현재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역사 만화는 동시대성을 갖고, 과거를 이야기하면서도 현대의 독자를 만난다.
출처
1) 김대범,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역사소재 활용방식”, 열상고전연구 제49호 : 199p.-200p.
2) 김보현, "웹툰 『조선왕조실톡』에 나타난 역사 기록물의 문화 콘텐츠화 방식 연구", 한국고전연구 37집 : 288-289p.
3) 이미지: 무적핑크, 「조선왕조실톡」, 네이버웹툰